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명언] 등산은 인내(고통)의 예술이다

입력 2020.10.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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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랑고타워를 등반하고 있는 보이테크 쿠르티카.
‘등산은 고통(인내)의 예술이다. Alpinism is a art of suffering.’
그런데 고통은 인내와 상통해서 그런지 ‘등산은 인내의 예술’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1980년대부터 폴란드 산악계의 황금기를 이끈 보이테크 쿠르티카Voytek Kurtyka(1947~  ). 그는 당시 전 세계 산악계를 지배하고 있던 등정주의를 비판하면서 전형적인 알파인 스타일을 강조한다. 실제 그는 이를 몸소 실천해 경량등반으로 세계 최고 등반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985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힘든 벽’이라는 7,925m의 가셔브롬4봉을 단 5일치의 식량만 가지고 등반에 도전한다. 여섯째 날 식량과 연료는 이미 바닥났다. 휘몰아치는 히말라야의 광풍은 비박색을 금방이라도 날려 보낼 것 같았다. 정상 도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정상 바로 아래까지 10일 만에 올랐다. 나흘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하산하는 동안 온갖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고 이후 고백했다. 11일간의 사투는 등반사에 보기 드문 극한 체험이었다.
이 등반은 미국 <클라이밍>에서 모든 장르의 등반을 포함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등반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그는 1988년 <고통의 예술The art of suffering>을 펴냈다. 여기서 등반은 인내의 예술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극도의 경량 등반을 추구하면서 나체등반naked climbing도 서슴지 않았다. 나체등반은 동료애를 전제로 한다. 7,000~8,000m 고산에서는 옷 한 가지만 입고 있어도 얼어 죽기 딱 좋다. 하지만 여기서 동료와 꼭 껴안고 잠을 자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경량등반과 동료애는 같은 맥락의 개념인 것이다. 그가 항상 모험등반을 추구한 이유를 밝힌 적 있다.
“전통적인 등반방식으로는 더 이상 등반의 어려움을 논할 수 없다. 100명의 클라이머를 모아 마칼루 서벽 직등을 하자고 하면 아마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진정 그 루트를 열었다고 하겠는가? 3,000m에 달하는 고정로프를 따라 오르내리는 행위는 더 이상 등반이라 할 수 없다. The difficulty of climbing can no longer be discussed in the traditional way of climbing. If we gather 100 climbers and ask them to go straight to the west wall of Makalu, they will probably succeed. But who would say that they really pioneered the route? Climbing up and down the 3,000 meter fixed rope is no longer a climb.”
극단의 체험은 그를 정말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그는 인간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면서 고산에서의 명상과 구도자로서의 길道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흔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고 한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일반적인 길일 수 있고, 구도의 길일 수 있다. 등반가 중에 구도의 길, 즉 등반루트로 도를 추구한 사람이 바로 보이테크 쿠르티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마디 덧붙인다. 등반은 인내의 예술이지만 여행은 사서하는 고생이다. Traveling  is  the trouble of p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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