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선 하남 구간 개통 특집] 전철·택시 타고 예빈산 데이트 어때요?

입력 2021.04.29 10:15

팔당역~예봉산~예빈산~팔당댐 9km 종주
예봉산·예빈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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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봉에서 바라본 서울의 일몰. 액자 모양의 조형물이 전망을 한층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준다.

잿빛도시가 다홍색으로 물들어 간다. 마치 죽은 듯 멈춰 있던 도시가 다시금 생명을 얻은 듯하다. 어느덧 마지막 불꽃을 태운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자 이번엔 도시에 꿈틀거리는 진홍빛 핏줄이 돋아난다. 큰 대로에 불빛부터 점등되기 시작한 서울은 순식간에 화려한 속을 드러낸다. 숨 가쁘게 박동하는 서울을 한참 바라보며 오르막에서 쏟아냈던 숨을 되돌린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서울이란 공간에서 잠시나마 단절된 순간을 통해 다시 도시를 향해 걸음을 내딛을 힘을 얻는다.

5호선 하남 구간 개통으로 한층 더 가까워진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예봉산禮峰山(683m)과 예빈산禮賓山(589.9m)을 찾았다. 5호선 종착역인 하남검단산역에서 한강변에 즐비한 예봉산, 예빈산 들머리로 가는 버스는 시간대만 잘 맞추면 쉽게 탈 수 있다. 택시를 타면 들머리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예봉산과 예빈산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지만, 본래 예봉산의 이름이 더 높았다. 정상에 서면 서울부터 두물머리까지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0월 정상에 거대한 강우레이더 시설이 설치되면서 기존의  시원한 전망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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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봉 앞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황홀한 두물머리 풍광.

대신 예빈산이 더 떴다. 이곳은 예전부터 치고 오르는 거리가 짧고, 정상부의 헬기장도 넓어 백패킹 장소로 사랑을 받았었다. 최근 들어서는 캠핑 열풍이 거세지며 이른바 ‘퇴근박(퇴근 후 즐기는 백패킹) 성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러한 접근성 때문에 평일이라도 오전에 수업이 끝나는 대학생, 반차를 낸 직장인이라면 가볍게 올라 호젓하게 일몰과 야경을 즐긴 뒤 늦지 않게 귀가할 수 있는 산행지다.

또한 예빈산은 사진작가들에게 24시간 사랑을 받는 사진 명소다. 아침에는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운해, 일출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낮에는 시원한 파노라마 전망을 담을 수 있으며, 저녁에는 일몰과 눈부신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언제 올라도 좋은 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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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은 푸근한 육산이라 오르막이 길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예봉산 정상까지 끝없는 오르막

취재팀은 봄기운 가득하고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1시, 경의중앙선 팔당역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동행은 연세대산악회 등반대장 최동혁씨와 회원 박지혜씨다. 어탕칼국수에 두릅전으로 요기를 한 뒤 마을길 코너마다 세워진 예봉산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오른다. 먼저 예봉산에 오른 뒤, 예빈산에서 일몰과 야경을 보고 팔당댐 방면으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평일인데 수업이 없나 봐요?”
“요새는 전부 비대면 강의거든요. 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보면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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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통신목인 적송.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꿨다. 특히 대학가의 문화도 그렇다. MZ세대의 등산 열풍은 대학에도 적용됐다. 신입부원을 못 구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던 산악부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 면접을 치러야 할 지경이라 한다. 비대면 강의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과 활동이 없어지자 동아리를 시작하는 신입생 및 재학생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이젠 찾는 사람이 많은 멋진 산보다, 약간은 등산의 맛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적어 호젓하게 등산할 수 있는 곳이 더 인기다.

한적한 시골 마을길을 따라 오르는데 모두 벌써 숨이 차오른다. 산행 전에는 평소 식사량의 3분의 2 수준만 먹어야 하는데 맛있다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었기 때문이다. 산행 전 과식은 등산에 사용해야 할 에너지가 음식을 소화하는 데 사용돼 컨디션 난조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래도 지도를 보니 오늘 이 오르막만 끝내고 나면 남은 산행은 편할 것 같아요.”

힘들만 하면 나타나는 벤치에서 가끔씩 다리를 쉬어 준다. 번갈아가며 나오는 솔숲과 참나무 군락이 뜨거운 오후 햇볕을 가려 준다. 진달래도 눈을 즐겁게 한다. 즐거운 산행도 잠시, 검단산과 팔당대교 일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특히 무릎을 시큰거리게 하는 끝없는 계단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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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지도 제공

적송 인근 철쭉군락 5월에 만발할 듯

한참 땀을 쏟고 나니 나무 사이로 거대한 공을 이고 있는 모양의 기상관측소의 모습이 엿보인다. 예봉산 정상이다. 옛 문헌에는 현 예봉산을 바로 옆 예빈산禮賓山의 이름으로 기록해 놨다. 유래는 옛날 관리들이 한양을 드나들 때 이곳에 서서 임금에게 예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사랑산’으로 부르기도 한다는데, 철마산과 구분해 ‘큰 사랑산’이라고도 한다.

관측소 내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과거에는 예봉산 정상에 서면 두물머리부터 검단산을 거쳐 서울까지 한눈에 돌아볼 수 있었으나, 이젠 관측소가 두물머리 방면을 막아섰다. 대신 관측소 발코니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두물머리 방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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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에서 예빈산으로 건너가는 길은 편안한 능선길이다.
간단히 간식을 먹은 후 이제 예빈산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길은 천마지맥에 해당한다. 천마지맥은 수도권 동부의 주요 산봉우리들을 모두 잇는 산줄기다. 한북정맥 운악산 남쪽에서 나와 철마산, 천마산, 예봉산, 예빈산을 거쳐 다산유적지 부근으로 잦아든다. 전문 종주꾼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산맥이다.

정상석 뒤로 살짝 내려섰다 올라서면 율리봉이다. 표지석만 들어서 있을 뿐 딱히 조망이 좋진 않다. 가파른 바위지대와 숲길이 번갈아 이어지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한 능선길이다. 율리고개에 내려서서 몇 걸음 더 내딛자 양쪽으로 거대한 가지를 내민 적송이 맞이해 준다. 인근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목洞神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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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봉으로 오르는 길. 이번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이다.

“어? 길이 없는데요?”

적송을 지나 걷는데 호젓한 숲을 길로 착각해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말았다. GPS로 노선을 수정해 북쪽 능선으로 올라타니 이제야 뚜렷한 길이 나온다. 직녀봉으로 오르는 길엔 진달래와 노란 생강나무 꽃이 지천이다. 적송 인근에는 철쭉나무가 많아 5월이면 만발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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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씨는 언더아머의 호버 서밋 팻타이어 스포츠스타일화를 신었다. 등산화는 아니지만 접지력이 뛰어나 산악지형에서도 곧잘 활용되는 신발이다.

예빈산 누리길은 희미하고 거칠어

석양을 놓칠세라 서둘러 예빈산 정상으로 힘을 쥐어짜서 오른다. 예빈산 정상에는 서울시 방면으로 설치된 액자 조형물과 예빈산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지도상에는 ‘직녀봉’이라 표기돼 있다. 남동쪽으로 200m 떨어진 견우봉과 짝을 이룬다. 각 봉우리에는 견우와 직녀 설화가 각각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이 이곳 일대를 ‘사랑산’이라고 불렀던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남아 견우봉을 마저 다녀온다. 돌탑이 쌓인 견우봉보다는 봉우리를 지나쳐 동남쪽으로 살짝 내려선 너럭바위에서 양평 방면의 전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다시 되돌아와 직녀봉에서 또렷하게 가라앉는 석양을 기다리며 간단히 요기를 한다. 석양이 끝나고 야경이 시작될 무렵이 되자 퇴근박의 성지답게 백패커들이 하나, 둘 소화묘원 방면에서 올라와 텐트를 친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 밝아오는 도시를 보며 몸과 마음을 회복시킨 뒤 이제 하산이다. 소화묘원으로 내려서는 길은 비교적 뚜렷해 헷갈릴 염려도 없고, 야간산행이지만 주의만 기울이면 딱히 위험하지 않다. 다만 한밤중에 묘지로 내려선다는 것이 거부감이 든다면 팔당유원지 방면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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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봉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양평의 불빛을 길잡이 삼아 부지런히 걸음을 서둘러 소화묘원에 닿는다. 여기서 도로를 따르면 천주교공원묘지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조금 돌아가는 길을 줄여보고자 팔당댐 버스정류장 바로 뒤편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등산로로 걸음을 내딛어 본다. 예빈산 누리길이라고 기록된 길이다. 지도상에 신당동성당 남서쪽에 있는 도로 커브길에서 남쪽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발길이 드물어 이른바 ‘막산’이지만 박지혜씨는 “오히려 이런 길이 더 재밌다”며 뚝심 있게 길을 낸다.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것만 같던 한강도 어느덧 눈앞이다. 파랗던 한강은 석양빛에 진홍빛으로 물들었다가 이젠 별빛만을 가득 떠안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눈이 즐거웠던 산행이다.

산행길잡이
예봉산은 다양한 산들과 이어져 있고, 등산로도 거미줄처럼 많아 입맛대로 산행을 계획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메인으로 꼽히는 코스는 팔당역에서 출발해 예봉산, 적갑산을 거쳐 운길산을 거쳐 운길산역으로 하산하는 능선 종주 코스다.

예봉산~예빈산 코스는 예봉산~운길산 종주 코스에 비해 거리가 짧고 아름다운 조망을 한껏 누릴 수 있다. 사실 예봉산~운길산 코스는 예봉산 정상에서 헬기장 활공장을 지나 적갑산~운길산으로 이어지는 서부능선 길이 다소 지루한 편이다. 짧은 시간에 알짜배기 산행을 즐기려면 예봉산~예빈산 코스가 낫다.

예빈산에서 소화묘원으로 하산한 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가급적 차도를 따르는 것이 좋다. 차도 끝에 있는 작은 공터에는 으레 백패커들의 차가 주차돼 있다. 팔당댐으로 내려서는 예빈산 누리길은 묘지 사이로 길이 나 있으니 정밀한 GPS와 길 찾는 눈썰미가 없다면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길이 희미해 낙상의 우려가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망자의 영면에 누를 끼칠 우려가 있다. 또한 공원묘지므로 홀로 가는 것보다는 팀 산행을 권한다.

교통
예봉산 산행기점인 팔당역은 용산발 청량리역·회기역 경유 중앙선 전철(용문, 지평, 팔당행)로 편하게 갈 수 있다. 5호선 하남검단산 역에서는 8-8, 112-1번 버스가 팔당역 인근까지 운행한다.

예빈산 날머리에 있는 천주교공원묘지 정류장, 팔당댐 정류장은 167번, 2000-1번, 8-8번 버스가 운행한다. 다만 배차간격이 긴 편이라 하산 시간을 잘 맞추지 않은 한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택시도 잘 다니지 않아 택시 호출앱을 이용해야 하는데, 근거리인 팔당역으로 호출해선 잘 오지 않아 조금 더 먼 거리를 찍어야 잡기 편하다.

숙식(지역번호 031)
예봉산 아래에 맛집이 많다.
예봉정(576-0164)은 민물장어, 매운탕전문점이지만 이외에 삼겹살도 낸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어탕칼국수와 두릅전으로 배를 채웠다. 면을 건져먹은 뒤 밥을 말아 어죽으로 먹어도 맛있다. 팔당리 마을회관 부근의 싸리나무집 (576-1183)도 닭백숙으로 인기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팔당원조불닭(577-7890)도 숨겨진 닭발&불오징어볶음 맛집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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