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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해외여행정보] 아이거 북벽 코앞까지 고속곤돌라 간다

글·사진 융프라우철도 제공
  • 입력 2021.01.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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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익스프레스’ 개통…그린델발트~융프라우요흐 40분이면 도착

그린델발트 터미널(943m)과 아이거글레처(2,320m)를 잇는 6.5km의 고속곤돌라.
그린델발트 터미널(943m)과 아이거글레처(2,320m)를 잇는 6.5km의 고속곤돌라.

스위스는 알프스 산악국가다. 그렇다고 국토 전체가 그렇진 않다. 알프스산악은 60%뿐. 나머지는 서쪽의 쥐라산맥(10%), 알프스 북방의 고원지대(해발 400~700m, 동서 300km)다. 그러 면 스위스의 알프스가 유럽알프스(19만2,753㎢)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14%로 크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에겐 스위스가 알프스 중심처럼 다가온다. 왜 그럴까.

거기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아이거, 마테호른, 융프라우 같은 기념비적 고봉이 대체로 스위스에 있어서다. 유럽알프스에 4,000m급 고봉은 모두 82개. 그런데 절반이 넘는 48개가 스위스 것이다. 19세기가 열림과 동시에 개막한 알피니즘의 황금기에도 그 중심은 스위스였다.

융프라우의 스키장에서 스키장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트리오를 마주 보며 활강하는 스키어.
융프라우의 스키장에서 스키장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트리오를 마주 보며 활강하는 스키어.

6.5km의 케이블을 단 7개의 지주로 지탱

2020년 12월 5일, 융프라우에서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아이거 익스프레스Eiger Express' 고속곤돌라 개통이다. 이 고속곤돌라는 그린델발트 터미널(943m)과 아이 거글레처(2,320m)를 잇는 6.5km의 케이블웨이cableway다. 아이거 익스프레스는 융프라우철도Jungfraubahn가 무려 5,800억 원을 투입해 3년여 준비 끝에 완공시켰는데, 이 시대에 요청되는 제반가지(친환경, 속도, 전망, 편의성, 안전성, 쾌적함)을 완벽히 갖췄다.

두 기점의 고도차는 1,377m, 거리는 6.5km이다. 위치는 아 이거 북벽의 코앞. 이 시설은 '친환경'을 철저하게 지켰다. 핵심은 단 7개의 중간지주로 6.5km에 이르는 케이블과 44개의 초대형 곤돌라를 지탱하는 것으로, 스위스 도플마이어가 개발해 유럽스키장에 시공해 온 공법 중에서도 가장 최신 기술이다. 시속 100km 강풍에도 곤돌라 운행이 가능하다.

26명 정원의 곤돌라는 전체가 통유리창이어서 주변 경관을 막힘없이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동 시간을 47분이나 단축시킨 쾌속성이 장점이다. 왕복 94분(1시간 34분)이 줄어든 만큼 융프라우관광 충실도가 훨씬 높아진 셈이다. 이것은 1912년 융프라우철도 개통에 못지않은 쾌거다.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신설 그린델발트 터미널 역(943m)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신설 그린델발트 터미널 역(943m)

이런 기술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아이거 익스프레스 개통의 의미는 크다. 등반가의 전유물이던 아이거봉을 평범한 인류의 품 안에 되돌려주는 계기가 되어서다. 그래서 얻을 것은 크다. 산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더욱 많은 이에게 심어줄 것으로 보여서다.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가 없던 시절, 여행자들은 아이거봉 아래 클라이네샤이데크(2,061m)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북벽의 위용을 절감했다. 너무 높은 절벽을 너무 가까이에서 기차가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을 출발과 동시 에 원거리의 북벽부터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초단위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며 그 벽의 요철까지도 세세히 살피는 기회를 갖는다. 그런 뒤 클라이네샤이데크에 걸어 내려가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장벽의 아이거봉을 바라보아야 제격이다.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철도역 건너편 언덕의 벨 뷔Bell Vue와 데잘프Des Alp 두 호텔이다. 19세기 빅토리아풍의 이 호텔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한 세기 전으로 회귀하는 듯한 특별한 체험에 휩싸인다.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가 도착하는 정상 아이거글레처(2320m) 탑승장.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가 도착하는 정상 아이거글레처(2320m) 탑승장.

해발 3,454m의 ‘겨울 왕국’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의 정상역 이름은 아이거글레처Eigergletscher(아이거 빙하)이다. 역사엔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 레스토랑이 눈 덮인 아이거봉 모습의 초콜릿을 만 드는 공방과 함께 있다.

이 아이거글레처의 곤돌라역과 철도역은 융프라우철도 레일을 끼고 양편에 포진한 형국이다. 두 역은 환승용 실내통로로 연 결됐다. 곤돌라로 당도한 뒤 역을 통해 밖으로 나서면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 세 봉우리를 등지고 저 아래 클라이네샤이데크를 향하는 다운힐 하이킹 코스인 ‘아이거 워크(3km)’가 열린다. 지금 같은 스키시즌엔 곤돌라 역의 테라스에서 이어지는 트레일 로 다운 힐 스킹을 즐긴다. 아이거글레처는 ‘아이거노르트반드 Eigernordwand(아이거 북벽)’라는 이름의 6인승 체어리프트로 도 오를 수 있다.

융프라우관광의 하이라이트라면 역시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융프라우·묀히 두 봉 사이의 안부)’이다. 이곳엔 유럽대륙의 철도역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을 의미하는 ‘톱 오브 유럽Top of Europe(3,454m)’이란 이름의 철도역(암반지하)이 있다.

이름만 역이지 실제는 해발 3,454m 만년설의 설원에 마련된 놀이동산이다. 주변의 베르너오버란트 알프스산악 풍경과 더불어 눈썰매와 스키, 짚라인을 즐기는 ‘스노 펀 파크Snow Fun Park’가 조성돼 있다. 한 시간만 걸으면 묀히 산장에 닿는 스노 하이킹도 즐길 수 있다.

실내도 마찬가지. 융프라우철도의 개발 역사 등을 무빙워크로 즐기는 알파인센세이션Alpine Sensation, 빙하를 뚫어 만든 터널형태의 얼음궁전Ice  Palace이 레스토랑, 린트 초콜릿숍, 기념품상점과 함께 있다.

피르스트의 클리프 워크에서 정면으로 조망되는 아이거 북벽.
피르스트의 클리프 워크에서 정면으로 조망되는 아이거 북벽.

이 ‘놀이시설’에는 입장권이 따로 없다. 융프라우철도패스 하나만 있으면 만사 OK다. 매점에선 우리나라의 신라면도 판다. 톱 오브 유럽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더 높은 곳에 들어선 기상관측소 ‘스핑크스’에도 갈 수 있다. 해발 3,571m 높이에 야외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알레 취빙하는 물론 주변 알프스 산경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융프라우철도는 여기로 관광객을 수송하기 위해 가설한 철도다. 이제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개통함으로써 ‘톱 오브 유럽’으로 가는 길이 47분이나 단축되었다. 경쟁관계에 있는 체르마트의 고르너그라트보다 19분 더 걸리던 것이(베른 기준) 이젠 28분이 나 더 줄어들었다. 겨울관광의 핵심인 스키 경쟁력 있어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의 경쟁국보다 한 발 더 앞 서나가게 되었다.

융프라우 지역의 스키학교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융프라우 지역의 스키학교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융프라우에서 스키 점프를!

우리나라 스키어에겐 아직 융프라우 스키가 생소하다. 융프라우 지역은 6개 철도선이 서울 지하철처럼 산악 전체를 연결하는데 스키시즌엔 이 철도까지 리프트 기능을 한다. 그런데 올 시즌엔 아이거북벽 밑까지 15분 만에 데려다 주는 고속 곤돌라(아이거 익스프레스)까지 가세했다. 당분간 스키어의 관심은 융프라우 로 집중될 게 틀림없다. 융프라우 스키장의 최고 시즌은 봄(2월 하순~4월 초)이다.

융프라우 여행 정보

■융프라우 스키장

스키장은 크게 네 지역으로 나뉜다. 클라이네샤이데크를 중심으로 그린델발트 마을(동편)과 벵엔마을(서편), 그리고 맨리헨 정상~그린델발트(터미널에서 곤돌라 탑승) 및 피르스트(그린델발트 마을에서 곤돌라 탑승)이다. 스키는 물론 스노하이킹과 슬레딩Sledging(썰매 타기)도 즐길 수 있다. 스노하이킹과 슬레딩 트레일은 스키 트레일과 별도 조성됐고, 길에는 안내판도 잘 설치되어 있어 초심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2020/21 시즌은 12월 5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다.

■VIP 패스 

1~6일권이 있으며 한국인 전용권이다. 여기엔 융프라우요흐 1회 왕복승차권이 포함돼 있다. 이 패스로는 곤돌라와 철도,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쇼핑 할인 혜택도 있다. 가격은 현지의  외국인  대상  패스보다   훨씬  저렴하다. 출국 전 국내에서 ‘융프라우철도 할인쿠폰’을 수령, 상세기입한 뒤 융프라우철도 소속 역에 제시하고 현금(스위스프랑)이나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 할인쿠폰은 동신항운 홈페이지(www.jungfrau.co.kr)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쿠폰과 함께 융프라우철도 가이드북(60쪽)도 제공한다. 문의 02-756-7560.

■기타 참고사항


1. 유럽행 항공편의 경우 25kg 가방 한 개만 수하물로 부칠 수 있다. 스키장비의 경우 과다수하물로 분류, 개당 100유로 정도를 추징한다. 따라서 플레이트와 폴은 현지에서 빌리는 것이 경제적이다. 아이거 익스프레스 터미널 1층에 새로 개장한 렌털숍이 있다.

2. 융프라우스키장에서는 스위스 연방의 자가 방역 규정이 적용된다. 차내(곤돌라 포함)와 실내(주차장 포함)에선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대기열에선 야외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스키를 타는 중에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터미널과 산중의 식당은 문을 열지만 동시 입장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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