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독자산행기] 내 친구 ‘아미’를 소개합니다

박정도 부산시 사하구 다대로
  • 입력 2021.04.23 09: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미산의 진달래 앞에 선 필자.
아미산의 진달래 앞에 선 필자.

우리 가족 보금자리가 부산 사하구 다대동이다 보니 집 주변에 자리한 아미산을 자주 찾는 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휴일이 돼 무료하거나 생업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어김없이 아미산을 오른다.

아미산은 장림동과 다대동에 걸쳐 있는 높이 234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부담 없이 찾아 오르내릴 수 있다. 산 정상에는 응봉봉수대鷹峯烽燧臺 터가 있고, 모형으로 봉수대도 만들어 둬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응봉봉수대는 낙동강 하구 일대와 몰운대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맑은 날씨엔 거제도 연안과 대마도까지 감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두루 알다시피 봉수대는 옛날에 나라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외적의 침략 등 변란이 일어났을 때에 그 사실을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보내 중앙으로 알리는 통신시설의 하나다. 

응봉봉수대는 전국 5개 봉수대 가운데 직봉 제2로 기점으로서 여기서 한낮에 올린 봉수는 양산, 경주, 영천, 안동, 단양, 충주, 경기 광주를 거쳐 해가 지기 전에 최종 집결지인 서울 남산봉수대에 도착하는 게 원칙이었다. 전국적으로 총 673개의 봉수대가 있었다.  

집에서 나서 10여 분 걸어 아미산 초입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분은 산뜻해진다. 아미산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신은 맑아지며 생업에서 받은 갖가지 스트레스나 번민거리는 사르르 녹아든다. 그런 까닭에 나는 휴일이 다가오면 습관적으로 아미산을 찾는다.

진달래, 산딸기 먹는 재미 쏠쏠

아미산에는 참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팽나무, 자귀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나무가 즐비하다. 간혹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다람쥐나 청설모를 만날 수 있고 소야곡을 부르며 짝을 찾아 배회하는 꿩이나 산비둘기도 구경할 수 있다. 

산이 낮고 오르내리기가 쉬워서 워낙 자주 찾아 아미산 산행 길은 이제 손금 보듯 훤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눈을 감고도 정상의 응봉봉수대까지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

응봉봉수대에 올라 산바람에 땀을 식힌 뒤에 다대포 바다나 낙동강 하구를 조망하면 가슴이 시원하고 남다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길러진다. 이런 맛에 산을 즐겨 찾지 않나 싶다. 생업현장에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 생겼을 때에 산 정상에서 강과 바다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거나 목청 돋워 노래를 부르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고민거리나 스트레스가 말끔하게 풀리는 기분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쉽게 해결되는 고민거리가 있고 오래도록 해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거리가 있다. 그런 고민거리를 나는 아미산을 오르내리며 해소한다. 동네 앞 아담한 동산 같은 아미산은 내게 하나의 친구이자 기나긴 삶의 동반자나 마찬가지다.

아미산은 풍광이 빼어난 산은 아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자주 찾는 우리 동네가 자랑하는 명품 산으로서의 값어치를 지녔다. 집에서 가까워 한달음에 갈 수 있는 산이어서 전혀 부담이 없다. 뼈나 관절이 약한 노약자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어서 산에는 언제나 휴식과 운동을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또한 아미산 자락엔 진달래나 산딸기나무가 많다. 그래서 봄철엔 진달래 꽃잎이나 산딸기를 따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봄철이 오면 참꽃으로 불린 진달래나 산딸기를 즐겨 따 먹으며 소소한 동심의 즐거움을 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시 돋친 푸른 잎사귀 사이로 붉게 보이는 산딸기는 언제 보아도 눈길을 끌며 내 마음을 사로잡는 보배 같은 야생 열매다. 그리고 곳곳에 핀 진달래를 보며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읊조려 보곤 한다.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사시사철 아미산은 내게 휴식과 위안을 준다. 언제든 산을 찾기만 하면 포근하게 안아 주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내게 아미산은 ‘천년지기千年知己’나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