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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山만한 랭킹] 겨울 설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BEST 7

월간산
  • 입력 2020.12.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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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언제 첫눈이 내릴까. 모름지기 겨울이라면 하얗게 눈이 내린 눈밭에서 뒹굴어야 제 맛이지만 이제 눈 보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눈이 내리더라도 코로나 시국에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山만한 랭킹’에선 방에 누워서도 질리도록 눈을 즐길 수 있는 ‘겨울 설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BEST 7’을 뽑아봤다. 

산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담긴 영화도,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영화도, 가슴 뻥 뚫리게 시원한 액션 영화도 골고루 뽑아봤다. 창문 활짝 열고 춥게 보면 더 실감나겠지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봐도 상관없다. 

7 산 
岳 | 2011 | 일본

일본 북알프스의 산악구조대를 소재로 한 이시즈카 신이치의 만화 <산 모두의 산岳 みんなの山>이 원작인 영화. 우리나라에도 <산>이란 제목의 18권짜리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일본 북알프스의 호타카산, 야리가산 주변을 무대로 주인공 시마자키 산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반가인 산포는 세계 각지의 산을 누빈 후 일본에 돌아와 북알프스에서 산악구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 주지만 이면엔 과거 등반 중 절친한 자일파트너를 잃은 어두운 과거가 있다. 그래서 그는 “산에서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이란 질문을 던지고 ‘목숨’이라고 답한다. 

그런 그가 목숨을 걸고 또다시 산에 오른다. 다수의 등반팀이 북알프스를 오르다가 동시에 조난을 당한 상황에서 산포가 구조에 나서는 것.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과 억지 감동이 슬쩍 엿보이지만 등반하는 장면 등의 디테일이 사실적이라 고산등반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볼 한 영화다. 오구리과 나가사와 마사미 등 일본 톱스타가 주인공을 맡았다. 

BEST 명대사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게 산의 절반. 즐거운 일이 일어나는 것도 산의 절반.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반반씩. 하지만 어느 쪽을 더 많이 가져갈지는 자신이 정하는 거라고.”

6 버티칼 리미트

Vertical Limit | 2000 | 미국·독일

명작 산악영화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영화 초반, 암벽등반을 하던 아버지(로이스)가 아들 피터와 딸 애니를 살리기 위해 피터에게 자신의 자일을 끊게 하는 장면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사고로 피터와 애니는 등을 돌리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K2 등반대에서 조우한다. 유명한 여성 등반가가 된 애니는 K2 등반 도중 눈 폭풍을 만나 버티컬 리미트(저산소증과 저기압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직 한계점)의 깊은 골짜기에 고립된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고작 22시간뿐. 피터는 애니를 구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에서 K2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은 “스토리는 뻔하지만 설산에서 펼쳐지는 액션이 모든 것을 보상한다”고 평했다. 집에서 편하게 시간 때우기 좋은 산악 팝콘무비. 

BEST 명대사 “피터…, 이 줄을 끊어라. 여동생을 죽게 만들 거냐? 당장 끊어!”

5 클리프행어

Cliffhanger | 1993 | 프랑스·미국·이탈리아

로키산맥에서 ‘록키’가 ‘람보’하는 영화.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으로 나온, 산악 액션영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로키산맥의 공원구조대원인 게이브 월커는 동료 핼의 연인인 새라를 구조하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산다. 아찔한 낭떠러지에서 외줄에 매달려 새라의 손을 잡고 안간힘을 쓰는 구조장면은 산악영화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의 명장면. 

이 충격으로 게이브는 산을 떠나게 된다. 8개월 후, 게이브는 구조대원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제시를 찾아온다. 게이브는 제시에게 자신을 따라 산을 떠날 것을 권하지만 제시는 거절한다. 그 순간 구조센터로 조난신고와 함께 구조요청이 들어온다. 사실 이것은 전직 첩보요원 출신인 에릭 쿼렌의 음모. 항공기로 수송 중인 현금을 공중에서 탈취하려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현금이 든 가방이 로키산맥 어딘가로 떨어져버리자 이것을 찾기 위해 로키산맥의 지형을 잘 아는 산악구조대에게 구조신호를 보낸 것. 제시의 부탁으로 구조대에 합류한 게이브는 고산에서 악당들을 상대로 정의를 구현한다. ‘나이트메어4’, ‘다이하드2’로 블록버스터영화 감독으로 급부상한 레니할린 감독과 영원한 액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만남은 지금 봐도 설렌다. 

BEST 명대사  “그녀의 마지막 눈을 본 건 나였어.”

4 히말라야 
The Himalayas | 2015 | 한국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박무택 대원(정우 분)의 끈끈한 정을 다룬 휴먼스토리 영화다. 2000년 캉첸중가 원정에서 첫 인연을 맺은 엄 대장과 무택은 14좌 중 4좌(캉첸중가, K2, 시샤팡마,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정한 형제 같은 사이다. 

시간이 지나 무택은 2004년 초모랑마 원정대의 대장으로 나섰다가 실종된다. 엄 대장은 사랑하는 후배 무택이를 차가운 산에 둘 수 없어 2005년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를 꾸려 다시 히말라야로 향한다.   

‘히말라야’ 팀은 영화 촬영을 위해 매일 8시간씩 등반 훈련을 했다고 한다. 등산으로 체력을 기른 것은 물론, 암벽등반도 훈련했다. 영화는 실제로 프랑스 알프스 몽블랑과 네팔 히말라야 등지에서 촬영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산악영화 중 가장 스케일이 크고 77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히말라야의 장관은 눈을 즐겁게 하고 깨알 같은 유머는 배가 아프게 웃게 만든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손수건을 꼭 챙겨서 볼 것. 

BEST 명대사 “이 새끼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 네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3 K2-The Ultimate High 
1991 | 영국·일본·미국

1978년 미국인 최초로 K2를 등정한 짐 위크와 루이스 하이라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변호사 테일러와 물리학자 교수인 해럴드는 함께 등반을 즐기는 친구 사이다. 자기중심적인 테일러는 자아충족과 강한 성취욕으로 등반을 하고, 성실하고 가정적인 해럴드는 평범한 삶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두 사람은 알래스카에서 등반여행을 하던 중 훈련 온 K2탐사대를 만나 함께 야영을 한다. 조심성 깊은 해럴드는 산 중턱에 캠프를 설치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으나 팀은 이를 따르지 않고 텐트를 친다. 이윽고 눈사태가 일어나고 탐사대원 두 명이 목숨을 잃는다. 테일러와 해럴드는 이 자리를 대신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이 둘은 K2로 향한다. 

함께 공격조로 나선 대원 두 명이 실종되는 등 고생 끝에 K2 정상에 오른 테일러와 해럴드.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하산 중 해럴드가 추락해 골절을 당한다. 산에서 둘 다 죽을 수는 없는 일, 해럴드는 테일러에게 자신을 버리고 혼자 내려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홀로 하산하던 테일러는 앞서 사고로 죽은 다른 대원의 장비를 구해 다시 해럴드 곁으로 향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우정을 확인하는 두 사나이의 모습이 감동적인 영화다. 

BEST 명대사  “산은 신이 허락할 때만 오를 수 있어.”

2 운명의 산 낭가파르밧 

Nanga Parbat | 2013 | 독일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등정한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가 2004년 낸 저서 <벌거벗은 산The Naked Mountain>을 영화로 옮겼다. 1970년, 라인홀트 메스너와 동생 귄터 메스너는 낭가파르바트 등정을 위해 이탈리아·독일원정대에 합류한다.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대하는 원정대원 사이에서 이 둘은 오롯이 등반에서 만족을 찾는다. 

마침내 형제는 세계 최초로 루팔벽 루트로 올라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성공하지만 하산 도중 귄터가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되고 라인홀트만 살아남는다. 라인홀트는 동상으로 발가락 7개를 잃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동생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산에서 내려오자 ‘동생의 목숨과 자신의 명예를 맞바꿨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영화는 이 사건을 라인홀트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다. 

이 영화에는 호쾌한 액션 대신 고산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과 욕망과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 준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하는 영화. 

BEST 명대사 “산은 정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저 산에 오를 뿐이다.”

1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Alpinis | 2016 | 한국 

히말라야 등정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한계를 뛰어넘어 마침내 정상에 오른 ‘인간 승리의 드라마’이기만 할까. 산악인이자 다큐멘터리영화감독 고故임일진 감독은 이런 히말라야의 의미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영화 시작에서 “산은 산일 뿐 어떤 의미도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임 감독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네 번의 히말라야 원정에서 목숨을 걸고 고산을 등반하는 산악인의 희로애락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그들의 ‘진짜 이야기’에 주목했다. 성공과 실패, 좌절과 두려움, 절망과 죽음까지 모두 말이다. 

영화에서는 고故박영석 대장을 비롯해 신동민, 강기석, 서성호 등 히말라야의 품에서 영면한 산악인의 생전 모습도 볼 수 있다. 임 감독 역시 2018년 김창호 대장과 함께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산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한다.  

BEST 명대사 “자기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요. 자기도 몰랐는데 가보니까 내가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더라… 히말라야가 그런 곳이래요.” 

※ 본 기사에 소개된 영화들은 설문조사가 아닌 자료조사를 통해 비교적 공감대가 높은 영화를 선정한 것으로,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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