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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전라도의 숨은 명산 : 신안 어깨산] 지붕도, 다리도, 우체통도 모두 ‘보랏빛 향기’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 입력 2021.04.23 09:49
  • 수정 2021.04.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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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과 둘레길 트레킹, 등산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

박지도에서 두리마을로 이어지는 퍼플교.
박지도에서 두리마을로 이어지는 퍼플교.

신안군은 대부분 섬으로 이루어진 고장이다. 우리나라 섬의 숫자는 해양수산부 발표 2015년 기준으로 유인도 482개, 무인도 2,876개 등 총 3,358개다. 그중에 전라남도는 무려 65%인 2,165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신안군에서는 전라남도 섬의 절반가량인 1,004개의 섬이 소속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신안군이 섬 마케팅으로 관광자원화에 집중하는 이유다.

신안 ‘퍼플섬Purple Island’으로 알려진 반월도, 박지도는 해외에서 더 주목 받는다. 미국 CNN, FOX NEWS에서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 이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독일 최대 위성TV 프로지벤Prosieben과 홍콩의 유명 여행 잡지 <U magazine>에도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1~2022년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꼭 가봐야 할 한국의 대표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었다.

섬 곳곳에는 바다와 어우러진 포토존이 많다. 1004섬 상징 조형물.
섬 곳곳에는 바다와 어우러진 포토존이 많다. 1004섬 상징 조형물.

5~6월 라벤더 꽃이 필 때가 절정

반월도, 박지도는 남도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섬이지만, 2015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선정 이후 대한민국 최초로 3개의 섬을 캔버스 삼아 과감한 시도를 했다. 섬 도라지에서 착안해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도배했다. 보라색은 고귀함, 신비주의 등 긍정적인 뜻이 있지만, 반면에 우울, 불안, 사치, 허영을 뜻하기도 한다. CNN에서 말했듯 ‘도박에 가까운 승부’였다.

섬 사이를 잇는 총길이 2.1km에 달하는 다리를 온통 보라색으로 칠했다. 마을 주택의 지붕과 해안도로를 보라색으로 칠하고 우체통, 쓰레기통, 전동차, 음료수도 보라색으로 바꾸었다. 심지어 커피 잔까지 철저하게 보라색으로 바꾸었다. 밭작물도 보라색의 순무, 콜라비가 자란다. 

2019년 4월 천사대교 준공과 맞물려 신안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라벤더와 이스타국화가 피어 있는 퍼플섬은 ‘보랏빛 천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독창성이 돋보인 컬러 마케팅 성공사례다.

퍼플섬은 섬을 걷는 즐거움과 매혹적인 풍경에 반하지만 진면목은 울창한 숲에 있다. 섬 주민들이 신앙처럼 지켜온 역사가 도처에 보존되어 있다. 반월도 어깨산(210m)에는 딸당, 만호정, 만호바위, 당숲이 있고, 박지도 당산(130m)에는 사스레피나무 군락지와 900년 된 우물, 박지당 등 명소가 많다.

딸당은 반월도 할아버지당의 딸을 상징하는 동백나무이다.
딸당은 반월도 할아버지당의 딸을 상징하는 동백나무이다.

섬 안에 설치된 모든 이정표는 둘레길 트레킹과 산행을 겸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다. 주민들의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지는 등산로는 쉼터와 이정표가 잘 갖추어져 있고, 큰 경사가 없는 완경사가 대부분이라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산행할 수 있다. 또한 사방 어느 곳이든 조망이 좋다.

걷기의 시작점인 소곡리매표소에서부터 퍼플교를 비롯한 둘레길에는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어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친절하게도 매표소에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보랏빛 우산을 빌려 준다. 또한, 보라색 옷을 입고 섬에 들어오면 입장료를 면제 받는다.

바다 위에 떠 있는 700m 길이의 보랏빛 부교浮橋는 ‘문브릿지Moon Bridge’라고도 부른다. 다리 위에 서면 다소 출렁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안전하다. 반월도 선착장에서 카페까지는 10분 거리다. 해안도로 주변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있고 계절에 맞는 보라색 꽃이 피는 꽃밭도 조성되어 있다.

반월도 만호바위, 조망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반월도 만호바위, 조망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어깨산(견산) 들머리는 어린왕자 조형물 뒤쪽에 있다. 산행 안내도에는 어깨산 정상까지 0.9km, 대덕산(큰재) 정상까지 1.3km라고 적혀 있다. 등산로는 잘 다듬어진 정원 같다. 0.5km 지긋하게 오르면 ‘딸당’이다. 반월도 할아버지당의 딸을 모신 제당으로 기품 있는 동백나무 두 그루 앞에 제단이 있다. 일부 사람이 동백나무 수피에 이름을 새긴 흔적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돌탑에서 10여 분 더 오르면 어깨산 정상이다. 헬기장처럼 넓다. 정상석과 삼각점은 없지만 자연석을 쌓아서 만든 식탁과 벤치가 있다. 잡목으로 시야가 일부 가리지만 도초도 큰산, 비금도 선왕산까지 잘 보인다.

정상에서 급경사지대를 내려가다가 다시 차고 오르면 만호정萬戶亭에 닿는다. 봉수대 같은 곳에 우뚝 솟은 팔각정이다. 바로 옆에 수직 절벽지대인 만호바위가 있다. ‘바위에서 바라보면 일 만 가구가 보인다 하여 ‘만호萬戶바위’라 한다. 도초도와 비금도, 사치도, 수치도 등이 보인다.

0.4km 지점에 있는 절골재까지는 비단길같이 길이 좋고 소나무가 그늘도 만들어 준다. 울창한 대나무 숲 끝에 절골재 갈림길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은 대덕산(190m) 가는 길이고, 왼쪽은 곧장 안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대덕산은 절골재 갈림길에서 30분 정도 크게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다. 절골재에서 10여 분 내려가면 노송들 너머로 바다와 노루섬이 어우러진 풍경이 멋진 안마을에 닿는다.

 어린왕자 조형물 뒤쪽에서 시작되는 반월도 어깨산 등산로 초입.
어린왕자 조형물 뒤쪽에서 시작되는 반월도 어깨산 등산로 초입.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던 당숲

안마을 반월새벽교회에서부터는 섬 일주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변에 있는 당숲은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곳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냈다 한다. 300년 된 팽나무와 동백, 후박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박지도 입구 목교木橋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인동 장씨 세장산비를 지나면 아치형의 퍼플교다. 약 915m 길이의 보랏빛 목교는 반월도에서 박지도까지 약 15분 정도 걸린다. 

박지도는 섬 모양이 박을 닮은 데에서 유래한다. 섬 전체 해안선이 4.6km에 불과하지만 반월도에 비해 구릉지형을 이루고 있어서 꽃을 테마로 한 라벤더 정원 등 쉼터와 포토존이 많다.

박지도 표지석 뒤쪽으로 등산로가 있다. 꽃이 만발한 언덕에서 바라보는 퍼플교와 바다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까지 10분이면 올라갈 수 있지만 꽤 경사도가 있다. 울창한 사스레피나무 군락지로 인해 대낮에도 어둡다.

정상은 자그마한 언덕 같은 암반이다. 일명 ‘기바위’라고 부른다. 잡목 때문에 시야가 가리지만 직선으로 반월도 어깨산이 보인다. ‘900년의 우물(우실샘)’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내려가면 울창한 상록수 숲 속에 우물이 있다. 900년 세월의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약수터 수준의 크기이며 마실 수는 없다.

안마당의 정원을 가꾸듯 잘 정비된 등산로는 나무그늘이 좋다.
안마당의 정원을 가꾸듯 잘 정비된 등산로는 나무그늘이 좋다.

퍼플교에서 보는 바다 야경도 인기

박지당朴只堂으로 가는 길 또한 호젓하고 울창한 상록수림지대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위해 당제를 지내는 곳이다. 해안산책로로 내려가는 길은 녹색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편안하다. 7분 정도 걸으면 ‘바람의 언덕’과 ‘라벤더정원’에 닿는다. 

박지도 퍼플교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해안산책로와 숲 산책로 어느 방향을 택하든 2km 거리다. 숲 산책로 중간에 온통 혹이 붙어 있는 예덕나무가 있다. 

박지도에서 두리마을로 이어지는 퍼플교도 매표소까지 547m 길이로 8분 정도면 건널 수 있다. 최근에는 퍼플교에서 바다 야경을 즐기기 위해 가족과 연인 단위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동아지도 제공
©동아지도 제공

걷기길잡이

소곡리주차장~소곡리매표소~퍼플교(문브릿지)~카페(어린왕자 조형물)~딸당~어깨산~만호정~만호바위~절골재~대덕산~절골재~안마을~당숲~카페~퍼플교~박지도~사스레피군락지~당산(기바위)~900년 우물~박지당~바람의 언덕~라벤더정원~퍼플교-두리매표소~소곡리주차장(약 10km, 약 4시간 40분 소요)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KTX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다. 첫차 05:10분, 막차 22:25분. 1일 8회 운행. 2시간 28분 소요. 요금 5만2,800원. 목포터미널에서는 2004번 버스를 타고 안좌면 읍동사거리에 내려 안좌 마을버스(1일 4회 왕복)로 갈아탄 후 소퍼플교(송곡리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문의 마을버스(셔틀전동차) 010-5631-8559.

숙식

마을에서 공동운영하는 박지마을호텔은 깨끗한 펜션 수준 정도의 숙소다. 숙박요금은 5만 원부터 12만 원까지이며 식사도 할 수 있다. 식사 메뉴는 퍼플섬 주민이 직접 심고 수확한 싱싱한 재료들로 만든 백반이 가장 인기다. 이외에도 순두부찌개 9,000원, 황태국밥 1만 원, 파전 1만 원. 낙지탕탕이(대) 4만5,000원. 새우구이도 인기가 좋다. 호텔과 식당을 이용하면 셔틀전동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61-271-3330.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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