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우리 땅 걷기] 인천 둘레길을 아시나요?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0.11.16 09:31

    바다와 강, 갯벌을 만나는 길… 총 114.6㎞ 16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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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철새관찰데크.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예민한 새들을 관찰한다.
    인천에도 둘레길이 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인천둘레길. 인천둘레길은 인천의 녹지축과 생태환경을 체험하는 길이다. 수많은 공장지대, 공장의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뿌연 회색빛 연기, 콘크리트 건물이 연상되는 인천에서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자연친화적인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계양산, 원적산을 비롯해 문학산, 청량산 등 아름다운 산들은 인천 시민들의 삶을 산뜻하고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이다. 
    산 정상이 아닌 산의 둘레길, 새로 낸 길이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걸었던 길,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길에는 바람과 바다, 강, 갯벌, 나무까지 자연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그 길이 인천에 맑은 피를 공급하고 있다.
    인천둘레길은 총 16개의 코스, 총 연장길이는 114.6 km이다. 코스별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1~9코스는 가현산에서 청량산까지 인천의 중심을 S자형으로 이어주는 녹지대이다. 산, 하천, 습지가 포함된 둘레길은 인천시민들에게는 쉼과 휴식의 공간이고 동식물에게는 생존의 터전이다. 10~14코스는 인천의 중구와 동구의 원도심 지역으로 인천의 개항부터 신문물의 도입, 외세의 침탈, 전쟁 그리고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근현대 도시 발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역사를 읽으며 추억을 회상하며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15~16코스는 인천의 섬, 강화도와 장봉도를 걷는다. 문화유산이 가득하고 신화를 품은 강화도, 해식애와 갯티길을 가지고 있는 작고 아름다운 장봉도에서 인천 섬의 매력에 빠진다.
    16개의 코스 중에서 6코스 소래길과 7코스 해안길은 흐르는 물을 따라 걸으며 갯벌과 함께 걷는 길이다. 하늘이 유난히 맑은 가을날, 갯벌여행을 떠난다. 장수천과 승기천을 지나며 억새와 야생화와 친구하고 소래습지에서는 칠면초와 갯벌이 어우러진 평야를 만나고 각종 염생식물을 관찰하며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섬이 둥지를 틀고 사는 저어새섬까지 걷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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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동유수지에서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는 중대백로.
    6 코스 소래길 | 물길 따라가다 만나는 소금밭 
    인천대공원~장수천~소래습지생태공원
    인천둘레길 6코스 시작지점인 인천대공원의 호수공원. 연휴의 끝이고 일요일인데도 코로나19 때문인지 그리 붐비지는 않는다. 다른 공원과는 달리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습지원, 수목원, 목재문화체험장, 캠핑장과 애견놀이터까지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휴게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 나무가 우거진 산책길이 많아서 1년 4계절 언제라도 걷기 좋은 곳이다.
    공원의 중심은 호수정원. 호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안내도가 없어도 길 찾기가 수월하다. 시원하게 뿜어 나오는 분수뿐 아니라 곳곳에 작은 정원들이 있어서 꽃구경, 조각구경 등 볼거리도 많다. 특히 사진 찍는 분들이 즐겨 찾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메타세쿼이아와 벚나무가 나란히 줄서 있는 사이로 햇볕이 스며드는 산책길을 한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밝은 에너지가 내 몸에 쌓인다. 벤치에 앉아 슬며시 눈을 감고 잠시 머무르는 시간이야말로 꿀맛 같은 휴식이다. 
    호수광장에 서면 병풍처럼 관모산, 성주산, 거마산, 거머리산이 둘러서 있다. 걷기가 단조롭다면 인천대공원 주변의 산을 연계한 트레킹을 추천한다. 하루 시간 내어 인천대공원 정밀탐사에 나서도 멋진 시간이 될 것 같다. 
    자전거대여소 옆에 ‘인천둘레길 안내소’라고 붙여진 작은 건물은 이름만 남아 있다. ‘인천둘레길 안내소’ 옆으로 장수천이 흐르는 곳에서 ‘인천둘레길’ 표식을 발견한다. 이곳이 6코스의 출발점이다.
    인천대공원의 인공호수에서 시작해서 소래포구까지 흘러가는 장수천의 길이는 약 7km. 장수천을 따라 걷는 길은 벚나무가 가득하다. 그늘 사이로 밀려드는 햇살이 눈부시다. 맑은 물에는 중대백로들이 놀고 있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장수천이 한때는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썩은 물이 흐르던 때가 있었다. 인공호수에서 한강의 원수를 공급받아 방류하고 수년간 장수천 살리기 운동을 한 결과 이젠 생태하천으로 다시 살아났다. 깨끗한 물과 시민들의 정성이 장수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벚꽃눈이 떨어지는 벚꽃터널을 지나고 천변 언덕에 만발한 개나리를 즐기며 걷는 길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잠시 내년 봄을 상상한다.
    남동마을 못미처 담방마을. 옛날에는 인근 수산동의 수산포구를 거친 바닷물이 이곳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바닷물을 막기 위한 큰 방죽을 쌓아서 ‘담방’이라는 마을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둘레길 곳곳에 벤치와 운동시설이 있어서 걷다가 쉬면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둘레길을 걷는 이들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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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대공원의 호수정원 앞 전망대.
    인천둘레길 6코스를 따라 걸으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북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북문으로 들어가는 길 양옆으로 해당화가 가득하다. 북문이 있는 서창동은 조선시대 세곡을 쌓아두는 창고가 있던 곳이다. 서창은 ‘서쪽의 창고’라는 뜻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외곽길은 생태길로 지정되어 포구까지 이어진다. 
    1970년대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였던 옛 소래염전은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소래염전에선 더 이상 소금을 생산하는 염부나 소금창고는 볼 수 없다. 쓰러져 있는 두 개의 소금창고만이 옛 흔적을 담고 있을 뿐이다.
    갯벌에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 갯벌과 붉은 칠면초가 어우러진 평야가 펼쳐진다. 1년에 일곱 번 색이 변한다고 해서 칠면초이다. 소금기 많은 곳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인 칠면초는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자라면서 붉은색이 짙어져 가을이 되면 갯벌에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노을이 드리워지면 붉은 기운은 더욱 붉게 변한다. 노을이 내려앉은 칠면초 평원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7코스까지 걸어야 하니 다음을 기약한다.
    소래습지는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다른 습지와는 다르게 담수습지, 기수습지, 염수습지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기수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의 염분의 양이 바닷물보다 적은 물을 말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은 영양소가 풍부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소래습지는 기수습지로 특히 희귀철새들이 많이 관찰된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류 관찰 데크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생태전시관 앞에는 염전학습장이 있다. 폐염전을 복구한 것이다. 이곳에서 직접 소금을 생산하고 있어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소금을 채취하는 시간에 방문하면 가래질을 하며 소금을 채취해 볼 수도 있다. 
    염전학습장 맞은편의 갯벌체험장에서도 체험이 가능하다. 칠면초가 가득한 갯벌에서 맨발로 걸으며 게를 잡을 수 있다. 갯벌의 자그마한 구멍은 모두 게들이 살고 있는 집이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게 잡기에 여념이 없다. 갯벌체험장 앞에는 큼지막하게 ‘게는 잡아가지 마세요’, ‘나물 채취 금지’라고 쓰여 있다. 열심히 잡고 다시 놓아 주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정말로 체험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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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습지생태공원 앞의 칠면초가 가득한 갯벌체험장. 맨발로 걸으며 농게, 방게 등 갯벌의 살아 있는 생명체를 관찰하고 체험한다.
    7코스 해안길 | 뻘의 매력에 ‘퐁당’
    소래포구~소래철교~해오름공원/해넘이다리~
    남동유수지와 저어새섬 
    1933년 소래염전 개발과 1937년 수인선 개통으로 형성된 작은 어촌마을. 1970년대 들어서면서 새우젓을 비롯한 젓갈과 해산물 시장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74년 인천항 내항이 완공되면서 새우잡이를 하는 소형어선들이 출입하기 어렵게 되자 그 대안으로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해 새우 파시로 자리 잡았다. 파시란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시장을 말한다. 하루 두 번 밀물 때면 새우잡이 배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방금 잡아온 싱싱한 새우를 앞에 두고 소비자와 선주들이 직거래를 하니 더욱 인기 있다.
    역시 소래의 명물답게 시장에는 싱싱한 새우가 가득하다. 투명하게 빛나는 새우들이 팔딱팔딱 뛰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 마리 맛보고 싶어진다. 갈 길이 멀어서 새우를 살 수도 없으니 눈으로만 시식하고 꽃게가 가득 쌓여 있는 가게로 발길을 옮긴다. 꽃게철답게 시장에는 꽃게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무척 많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얼큰한 꽃게탕은 얼마나 맛날까? 혼자여서 탕도 회도 찜도 먹기가 쉽지 않아 눈으로만 구경하고 지나치는데 또 다른 상인의 구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있어요~~” 
    소래포구어시장의 바로 곁에는 장도포대지가 있다. 장도포대는 고종 16년, 1879년에 인천으로 진입하는 이양선을 막기 위해 화도진을 구축할 때 설치된 포좌이다. 
    시장 뒤편에 월곶포구로 건너갈 수 있는 소래철교가 있다. 소래철교는 1937년 개통된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총 52km 협궤선인 수인선이 다니던 길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정미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다가 광복 이후에는 소래염전의 소금을 나르고 다시 승객용으로 바뀌어 운행했다. 1996년 1월 1일 전 구간이 운행중지되었다가 2012년 6월 30일 복선전철화되어 송도와 오이도역을 운행하고 있다. 
    소래철교에 올라서면 소래포구로 들어오는 새우잡이 어선들의 모습과 소래어시장뿐 아니라 장도포대지도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소래포구를 조망하기엔 가장 좋은 전망대이다. 바닥에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철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끌시끌한 소래포구를 벗어난 길은 해오름공원으로 이어진다. 소래포구 광장과 이어진 바닷가와 도로 사이에 만들어진 수변공원이다. 자전거도로와 사람이 걷는 산책로가 구분되어 있다. 길가에는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바람과 함께 즐겁게 놀고 있다. 뻘에는 중대백로, 왜가리 등이 떼 지어 먹이를 찾고 있다. 물끄러미 새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왜가리가 장어 한 마리를 포획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망원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참 많이 아쉽지만 그나마 카메라라도 있으니 만족하면서 10여 장의 사진을 찍는다. 장어 시식 장면이 아주 실감난다. 7코스가 준 선물이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갯벌이 참 아름답다. 그 곁으론 새우와 게를 가득 담고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배들이 줄지어 소래포구로 들어선다. 풍요로운 가을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들의 넉넉한 마음이 전해진다. 즐겁고 밝은 그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행복해진다.
    해오름공원 끝에는 아주 특별한 조형물이 있다.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Seed인천 소망의 씨앗’라는 작품. 해안철책을 철거해 만든 인공조형물이다. ‘열린 바다의 의미와 소망을 담고 있는 씨앗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조금 더 걸으니 해넘이다리. 시흥과 인천을 잇는 해넘이다리 위에서는 소래포구를 드나드는 어선들의 바쁜 발걸음을 바라보기 좋다. 파도와 갯벌이 부딪히는 소리를 느껴본다. 다리의 양쪽에는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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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래생태습지공원에서 자연친화적인 흙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이 길은 소래포구까지 이어진다.
    철새들의 천국 남동유수지. 송도 신도시와 남동공단, 승기천 하류 사이에 위치하며 늪지와 갈대밭으로 조성되어 있다. 남동유수지는 금개구리 서식지일 뿐 아니라 철새들의 안식처인 저어새섬이 있다. 조석 간만의 차이로 인한 영향 때문에 만조 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습지가 안식처가 되었다.
    남동유수지 한가운데에 아주 자그만 바위섬이 있다. 2009년 멸정위기종인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가 이곳에서 처음 번식을 해서 저어새섬으로 부른다. 3월 중순부터 날아들어 10월 중순 이후에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여름철새이다. 저어새란 이름의 어원이 재미있다.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어 먹이를 이리저리 저어서 찾는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인천둘레길 7코스를 걷는 이들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동막역에서 내려서 이곳 저어새 전망데크를 찾아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지도상에 표기도 없고 안내 이정표식도 전혀 없다. 저어새섬은 전망데크에서는 망원경이 있어야 관찰이 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으니 미리 관련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이제 7코스의 마지막지점인 동막역으로 향한다. 마지막 가는 길은 홍산공단. 휴일이라 썰렁하기까지 한 길이라 살짝 긴장이 된다. 공단을 지나며 아주 멋진 콘셉트의 사옥을 발견해 잠시 구경을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카페, 레스토랑, 흡연시설까지 직원들을 위한 배려가 엿보인다. 직원도 아닌 내가 왜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좋겠다!!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듣고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7코스도 끝났다. 갯벌을 주제로 한 걷기코스여서 걷는 내내 바다여행을 온 듯했다. 칠면초 가득한 갯벌은 핑크뮬리를 연상하게 한다. 일반적인 걷기 코스와는 색달라서 걷는 내내 가슴이 설레고 종일 바다내음을 맡으며 갯벌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인천둘레길의 다른 코스는 또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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