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화장지·전기 없이… ‘노 임팩트’ 가족의 1년

  • 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입력 2021.01.11 09:47

    “헬스장 한 번 안 가고 1년에 10㎏를 뺀다면요? 1년간 TV 안 보고 더 좋은 부모가 된다면요? 1년간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만 먹어서 아내의 당뇨병을 막을 수 있었다면요?”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 The Documentary〉(감독 로라 가버트, 저스틴 셰인, 2009)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한 가족이 지구에 무해無害한 생활, 즉 지구 환경을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생활을 실천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임팩트’(영향)를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지구를 구해 보자는 취지다. 
    이 영화는 우리가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로 지구의 공기를 채우고, 썩지 않는 쓰레기로 온통 땅을 메우며, 플라스틱과 유독물질로 물을 더럽히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역사저술가인 콜린 비밴(정확한 나이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아내의 40회 생일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짐작된다)은 아내 미셸 콜린과 두 살 난 딸 이사벨라, 그리고 멍멍이 한 마리와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환경 위기에 무력한 자신을 자각하고 1년 동안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를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다. 
    우선 텔레비전을 집안에서 치우고, 전기를 아끼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며, 집안에서든 밖에서든 일회용품을 철저히 배격하기로 한다. 포장 음식을 멀리하고 제철 식재료로 집안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남편의 제안을 들은 아내는 “나는 달달한 음식 중독에 리얼리티 TV 중독이며, 육식파派라 걱정”이라면서 프로젝트 개시 1주일 전에 옷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고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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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환경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실행하고 있는 콜린 비밴 가족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텃밭을 가꾸며, 자전거로 도심을 이동하고 있다.
    콜린은 “미국인 1명이 1년 동안 평균 0.7톤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하루에 미국에서 매립되는 일회용 기저귀만 4,900만 개로 매립 쓰레기 중 3위를 차지한다”면서 아이 기저귀를 천 기저귀로 바꾼다. 
    400㎞ 이내에서 재배된 것만 먹기로 하고, 양배추, 감자, 당근 등을 주된 소재로 집에서 조리해서 식사를 해결했다. 미국에선 농장에서 가정까지 평균적으로 2,400㎞를 운반하고 식품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논리로 미국에서 커피가 생산되지 않으니 커피까지 끊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위크>에 다니는 아내는 “원고를 며칠 내로 완성해야 하는데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푸념이다. 하지만 남편은 “프로젝트는 계속 수행돼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들은 새 옷을 안 사고, 포장 음식을 전부 끊었으며, 구독하던 신문과 잡지도 중단했다. 본인의 컵을 들고 다니며 음료수를 마시고, 플라스틱에 담긴 물과 음료수도 전부 끊었다. 재활용되는 통에 담긴 베이킹소다로 이를 닦고, 키친 타월 대신에 낡은 옷감을 사용했다.
    아내 미셸은 킥보드를 타고 출근했다. 물론 이는 이 가족들이 맨해튼에서 거주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리랜서인 남편이 음식 만들기, 설거지, 어린 딸 육아까지 도맡아서 했다. 
    이 가족은 심지어 화장실에서 화장지까지 퇴출시켰다. 헌 옷감으로 뒷일을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생활이 큰 불편을 초래하는 건 당연지사. 회의적인 아내와 남편은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아내: 나 회사에서 쫓겨나겠어. 위생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남편: 어차피 1년만 해보는 건데, 뭐.
    아내: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다가 우리 너무 극단적인 괴짜로 찍히는 거 아닐까?
    남편: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는 거지. 하지만 해보고 환경적으로 낫단 걸 알게 되고 위생적으로 해낼 수만 있다면 값진 거잖아. 그치?
    아내: 화장지가 왜 나쁜 건데?
    남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일 나무가 필요한데, 화장지 만들려고 베잖아. 우리는 자문해야 돼. 일회용 문화가 과연 필요한가? 힘든 과제야. 일회용 문화를 분석해야 하니까. 버리는 문화가 너무 팽배해 있거든. 잘하면 버리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내: 그런데 나는 내키지 않아. 미심쩍고 자신도 없어져.
    가족의 힘겨움 속에서도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세제는 식초와 비누, 베이킹소다 등을 섞어 만든 천연세제를 사용했고, 전기를 안 쓰기 위해 빨래는 욕조에 물을 채워 세제를 풀어서 딸과 함께 발로 밟아 해결했다. 아내도 화장품을 모두 모아 보관하면서 1년 동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남편의 고집을 어떻게든 이해하려 애쓰는 아내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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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해튼 잡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아내 미셸이 킥보드를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2007년 3월 22일자 뉴욕타임스에 ‘화장지 없는 1년The Year Without Toilet Paper’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고, 그 뒤로 지역 라디오 방송,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 등 여러 미디어에서 인터뷰가 쇄도한다. 심지어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까지 TV 출연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이들은 “우유는 반드시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먹어야 한다”며 실제 목장을 방문해 소를 키우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 지역사회에서 제공한 작은 텃밭에 채소를 심는 법을 배운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 브롱크스에 있는 쓰레기 적하장에도 다녀온다. 그곳에 하루에 디젤 트럭 1만2,000대가 드나든다는 사실에 경악한 아내도 무분별한 대량 소비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 6개월째에 접어들자 콜린은 아예 전기 차단기를 내려 집에서 전기를 쓰지 않기로 한다. 블로그 연재를 위한 노트북 작동을 위해 집 지붕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긴 했으나, 그 외엔 밤에도 촛불만 켜놓으면서 전기 없는 생활을 고집스레 지켜나간다.
    음식 보관이 가장 큰 관건. 콜린은 나이지리아에서 사용한다는 ‘겹 항아리’ 냉장법을 호기롭게 도입한다. 두 항아리 사이에 모래를 채워서 온도 차이를 이용한다는 원리. 하지만 아이에게 먹일 우유와 음식이 상하는 등 효과가 없자 결국 이웃집에서 아이스박스를 빌려와 냉장고를 대신한다.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전기 없이 사는 극단적인 시도에서 가장 큰 고민은 냉장고 문제였다.
    TV도 없고 전기도 없으니 자연스레 야외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자전거를 타고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 가고, 딸을 도심 분수대에서 놀게 한다.
    다큐멘터리 <노 임팩트 맨>의 미덕은 굳이 극적인 사건을 보여 주려 애쓰는 대신 실제 있었던 그대로 카메라에 담으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도시 텃밭 가꾸는 걸 도와주는 환경운동가가 이 부부의 활동이 “위선적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식이다. 기록에 충실한 까닭에 다소 구성이 산만해진 측면도 있다. 미셸이 그토록 열망하던 두 번째 아이를 가졌다가 자연유산하는 장면들이 그렇다.
    <노 임팩트 맨>은 2009년 제25회 선댄스영화제 ‘스펙트럼’ 부문 후보에 오르고, 제29회 하와이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에 대해 “충격을 주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례를 보여 줌으로써 실천하게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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