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등산객이 국립공원 직원 꺼리는 현실 바꾸겠다”

입력 2021.04.06 10:36

국립공원공단 송형근 이사장 인터뷰
비접촉·비대면·맞춤형·안전탐방 중점…백두대간 개방 논의는 ‘사회적 협의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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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국립공원공단 본부 입구 앞에 선 송형근 이사장.
그들과 마주치면 천천히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신속히 자리를 이탈한다. 멧돼지 조우 시 대처 요령이 아니다. 산행 중에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 직원을 만났을 때 등산객들이 흔히 취하는 행동이다. 혹 무언가 제재를 받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멧돼지 취급을 받을 만큼 공단 직원들은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도가 무척이나 높다. 경찰이 아닌데 단속을 해야 하며,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까지도 지켜야 한다. 등산객은 물론이거니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예로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사유 재산권 행사도 공원법에 의거해 관여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직원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달 동안 조직을 돌아보니 먼저 현장직이 너무 많고, 이들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 3월 9일 강원도 원주 국립공원공단 본부에서 만난 송형근(57) 이사장의 첫마디다. 이처럼 송 이사장은 공단 직원들의 현실 을 직시하고 있었다. 송 이사장은 지난 1월 25일 국립공원공단 1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송 이사장은 공단 역사상 첫 환경부 출신 이사장으로 전문성과 행정력을 고루 갖춘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대기환경청장, 자연환경정책실장 등 환경부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역대 공단 이사장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비전문가가 대부분이었다는 의혹을 받았기에 송 이사장의 이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만큼 송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감도 조직 안팎에서 높은 상황이다.
그간 업무 파악이 우선이라며 미뤄 온 언론 인터뷰를 처음으로 진행하는 자리. 송 이사장은 때론 날카롭게, 때론 뜨겁게 지금껏 지켜본 공단의 모습과 나아가야 할 공단의 방향에 대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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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를 시찰중인 송형근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취임 소감 부탁드립니다.
“취임하자마자 공공기관 안전수준 평가 수감, 해빙기 안전점검 등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단 직원들의 육체적 고통, 사고 처리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 등이 매우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공단 직원 처우 개선은 늘 지적되어온 문제인데, 해법이 있습니까?
“세부적인 조치에 앞서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지금 공단의 조직 구조를 보면 현장직이 너무 많아 피라미드를 넘어서 압정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중간관리직이 없어서 승진 소요가 적어요. 근로 의욕을 위해선 중간조직을 늘려 직원들의 보수를 늘려 주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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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이사장이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점검하고 있다.
먼저 구조를 들여다보는 시각에서 28년 6개월의 환경부 공무원 생활의 관록이 느껴집니다. 환경부 생활의 경험을 어떻게 공단에서 활용할 생각이신가요?
“환경부 근무 경험은 정부의 환경정책을 공단의 업무에 더 면밀히 적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환경부에서 대변인, 자연정책실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총 다섯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연자원과 생태계에 집중되어 있던 정책방향을 문화자원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국립공원에는 760건의 지정문화재를 포함해 다양한 문화자원들이 분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들의 관리책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요. 문화자원 또한 국립공원입니다.
두 번째는 육상공원 중심의 업무영역을 해상해안공원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곳은 현재 용도지구의 미세분화 문제, 낚시 단속의 어려움, 해양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국가지질공원 10주년 맞이 재정비입니다. 기존 지질공원 재인증 및 사후관리체계 정립 등을 추진 중입니다.
네 번째는 도립공원, 군립공원에도 국립공원의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도 소중히 보존해야 할 우리의 자원인데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은 국립공원 추가지정입니다. 현재 부산 등 다수의 지자체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요청해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만 속도가 느려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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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이사장이 치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를 현장점검하고 있다.
주요 역점 사업이 총 세 가지입니다. 탄소중립과 자연생태계 복원, 새로운 탐방문화 조성입니다.
“탄소중립 선언은 세계의 추세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전 지구적 노력에 발맞춰 2050탄소 중립 선언을 발표했죠. 우리 공단도 국립공원 마을의 탄소중립 추진 지원, 친환경·저탄소 공원 인프라 조성 등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목표는 국립공원의 2030년 탄소중립입니다. 또한 국립공원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이미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나 육상과 해상의 정확한 저장량을 조사한 바가 없어 이에 관한 정량 평가를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에요.
자연생태계 복원은 기존에도 공단에서 심혈을 기울여 온 부분입니다. 올해는 550억 원을 들여 총 12.6㎢의 토지를 매수해 서식지를 확보할 계획이며, 자원봉사자 등 국민 참여형 외래생물 제거 활동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탐방문화 조성은 시대의 요구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산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핵심 키워드는 비접촉, 비대면, 맞춤형 힐링프로그램, 그리고 안전탐방입니다. 코로나 이후 소규모 가족단위, 비대면 탐방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함에 따라 비대면 콘텐츠를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인 소외계층 및 코로나 방역 의료진 등에 대해 맞춤형 힐링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스마트워치 안전관리 시스템, 위험지역 CCTV 시스템 등으로 안전한 탐방환경도 조성할 계획이고요. 또 탐방밀집 완화를 위해 탐방로 혼잡 사전 예보제, 탐방신호등 등의 아이디어도 논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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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강원도 원주 국립공원공단 본부에서 인터뷰 중인 송형근 이사장.
송 이사장이 구상한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공원의 구역을 넘나든다는 것이었다. 탄소중립을 공원의 최대 화두로 내세운 것이나,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군립 공원도 지원하겠다는 구상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실제로 송 이사장은 일선 국립공원 사무소장들에게 “공원과 유관한 지자체, 지역주민, 이해당사자 등이 모두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10년을 내다본 큰 그림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조직 내외의 평은 “공무원 사회 작동 원리의 핵심과 묘를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이 사실 타 기관에 비해 그렇게 큰 조직이 아닌데 정책을 구상하는 발상 자체의 품이 큰 것 같습니다. 공단 혼자서 추진하지 않고 굳이 유관기관을 같이 끌어들여 공동으로 기획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그래야 정말로 실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공단 혼자서 어떤 기획을 추진하려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인근 지자체나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하면 더욱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쉬워지죠. 이건 환경부 생활을 통해 터득한 조직 운영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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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이사장이 한정애 환경부 장관(가운데)과 함께 제1회 국립공원의날 기념식을 둘러보고 있다
이쯤에서 공단 이사장님들에게 연례 인사처럼 드리던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두대간, 언제 열릴까요?
“공단은 늘 자연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 관리 기조는 고지대는 ‘보전’, 저지대는 지속가능한 ‘이용’ 중심입니다만 꼭 어느 한쪽에 편향된 정책을 추진하진 않을 것입니다.
백두대간 개방 논의는 현재 이용과 보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데요, 한 번 개방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관련 기관과 전문가, 산악단체, 시민단체 등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도출된 합의안을 바탕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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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이사장이 제1회 국립공원의날 기념식에서 2035년까지 국립공원의 탄소중립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마침 인터뷰 직전 주는 국립공원의 날 주간(3월 1~7일)이었다. 지난 2020년 공단은 매년 3월 3일을 국립공원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기로 했다. 국립공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목적이다. 올해 슬로건은 ‘탐방은 쉬고, 탄소는 줄고’. 각 지방사무소에서는 지역특산물 드라이브스루 판매행사, 탐방객 축하 메시지 쓰기 등 다양한 행사를 전개했다.
취임하자마자 국립공원의 날이라는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약 3,500만 명이 국립공원을 찾아 주셨습니다. 국립공원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쉼을 제공하는 장소인지 알려 주는 지표입니다. 이렇게 1년 365일 국민에게 ‘쉼’을 제공해 주는 국립공원이 ‘국립공원의 날’ 하루만큼은 스스로 쉬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 우리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보전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 사찰, 등산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을 자주 빚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립공원이 잘 보존될수록 오히려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사업을 구상 및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 공단과 국민이 같이 힘을 잘 모아서 세계의 다른 여타 국립공원보다도 더 뛰어난, 후대에 길이 남을 국립공원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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