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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캠핑요리] 김치가 가장 맛있는 2월…손질 필요없는 최고 재료

월간산
  • 입력 2021.02.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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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요리⑭] 전북 진안 캠핑장에서 만난 요리

2월은 김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달이다. 지난가을 김장했던 것이 2월 초에는 너무 잘익어 완벽한 맛을 내고, 설 명절이 지나고 3월이 가까워지면 폭삭은 맛이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된다. 김치는 그 자체로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별도의 손질 없이 통으로 넣어 먹거나 자르는 방법, 같이 요리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과 식감을 낸다. 밥하고도 잘 어울리고, 술안주 하기 좋으니 이보다 더 간편하고 맛있는, 호불호가 없는 요리는 없는 것 같다. 

집집마다 맛이 달라 여러 가족이 모이는 캠핑장에서 다양한 김치맛을 볼 수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 땜에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흘러넘치지 않을 만한 큰 코펠만 있으면 되는 맛있는 김치 요리를 해보자. 

최근 들어 중국인들이 김치가 자기들 음식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과연 중국 캠퍼들의 짐 안에도 김치가 들어 있을까? 그들도 겨울에 캠핑하면서 김치 요리를 해먹는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맛을 모른다면, 김치의 종주국이 될 자격이 없다.

돼지고기 김치찜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모르는 요리가 바로 돼지고기 김치찜일 것이다. 아마 이 둘은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맺어지지 못할 뻔했다. 국물을 넉넉히 하면 찌개가 되지만, 뭉근하게 오래 익혀 국물이 자작하게 되면 김치찜이 된다. 돼지고기는 어느 부위도 좋다. 대신 오래 익혀야 하기 때문에 작게 썰어 준비하지 말고 가급적 통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삼겹살의 경우 껍질이 있는 통삼겹살, 갈비는 찜용 갈비, 등뼈, 덩어리로 된 돼지머리도 좋다.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먼저 큰 코펠에 물을 두 컵 정도 붓고, 고기를 넣은 뒤 그 위에 김치를 덮으면 된다. 익히는 시간은 김이 나기 시작한 때부터 중간 불로 한 시간 남짓이다. 익는 내내 맛있는 향기가 캠핑장 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한겨울, 눈이 소복이 내린 마이산이 보이는 전라북도 진안의 캠핑장. 진안은 맛있는 흑돼지로 유명한 곳이다. 시골 장터에서 통으로 끊어온 돼지고기와 김치를 같이 먹는 것만으로 면역력이 솟아날 것 같다. 

고등어 김치찜 

코펠 바닥에 두툼하게 무를 깔고 기름기 잘 오른 생고등어를 토막 내어 올려보자. 그 위에 김치를 통으로 올리고 약간의 된장만 넣으면 끝이다. 별도의 양념이나 기술이 필요 없다. 단지 한 시간 정도 뭉근한 불에서 익힐 뿐이다. 

김치의 조직은 무장을 해제하고 고등어의 비릿한 향기는 김치와 어울려 감칠맛으로 둔갑해 버린다. 익히는 동안 향기로 음식이 완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가급적 요리는 텐트 밖에서 하는 것이 좋다. 갓 지은 쌀밥 위에 올려 먹어도 좋고, 미리 준비한 상추쌈과도 잘 어울린다. 고등어 김치찜이 등장하면 밥이든 술이든 평소 먹는 양보다 과식하게 되니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치 스지탕

김치는 보통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건 한우 스지와 만나지 않았을 때의 얘기다. ‘질기고 잘 익지 않는 스지를 어떻게 캠핑장에서 해먹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단 이 맛을 알고 나면 겨울 캠핑장에서 빠질 수 없는 요리가 된다. 고급진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마치 캠핑장에서 왕이 된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큰 코펠에 미리 핏물을 빼서 준비한  스지와 김치를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된다. 처음 20분은 약간 센 불로 끓이고, 그 이후 한 시간 30분은 중간 불로 뭉근하게 끓이는 게 좋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뭐라 할 수 있지만, 별도의 다른 재료나 번거로운 손질, 조리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숟가락으로 푹 떠먹는 스지의 깊은 맛과 김치의 얼큰함이 아주 조화로운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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