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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등산 Q&A] 저체온증 조치…젖은 옷 벗긴 후 뜨거운 음료 마시게 해야

글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사진 셔터스톡
  • 입력 2021.02.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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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조치 안 하면 2시간 내 사망

Q 동절기 산행 때 추위에 의해 걸리기 쉬운 동상과 저체온증의 증세와 예방법을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여진호

동상은 추위에 노출된 신체 부위의 조직이 어는 것을 말합니다. 피부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촉각과 통각이 소실되고, 더 아래로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멈추면서 피하조직세포의 물이 얼기 시작하며 동상이 일어납니다.

특히 고소에서는 탈수와 적혈구가 증가하므로 혈액이 농축되면서 혈류가 느려지고 혈전 생성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같은 기온일지라도 저소보다는 고소에서 동상의 위험이 더 높습니다. 고산의 한랭지에서 등산하는 산악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복병은 바로 동상입니다.

동상이 잦은 부위는 손, 발, 귀, 코 등 평소 의류의 혜택을 못 받는 부위나 외부로 튀어나온 부위의 조직입니다. 특히 손은 부피에 비해 가장 넓은 피부면적을 갖고 있으므로 다른 부위보다 빨리 업니다. 손과 발은 심장에서 멀기 때문에 평소에도 혈류공급이 좋지 않은 곳이어서 혈관수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추위에 약합니다.

동상 예방을 위해서는 방한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기온이 높을 때는 폴라텍 소재의 장갑을 끼고, 추울 때는 보온재가 들어 있는 고어텍스 소재의 장갑이 눈과 비에 강합니다. 고어텍스 장갑은 길이가 긴 것을 택해야 보온이 잘되고 눈에서 활동해도 물이 스며들지 않습니다. 또한 장갑 속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손목 부분에 조절 끈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발의 동상 예방을 위해서는 보온성, 탄력성, 흡습성을 겸비한 기능성 합성섬유 소재의 양말을 신어야 합니다. 꽉 조이는 양말은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알맞은 크기를 신어야 합니다.

목과 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얼굴만 나오는 목출모(발라클라바)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 중에 체열의 60%가 머리와 목 부분에서 발산되기 때문에 추운 환경에서는 머리를 보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모자는 눈, 코, 입 부분만 밖으로 노출되고 머리 전체와 귀와 목 부분까지 뒤집어쓰게 되어 있어 매우 우수한 보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발라클라바를 쓴 위에 오버재킷에 부착된 후드hood를 쓰거나 다른 모자를 덧써서 보온기능을 보강하면 더욱 좋습니다. 소재로는 폴라텍, 울이 사용됩니다.

동상은 사후조치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은 의류로 보온을 유지해 주는 것이 최우선이며, 행동 중에는 땀을 덜 내도록 하며, 맨손으로 아이젠이나 피켈 등 금속제 장비를 만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발의 동상은 등산화 끈이나 아이젠의 조임 밴드를 지나치게 꽉 조여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걸릴 수 있습니다. 비박 중에는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하고, 마사지를 하여 혈액순환을 도모해야 합니다. 습설지대에서는 장갑과 양말이 젖어 동상을 발생시키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고소에서 동상을 입었다면 최대한 빨리 하산을 서둘러야 합니다. 동상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 조기치료를 해야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증상은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1도는 피부가 빨갛게 붓고 가려움증이 생기며, 2도는 수포가 생기고 번지기 쉬우므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는 즉시 하산해서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3도로 진행되면 동상 부위가 썩고 이때는 뼈까지 썩어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저체온증hypothermi은 중심체온이 추위에 의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춥고, 습하고, 바람 부는 한습풍寒濕風 환경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저체온증이라 하며, 심한 체온저하는 생명에 지장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정상적인 사람의 중심체온 37.2℃이며 체온이 34~35℃로 떨어지면 근육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게 됩니다. 더 낮은 체온에서는 뇌기능이 저하되고 25~28℃까지 떨어지면 심장박동이 느려져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야외에서 활동하는 산악인들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몸이 젖고 피로했을 때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험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방풍 방수 보온에 필요한 의류를 준비하지 못하면 체열 손실을 막지 못해 수 시간 내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체온손실이 일어나는 요인은 건강상태, 영양섭취의 불균형, 눈, 비, 바람에 대한 대비책부족, 극심한 피로 등입니다.

체온변화에 따른 증상은 4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 증상은 심한 오한으로 몸이 떨립니다. 이는 몸이 스스로 체온을 올리기 위한 몸부림이며, 체온이 32℃ 이하로 떨어지면 떨림마저 없어집니다.

2단계 증상은 불안하고 초조하며 졸음이 옵니다. 모든 일에 관심과 의욕을 잃고, 판단력과 시력이 흐려지며 졸음이 옵니다.

3단계 증상은 기억력이 저하되고, 헛소리를 하며 의식이 흐려지고, 손과 발이 차가워집니다.

4단계 증상은 맥박과 호흡이 현저하게 약해지며, 정신착란, 혼수상태, 호흡중단 등 신체기능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저체온증은 최초의 증세가 나타난 후 허탈감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시간 정도며, 그 다음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저체온증의 증상과 징후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며, 만약 동행자가 한 가지 이상의 증상과 징후를 보일 때는 주의 깊게 관찰해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저체온증 환자의 처치는 더 이상 체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열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열손실 방지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환자를 악천후로부터 대피시켜야 하며, 따뜻한 침낭 속에 집어넣고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뜨거운 음료를 마시게 하여 체열의 저하를 방지해야 합니다. 환자를 침낭 속에 수용할 때는 환자의 젖은 옷을 모두 벗기고 미리 체온으로 덥혀진 침낭에 동료가 함께 알몸으로 들어가 따뜻한 몸으로 감싸 안는 피부접촉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환자가 큰 위험에서 벗어나 체온을 찾으면 열 생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시키는 것이 체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환자는 그냥 눕히지 말고 매트리스, 낙엽, 비닐, 배낭, 옷가지 등을 깔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최대한 막아 주어야 하며 가까운 산장, 텐트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시켜 스토브를 가열해 체열이 올라가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저체온증에 걸린 사실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지 말고 동료들이 환자의 증상과 징후를 판단해 즉시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응급조치를 취한 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지체 없이 병원으로 호송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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