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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녹아내리는 바이칼호에서 펼쳐진 ‘최후의 아이스하키’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1.05.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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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제한 푸는 러시아 정부에 항의성 이벤트

바이칼호에서 펼쳐진 하키대회장 전경.
바이칼호에서 펼쳐진 하키대회장 전경.

러시아 바이칼호에서 기후 변화에 경종을 울리는 행사로 ‘마지막 경기’라 이름 붙인 아이스하키 대회가 열렸다. 바이칼호를 비롯한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는 최근 여름에 심한 산불로 몸살을 앓고, 겨울에 낮은 기온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아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리는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으로 꼽힌다. 바이칼호는 투명하고 단단하게 얼기로 이름나 있다.

지난 3월 8일에 열린 경기는 기후 변화에 경각심을 울리면서 동시에 바이칼호 보전에 관한 관심을 유발하려는 기획이었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였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텐트 치고 야영도 하고, 관람객 유치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 관중들은 주변 얼음으로 흩어져 모처럼 ‘얼음 나들이’를 펼쳤다. 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고,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기도 했다.

바이칼호는 최근 환경 파괴에 신음하고 있다. 부쩍 관광객이 늘어나자 현지인들이 이를 수용하기 위해 불법 관광 시설을 대폭 설치했다. 중앙정부에선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해 숲 벌목도 가능해졌고 식료품 공장, 쓰레기 소각 시설 등의 위해 시설도 건립이 가능해졌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러시아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나섰다. 러시아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설적인 하키 선수이자 UN 환경기획 대사인 비야체슬라프 페티소프와 더불어 러시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페티소프는 “러시아 국민은 이제 환경을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 경기는 내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고 말했다.

바이칼호에서 진행된 하키대회.
바이칼호에서 진행된 하키대회.
'본 기사는 월간산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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