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 Wall 강원도 춘천시 용화산 새남바위] 50년 전 개척된 새남B 옆에 굵직하고 멋드러진 새 루트

입력 2020.11.23 09:33

새남바위 좌벽에 개척된 2피치 크랙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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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멋지게 휘어진 잘생긴 궁형의 크랙의 선은 등반가들의 열정을 불태웠다. 문성욱씨가 숨이 턱에 차오르는 것을 참고 확보물을 설치하고 있다.
용화산 새남바위는 높이 150m, 폭 200m에 달하는 화강암벽으로 1970년대 초반부터 강원대 산악부의 개척을 시작으로 현재 20여 개 루트로 크랙과 침니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장이다.  
최근 용화산 새남바위는 강원대 산악부와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들을 중심으로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새남 B루트 왼쪽에 굵직하고 멋지게 휘어진 크랙을 우석주(강원대 산악부 OB)씨가 발견하면서 야심차게 루트를 개척한다. 고난도 크랙으로 이루어진 이 루트는  아직 등반자와 루트 명도 없다. 
개척자의 동의를 얻어 문성욱(코오롱등산학교 앰배서더)씨와 배대원(코오롱등산하교 앰배서더. 포천 인공암벽장 강사)씨가 2피치구간 등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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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등반을 마무리하기 직전 배대원 등반가 뒤로 단풍이 익어가고 있다.
우석주(강원대 산악부 OB)
“몇 해 전 용화산 산행 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새남 B의 바로 왼쪽에 멋지게 휘어진 크랙이 눈에 띄었다. 잘생긴 궁형의 크랙은 한눈에 사로잡혔다. 크랙 등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시선을 강탈당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2019년에 다시 용화산 개보수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1972년에 개척된 이후 언제부터 등반이 끊겼는지 모를 새남 B라는 루트를 찾기 위해 서벽을 자주 찾았다. 사실 새남 B를 보수하는 것보다 훨씬 먼저, 새롭게 발견한 루트를 먼저 청소하고 앵커를 설치했다. 개보수 작업을 핑계로 눈독 들였던 것을 먼저 해치운 것이다. 앞뒤가 한참 바뀌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크랙이었고 하루라도 빨리 오픈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며칠을 투자해 돌가루와 이끼, 석이버섯, 크랙 틈에 낀 잡초와 흙 등을 털어내고 앵커를 설치했다. 하강하면서 대충 만져보니 3~4호 이상의 캠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제법 넓은 크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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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등반은 육체의 고통과 추락에 대한 공포, 그리고 등반에 대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개보수 작업의 시작을 이 크랙으로 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앵커 설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고정된 앵커를 설치하지 않아도 충분히 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크랙이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밑에서부터 총 3피치로(마지막 5m가량의 얇은 크랙까지 꼭 살리고 싶었다) 등반자가 직접 앵커를 설치해 가면서 등반하고, 등반을 모두 마치고 나면 숲길을 건너서 등산로로 하산할 수 있는 루트를 계획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치고 수정해 총 2피치로 앵커를 설치해서  1피치 약 25m 2피치 약 40m 가 되는 루트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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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이름은 아직 미정이다. 무슨 이름을 지을지 궁금하다.
많은 보수작업과 여러 가지 이유로 정작 나 자신은 아직 등반 하지 못했다. 루트 정비만 해놓고 등반은 못 한 채 늘 머릿속에 있었다. ‘앵커만 박아두면 개척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직접 등반을 하고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그러다 보니 또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마침 발목까지 다쳐서 또 미루게 되었다.
루트 이름은 아직 미정이다. 내 자신이 직접 등반을 해봐야 루트에 좋은 이름을 줄 수 있는 영감이 생길 것 같다. 바라보기만 해서는 저 크랙의 참모습을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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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처럼 휘어진 크랙선이 선명하다.
배대원(코오롱등산하교 앰배서더. 포천 인공암벽장 강사)
“크랙으로 진입해 핸드 재밍으로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했다. 크랙 시작 지점부터 약 10m까지가 크럭스로, 나머지 28m는 지구력이 요구된다.
시작 지점부터 크럭스 구간까지는 핸드, 피스트, 더블 피스트 재밍 기술로 올라야  한다. 크랙 바깥쪽은 넓고 안쪽은 좁다. 
초반부은 핸드 재밍과 피스트 재밍으로 등반이 가능하지만  6m 구간부터 온몸으로 등반을 이어가는 강력한 구간이 펼쳐진다. 10m 최종 크럭스에서는 크랙이 나팔 모양처럼 벌어져 손이 작은 나는 더블 피스트로 올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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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중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얼굴에서 배대원씨의 열정이 엿보인다.
이 구간에서 몇 번의 추락과 시도 끝에 겨우 돌파했다. 전 구간마다 숨이 차오르고 바위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온몸으로 울어야 올라갈 수 있는 신 루트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11m 지점부터는 약 15도 기울어진 크랙이다. 여기도 바위 입자가 부서지고 손 홀드도 없고 크랙은 넓어져서 날등을 타고 말 타는 자세로 올라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확보지점까지 올라선 소감은 2피치 38m 크랙구간은 정말 강력하고 온 몸으로 울어야 등반이 가능하다는 말밖에 표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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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럭스 구간에서는 확보물 설치가 쉽지 않다. 등반가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문성욱(코오롱등산학교 앰배서더)

“2피치 초반부 10여 m는 집중해서 자신 있게 등반했다. 중반부 넓어지는 크럭스 구간에 접근한 뒤 온몸으로 등반하기 시작했다. 신체 어느 한 부분이라도 긴장을 놓치는 순간 추락했다. 
그동안 이렇게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게 등반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어려운 루트다. 하지만 명품 루트로 전혀 손색이 없다. 개척자보다 먼저 등반을 허락해 준 우석주씨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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