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IKING 호암산] “저 작은 세상에서 뭘 그리 욕심 부렸을까”

  • 글·사진 김강은 벽화가
    입력 2020.11.16 09:32

    금천구 호암늘솔길 지나 호암산 올라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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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햇살을 받아 따뜻한 바위 위에 앉아 아트하이킹을 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호암산을 처음 만난 건 관악산둘레길을 걸으면서였다. 잣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산책로에 마음을 빼앗겼다. 알고 보니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호암늘솔길’이었다. 호압사에서 잣나무 산림욕장을 지나 호암산폭포까지 이어지는 1㎞의 호암늘솔길은 어린이와 노약자도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숲길이다. 
    마을 주민들은 잦은 산사태로 피해가 반복되자, 1980년대 후반부터 잣나무를 심었고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편의시설까지 더해져 걷기 좋은 숲길이 됐다.
    이른 아침 호압사. 절에서 흘러나온 목탁 소리가 아침 공기의 서늘함을 가르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산책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탈출구이자 작은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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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금천구와 산 풍경.
    30분 만에 만나는 굵직한 행복

    잣나무숲길을 거쳐 정상으로 향한다. 낮은 산이지만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가파르다. 깔딱 고개는 두 손을 사용해야 할 만큼 가팔랐다. 숨이 가빠지는 오르막이지만 머지않아 정상이 있을 거란 사실은 몸을 가뿐하게 만들어 주었다. 
    정상부엔 너른 터가 있다. 탁 트인 시야와 쪽빛 가을 하늘. 흔히 행복은 멀리 있거나 크기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0분 만에 닿은 작은 행복은 꽤 굵직했다. 금천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서 한참동안 주변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을바람이 몸을 살짝 휘감고 지나치며 땀을 식힌다. 동행이 웃으며 말한다. 
    “저렇게 수많은 아파트 사이에 내 집 하나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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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가을하늘과 닮은 호암산 풍경드로잉.
    맞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 ‘손톱보다 작게 보이는 저 세상에서 뭘 그리 대단히 가져보겠다고 욕심 부렸을까?’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산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힘은 ‘세상과 거리두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도심과의 단절이 내가 살던 세상을 다시 보게 하고,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낯설게 바라보는 이 시간이 내 마음의 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일 수 있게 한다.
    가을빛이 마중 나온 풍경을 작은 화폭에 담아보았다. 소담한 붓질이 촘촘히 쌓여 비워진 마음을 작은 행복으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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