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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난공불락 겨울 K2, 마침내 정상을 허락하다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1.01.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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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 합동대 10명 등정…이로써 히말라야 14좌 모두 동계 초등

K2 전경. 사진 셔터스톡.
K2 전경. 사진 셔터스톡.

1980년 에베레스트 동계 초등부터 시작된 인류의 히말라야 14좌 동계 등정 레이스가 세계 2위봉 K2(8,611m)가 동계 초등되며 마침표를 찍었다. 현지 시각 1월 16일 오후 4시 58분, 네팔인 연합 원정대의 10명 대원이 한꺼번에 정상에 섰다. 차례로 오르다가 정상 10m 직전에서 한데 모여 다같이 올랐다. K2는 1987~1988년 폴란드·캐나다·영국 원정대가 최초 해발 7,300m에 진출한 뒤 많은 원정대가 동계 시즌에 정상을 시도했다. 2002~2003년에 폴란드 원정대가 해발 7,650m 지점까지 진출했던 게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K2 노멀 루트 등반 시 가장 위험한 지점인 8,200m 고도의 ‘보틀넥’ 구간을 네팔인 등반가가 오르고 있다. 사진 창 다와 셰르파.
K2 노멀 루트 등반 시 가장 위험한 지점인 8,200m 고도의 ‘보틀넥’ 구간을 네팔인 등반가가 오르고 있다. 사진 창 다와 셰르파.

초등자 10명은 니르말 푸르자, 겔제 셰르파, 밍마 데이비드 셰르파, 밍마 겔제 셰르파, 소나 셰르파, 밍마 텐지 셰르파, 펨 치리 셰르파, 다와 템바 셰르파, 킬리 펨바 셰르파, 다와 텐징 셰르파다. 세븐서밋트렉 원정대 대장으로 베이스캠프에서 지휘한 창 다와 셰르파는 “이는 등반사에서 최고의 업적이다. 뛰어난 팀워크의 결실이다. 산이시여, 등반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전 세계가 자랑할 만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동계 시즌에 K2를 시도한 원정대는 총 4개 팀이다. 밍마 겔제 셰르파, 다와 텐징 셰르파, 킬리 펨바 셰르파 3명으로 이뤄진 원정대가 있고, 셰르파족이 아닌 네팔인 니르말 푸르자가 이끄는 원정대는 6명의 셰르파 가이드가 동행했다. 이외에 욘 스노리(아이슬란드), 무하마드 알리 사드파라(파키스탄), 그의 아들인 사지드 알리 사드파라 3명의 원정대도 있었다. 

2 드론으로 촬영한 K2 베이스캠프 전경. 사진 창 다와 셰르파.
2 드론으로 촬영한 K2 베이스캠프 전경. 사진 창 다와 셰르파.

12월 29일 가장 뒤늦게 베이스캠프에 들어온 원정대는 가장 대규모 원정대였다. 네팔 최대의 원정대행사인 세븐서밋트렉 원정대로 고객 등반가 22명과 셰르파 가이드 27명이다.

12월 내내 고요한 날씨가 이어져 많은 등반 시도가 있었다. 니르말 푸르자의 원정대는 12월 말 모든 장비를 6,700m의 캠프2에 올려놓았다. 고정캠프를 더 이상 설치하지 않고 한 번에 정상 등정을 감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월 초 텐트들과 장비가 모두 바람에 쓸려 내려갔다. 침낭, 버너 등을 포함해 등정 당시 착용할 고소의류, 장비 일체가 사라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장비를 다시 준비해 등정을 계속 이어나갔다.

 K2 정상에 선 세븐서밋트렉 소속의 소나 셰르파.
K2 정상에 선 세븐서밋트렉 소속의 소나 셰르파.

이들은 밍마 겔제 셰르파 원정대의 대원들 및 늦게 합류한 세븐서밋트렉의 셰르파들과 힘을 합쳐 세븐서밋트렉의 지휘 아래 함께 등반하기로 결정했다. 1월 초 고정 로프 설치조가 나서 7,050m까지 로프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강풍으로 며칠 등반이 중단됐으나 곧 다시 맑은 날씨가 찾아왔다. 이에 10명의 셰르파 정예 대원이 선발됐다.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월 14일 7,350m에 캠프3를 설치했다. 통상적인 고도보다 높은 곳이다. 이때 고정로프는 7,600m까지 가설했다. 또 이들 중 4명이 이튿날 캠프4(7,800m)까지 로프를 설치한 뒤, 그 다음날인 1월 16일 새벽 1시경에 전원이 캠프3를 출발해 정상까지 한 번에 전진했다. 네팔인 3개 팀 합동대가 역사적인 K2 동계등정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알렉스 가반(좌)과 타마라 룽거(우). 사진 타마라 룽거.
알렉스 가반(좌)과 타마라 룽거(우). 사진 타마라 룽거.

“알피니즘 아니다” Vs “성취 응원”

1월 중순 현재 원정은 계속 진행 중이어서 더 많은 등정자 또는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등정이 있던 16일, 캠프1에서 하산 중이던 이탈리아의 세르지 민고테가 갑자기 쓰러졌고, 신속하게 응급처치가 있었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이외에 하단 캠프를 왕복하던 등반가 중 소화기 등에 이상이 생긴 서양인 세 명이 헬기로 후송됐다.

이번 시즌 K2 동계등반은 세간의 이목이 크게 집중되는 만큼 많은 논란이 있었다. 먼저 세븐서밋트렉에서 지난 한 해 내내 고객을 모객해 원정대를 꾸린 방식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많았다. 인공산소를 비롯해 충분한 물자를 갖춘 고정캠프, 또 거의 전 구간에 설치하는 고정로프, 많은 셰르파 가이드의 도움과 협업 등에 관해 ‘이것은 알피니즘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논평이나 댓글들이 쏟아졌다. 마지막 남은 8,000m 봉우리의 동계 초등은 좀더 ‘순수한’ 방식으로 등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세븐서밋트렉 원정대에 고산 등반 경험이 거의 없는 캐나다 여성, 8,000m 등반 경험이 없는 19세 영국 여성 등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러한 지적은 더욱 거세졌다. 이탈리아의 타마라 룽거, 루마니아의 알렉스 가반 등 8,000m 등반 경험이 많은 산악인들이 이들과 동등한 대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도 같이 전해져 비판론이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준비된 산악인만이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셰르파 원정대의 성취를 담담히 응원하는 이들도 많다.

한편 이외에 다른 8,000m 봉에서도 동계등반이 진행 중이다. 알렉스 치콘, 시모네 모로 등 3명은 네팔 마나슬루에 도전한다. 1월 중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또 미국·헝가리 2인조는 브로드피크 동계등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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