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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국가숲길 유력후보ㅣ⑥ DMZ펀치볼둘레길] 생태·지형 모두 ‘한반도 이색지대’

글 박정원 선임기자
  • 입력 2020.08.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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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상흔 그대로 간직… 4개 구간 73㎞로 북녘 땅도 저만치 보여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펀치볼 해안분지의 이색적인 전경이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는 펀치볼 해안분지의 이색적인 전경이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걷기 길 명칭 자체에 우리 민족의 비극을 간직한 유일한 길이 있다. DMZ펀치볼둘레길이다. 펀치볼이란 이름 때문이다. 펀치볼은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다. 한반도 정중앙이고,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차기하기 위해 피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지켜내려 했다. 그 명칭은 외국인 종군기자가 해안 분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형상이 마치 화채그릇Punch Bowl같이 생겼다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고착화돼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미 전사에서도 펀치볼전투라고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진 지명인 셈이다.

펀치볼은 실제 해안亥安 분지이다. 둘러싸고 있는 여러 봉우리 중 어느 봉우리에 올라가도 분지를 내려다보며 확인할 수 있다. ‘야, 이런 지형이 있었나’라고 할 정도로 신기하다. 북쪽으로 1026고지(모택동고지), 924고지(김일성고지), 서쪽으로 가칠봉고지(1,242m), 대우산고지(1,178m), 남쪽의 도솔산(1,304m), 918고지, 동쪽의 달산령, 908고지 등 1,000m이상 되는 산봉우리들이 원형으로 에워싸고 있다. 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장소이다.

지명도 재미있다. 이곳은 바다를 전혀 볼 수 없는 분지인데 해안이란 지명이 붙어 있다. 바다 ‘海’자가 아닌 돼지 ‘亥’자다. 사연이 없을 수 없다. 옛날 펀치볼 지역은 물이 많고 또한 차고 습지여서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뱀과 개구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지나가는 스님이 보고 “돼지를 기르면 뱀을 없앨 수 있다”고 동네주민들에게 말했다 한다. 이에 동네사람들은 모두 돼지를 사서 길렀다. 식성 좋은 돼지들은 동네에 서식하는 뱀을 깡그리 잡아먹었다. 돼지는 비계가 많아 뱀에게 물려도 독이 퍼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후 동네사람들은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돼지를 먹은 사람들은 더욱 풍족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은 돼지로 인해 편안해졌다고 해서 해안이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해안이란 지명의 유래다.

펀치볼둘레길은 지난 2009년 전쟁의 흔적을 통해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잘 보존된 DMZ 숲 생태계의 청정함과 역사적인 사건을 돌아보기 위해 조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 26㎞를 첫 조성한 데 이어 2011년 18㎞를 완공하면서 개통식을 가졌다. 현재는 4개 구간 73㎞를 하루 탐방 300명으로 예약탐방제로 운영하고 있다. 4개 구간 모두 펀치볼 중간쯤에 있는 안내센터에서 방사선형으로 출발한다.

외국인 탐방객들도 펀치볼둘레길을 방문하면서 이색적인 풍경과 생태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외국인 탐방객들도 펀치볼둘레길을 방문하면서 이색적인 풍경과 생태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제1 구간은 ‘평화의 숲길’로 군사분계선의 상징물인 벙커와 교통호, 월북방지판, 철책 등을 접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와우산 자작나무숲에서 평화의 숲에 관한 전설을 듣는 구간으로 정했다. 안내센터에서 출발해서 와우산전망대~자작나무숲~사과나무농장~대형벙커~잣나무숲길을 거쳐 정안사까지 전체 14㎞에 이른다. 약 4시간 소요 예상.

제2 구간은 천연기념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내의 다양한 식생과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등 야생동물의 흔적을 탐방하고 해안 분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오유밭길’이다. 마찬가지로 안내센터에서 출발해서 동막동~오유저수지~야생화공원~소나무쉼터~DMZ자생식물원을 거쳐 선사유적지까지 총 21.2㎞ 거리다. 5시간 30분 소요 예상.

제3 구간은 후리 자작나무숲을 지나 DMZ 특색인 지뢰밭길을 통과해 대암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금강산, 무산, 운봉, 스탈린고지 등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산하와 남쪽의 설악산, 점봉산, 향로봉 등 산봉우리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먼멧재길’이다. 안내센터에서 자작나무숲을 지나 ~지뢰지대~임시통제초소~아리랑고개~군헬기장~먼멧재봉~전차방어선을 거쳐 만대벌판까지 총 16.2㎞에 4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제4 구간은 성황당을 지키는 졸참나무 보호수와 만나고 대암산 자락의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면서 소나무 조림지 아래로 펼쳐진 만대평야의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하는 ‘만대벌판길’이다. 안내센터에서 출발해 만대마을~DMZ자생식물원~성황당~만대저수지~강송조림지를 거쳐 먼멧재숲길까지 총 21.9㎞에 5시간 30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DMZ펀치볼둘레길도 국가숲길로 지정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지라는 지형특성과 생태적 환경이 매우 뛰어나고, 전쟁의 상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숲길 지정요건을 전부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림문화휴양법 제11조6 제1항에 나오는 네 가지 기준, 즉 ▲지역을 대표하는 숲길로서 산림·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 ▲숲길과 연계된 그 주변의 산림·생태적 가치가 높아 국가차원에서 관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지역을 대표하는 숲길로서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높을 것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의 연계성이 높을 것 등에 해당하는 기준을 하나라도 갖춘 경우에 지정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네 가지 요건을 전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2항에도 국가숲길이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규모를 갖출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 기준은 첫째,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숲길일 것, 둘째, 셋 이상의 시·군·구에 걸쳐 있는 숲길일 것, 셋째, 숲길의 거리가 50㎞ 이상 될 것, 넷째, 3년간 평균 숲길 탐방객이 30만 명 이상으로서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등이다. 더 이상 설명하면 사족일 것 같다. 국가숲길 자격요건으로 1항과 2항 모두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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