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산행기] 비바람 속 월악…내가 아닌 우리의 등정

  • 박영민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입력 2021.05.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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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그린 산행 지도.
    우리 동문 금동산악회는 100대 명산 완등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느리지만 정직하게 걷고 있다. 이번 걸음은 월악산이다. 오전 7시 30분 서울 지하철 군자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해 수안보를 지나 충주 한수면 덕주사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인원도 제한하고, 산행도 정상 공격조와 둘레길 걷기 팀으로 나눠서 진행한다.
    나도 정상을 향해 몸을 한껏 내던지고 싶지만, 무릎이 발목을 잡는다. 100대 명산 완등 릴레이에 한창 열을 올렸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 세월에 장사 없다. 얼마 전 오른쪽 무릎의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은 후로는 동문 산악회원들의 정상 공격을 먼발치에서 성원해 줄 따름이다. 그래도 세월과 타협하며 산을 오르는 방식이라 생각해 마음이 울적하진 않다. 대원들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내가 오르는 것보다 더 기쁘고 축하할 일이다.
    박창민 대장과 박남근 부대장에게 식량과 식수를 챙겨 주고, 무전기도 배낭에 넣어준 뒤 정상 등산로로 사라져가는 든든한 뒷모습을 지켜본다. 함께 오르고 싶어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이, 체력이 좋은 두 산사나이는 벌써 저 멀리 계곡을 따라 멀어져간다. 
    “여기는 덕주사 베이스캠프입니다. 어디쯤 오르고 있나요.”
    “네, 지금 마애불 지나 송계삼거리에서 가파른 산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정상팀과 무전을 나누고 덕주사 경내를 지나 계곡을 끼고 돌계단을 올랐다. 얼마쯤 올랐을까,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아스라이 먼 곳에 하늘재가 보이는 듯하다. 덕주공주와 오라버니 마의태자의 망국의 한이 서려 있는 고개다. 그들도 이곳에서 영봉 바위산에 휘영청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을 바라봤을까. 미륵사지 석불입상과 덕주사 마애불이 서로 애타게 마주보고 있다는 애틋한 전설은 누가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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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 속에 정상을 다녀온 박창민 대장과 박남근 부대장.
    비에 젖은 대원들 반겨
    정상에 오르지는 못해도, 여유를 가지고 걸으니 훨씬 더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 좋다. 깨진 기왓장 하나, 작은 도기 파편 하나하나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때 박남근 부대장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온다. 
    “박 대장과 둘이 영봉 오르는 마지막 철제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도착했습니다. 현재 시각 13시 30분 여기는 영봉 정상입니다. 컨디션은 좋고요. 비바람이 몹시 거칠게 불고 있습니다. 우비 입어야겠습니다. 사진 찍고 중봉, 하봉을 거쳐 보덕암 쪽으로 하산하겠습니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충주호 지나 수산리마을을 통과해서 겨우 차 하나 다닐 수 있는 가파른 외길을 오르니 보덕암주차장이다. 저 산 위쪽에 하늘색 우비와 얼룩 우비를 입은 두 대원의 모습이 작은 점으로 보인다. 이성일 대원이 비에 젖은 대원들을 위해 히터를 켜놓고, 임종근 대원이 우산을 들고 마중나와 두 대원을 반긴다.
    우리는 또 하나의 멋진 추억과 51좌라는 이정표 하나를 올랐다. 월악산 영봉 51좌는 우리 모두가 해낸 것이다. 박창민 대장과 박남근 부대장이 자랑스럽다. 월악산 별장 펜션에 도착해서 산행의 회포를 푼다. 문경 약돌 삼겹살, 야채, 김치, 총각무, 딸기, 참외, 고슬고슬 윤기 흐르는 밥 그리고 설렁탕까지. 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멋진 대원들과의 저녁식사. 산사나이들의 정을 느낀다. 술 한 잔 하며 밤이 깊도록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다음 산행 52좌는 단양 금수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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