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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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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뉴스] 국가숲길 1호 나왔다 '백두대간트레일' 등 4곳

글·사진 박정원 선임기자
  • 입력 2021.06.1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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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트레일·지리산둘레길·DMZ펀치볼둘레길·대관령숲길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백두대간트레일 홍천 아침가리 구간을 지나고 있다.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백두대간트레일 홍천 아침가리 구간을 지나고 있다.

국가숲길 1호가 드디어 나왔다. 백두대간트레일·지리산둘레길·DMZ펀치볼둘레길·대관령숲길 총 4개 숲길을 동시에 대한민국 국가숲길 1호로 5월 1일부터 지정했다. 산림청과 양구군 관계자들은 지난 5월 7일 DMZ자생식물원에서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DMZ펀치볼둘레길 축하 기념행사 및 표지석 제막식을 우중에도 열었다. 

산림청(청장 최병암)은 한국의 대표적인 숲길로 상징성이 높은 백두대간트레일 등 4개 숲길을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서 최초로 국가숲길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국가숲길로 지정된 숲길은 앞으로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존과 이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표준화된 숲길체계에 따라 운영·관리 지침서를 마련하고, 민·관 운영·관리협의회를 구성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또한 산림청은 국가숲길 안내소, 숲길등산지도사, 유지관리 등 숲길사업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동시에 숲길체험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활성화 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지역의 대표적인 숲길 중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아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는 숲길에 대해서는 숲길관리청(지방산림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지정신청을 받아 연차적으로 지정해 나갈 방침이다. 산림청은 숲길의 체계적 운영·관리를 위해 지난 2008년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를 설립 운영해 오고 있다.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대관령숲길. 사진 산림청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대관령숲길. 사진 산림청

국가숲길 지정제도는 산행과 트레킹 인구 증가에 따른 숲길의 훼손을 방지하고 안전한 산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 2020년 6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국가숲길은 관련 법률에 따라 각 지자체와 지방산림청에서 신청함에 따라 민간인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림복지심의위원회를 거쳐 한국의 대표적인 숲길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최초로 지정된 4개 국가숲길은 20명으로 구성된 산림복지심의위원들 중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인 끝에 후보로 올라온 9개 숲길 중 4곳으로 최종 결정됐다. 아쉽게 탈락한 국가숲길 후보 중 소백산자락길, 외씨버선길 등은 여느 숲길보다 뛰어났지만 기준에는 다소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DMZ펀치볼둘레길에 있는 DMZ자생식물원에서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숲길 1호 지정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DMZ펀치볼둘레길에 있는 DMZ자생식물원에서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숲길 1호 지정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DMZ펀치볼둘레길에서 국가숲길 1호 지정 기념행사

국가숲길 지정은 4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산림생태적 가치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녀야 하고, 둘째, 숲길의 거리, 행정구역 등 국가차원의 관리가 필요하거나, 셋째, 다양한 산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숲길이거나, 넷째, 지역 활성화에 기여도가 높거나 가능성 있는 숲길이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 숲길은 산림청장이 관련 법률에 따라 조성된 숲길 중 산림생태적 가치나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체계적인 운영·관리가 필요한 숲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해 고시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관리하는 숲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사전에 협의하여야 한다고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지리산둘레길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 전 상황이다. 사진 산림청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지리산둘레길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코로나 전 상황이다. 사진 산림청

세부기준으로는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숲길이어야 하고, ▲셋 이상의 시·군·구에 걸쳐 있어야 하고, ▲숲길의 거리가 50km 이상 되어야 하고, ▲3년간 평균 숲길 탐방객이 30만 명 이상으로서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숲길이어야 한다. 국립공원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면적으로 정해서 관리하는 반면, 국가숲길은 보존과 이용을 병행해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하는 동시에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형적 의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산림청 이상익 산림복지국장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비대면 야외 휴양활동이 증가하면서 숲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품질 높은 숲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숲길 지정을 확대해 나가고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에서 조성한 DMZ자생식물원.
산림청에서 조성한 DMZ자생식물원.

국가숲길 지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대한민국 1호 국가숲길로 개장한 DMZ펀치볼둘레길(이하 펀치볼둘레길)에서는 지난 5월 7일 양구군수와 군의회 의장, 북부산림청장 및 관련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개장식을 갖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이날 기념사에서 “산림청은 DMZ자생식물원과 함께 우리 양구군의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번에 펀치볼둘레길을 국가숲길 1호로 지정하면서 또 한 번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큰 선물을 줬다. 이에 양구군은 잘 운영 관리해서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최수찬 북부산림청장은 “DMZ펀치볼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적지이자 관광명소”라며 “이런 곳을 국가숲길 1호로 지정해서 매우 자랑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역사적 교훈도 얻으면서 숲길을 걸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는 힐링을 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DMZ펀치볼둘레길에는 지뢰가 나올 수 있어 반드시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야 하며, 일반인의 무단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출입구가 있다.
DMZ펀치볼둘레길에는 지뢰가 나올 수 있어 반드시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야 하며, 일반인의 무단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출입구가 있다.

이어 펀치볼둘레길에 대한 연혁보고를 했다. 지난 2010년 12월 평화의 숲길 14km와 오유밭길 21km를 완공해 1차 개통한 뒤 2011년 10월 만대벌판길 21.9km와 먼멧재길 16.2km를 준공하면서 총 73.2km의 숲길을 완성했다. 이어 2021년 5월 국가숲길 1호로 지정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들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국가숲길 표지석 제막식을 갖고 우중 기념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제막식에 뒤이어 원래 계획했던 체험 트레킹은 우천으로 취소됐고,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김현수 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관계자만 우의를 입고 펀치볼둘레길 탐방에 나섰다.

 부부소나무전망대 뒤로 펀치볼이 둥글게 보인다.
부부소나무전망대 뒤로 펀치볼이 둥글게 보인다.

펀치볼둘레길은 예약탐방제로 하루 두 차례 입장

펀치볼둘레길은 총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평화의 숲길 코스는 안내센터에서 자작나무숲~와우산전망대~더덕농장~정안사~외솔쉼터를 거쳐 해안면사무소까지 총 14km에 이른다. 소요시간은 4시간 예상. 평화의 숲길 코스에서는 군사분계선의 상징물인 벙커와 교통호, 월북방지판, 철책 등을 접하여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와우산 자작나무숲에서 평화의 숲에 얽힌 전설을 들을 수 있다.

오유밭길은 안내센터에서 해안재건비~동막동길~지뢰밭길~평상고원의상상바위~과수원~느티나무쉼터~부부소나무전망대~솔기봉쉼터를 거쳐 DMZ자생식물원까지 총 21.1km에 이르는 길이다.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 이 코스에서는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내의 다양한 식생과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 등 야생동물의 흔적을 탐방하고, 해안분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

만대벌판길은 안내센터에서 잣나무숲을 지나 만대저수지~DMZ자생식물원~성황당쉼터~성황당~나래바위쉼터~숲속 길의 인공조림지에 이어 만대리 지뢰밭 숲길까지 총 21.9km에 달한다.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 이 코스는 성황당을 지키는 졸참나무 보호수와 만나고 대암산 자락의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며 소나무 조림지 아래 펼쳐진 만대평야의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먼멧재길은 안내센터에서 지뢰지대~아리랑고개~군헬기장~먼멧재봉을 거쳐 전차방호벽까지 총 16.2km 거리다.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이 코스는 후리 자작나무숲을 지나 DMZ 특징인 지뢰밭 길을 통과해 대암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금강산, 무산, 운봉, 스탈린고지 등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산하와 남쪽의 설악산, 점봉산, 향로봉 등 산봉우리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양구군 해안면 해안마을이 있는 펀치볼 전경. 사진 산림청
양구군 해안면 해안마을이 있는 펀치볼 전경. 사진 산림청

펀치볼둘레길은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 내에 조성된 숲길로, 미확인 지뢰지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반드시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예약이 필수. 전화예약은 033-481-8565, 인터넷예약은 www.komount.kr 또는 www.dmztrail.or.kr 탐방인원은 1일 선착순 200명으로 제한하고, 하루 두 차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 출발한다.

DMZ자생식물원에서 출발한 일행은 부부소나무전망대를 지나 샛길로 빠져 2.5km가량 걸었다. 늦은 봄, 초여름 싱그러운 초록이 짙어 가는 가운데 각종 야생화가 반기는 오유밭길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내리던 비는 어느덧 그치고 맑은 하늘과 초록의 숲길은 걷는 이들에게 충분히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했다. 1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은 기약을 하도록 했다. 펀치볼둘레길은 또한 2023년 완공 예정인 해안면 지방정원에 경유 노선을 조성할 계획이어서 민통선 내 다양하고 희귀한 야생화와 더불어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아가 백두대간트레일과 DMZ평화의길·DMZ트레일과도 연계 노선을 조성할 방침이다.

한반도 국가숲길 도보여행 기대

지리산둘레길은 지난 2008년 20km를 시범 개통한 이래 한국 최고의 숲길로 평가받아 왔다. 또한 2012년 5월 전 구간(289km) 완전 개통 이후 가장 많은 이용자를 자랑한다. 전북, 전남, 경남의 3도 5개 시군을 통과하는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조성한 289㎞의 둘레길로서 지리산 자락의 수려한 산림경관과 마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단순히 걷는 숲길로서의 기능 못지않게 중기마을 구절초축제, 의중마을 옻순잔치 등 마을 특색을 살린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한 행사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구례 백의종군로 50km, 산청 동의보감둘레길 18km, 함양 지리산자락길 19.7km, 선비문화탐방로 10.3km 등과 연계노선도 진행 중이다. 이른바 ‘지리산 네트트레일Net-Trail’사업이다.

백두대간트레일은 2021년 5월 현재 강원도 인제·홍천·평창·양구·고성군 지역에 206km만 개통한 숲길로 100대 명산인 방태산·대암산·점봉산 등 수려한 산림경관이 일품이다. 특히 이 트레일은 희귀·멸종위기종인 정향나무와 만병초·금강초롱꽃·도깨비부채 등이 있는 향로봉, 희귀식물인 금강초롱꽃과 도깨비부채·칼잎용담·만삼 등이 서식하는 산머리곡산, 금강애기나리·참배암차즈기·큰제비고깔·연령초 등 희귀식물이 풍부한 방태산 등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3개소를 통과한다. 방태산 아침가리구간은 우리나라 마지막 원시림으로 최대의 전나무 군락지와 열목어 서식지가 있으며, 예약탐방제로 하루 입장 1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관령숲길은 강원도 영동과 영서의 관문인 대관령에 위치한 103km의 숲길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림, 양떼목장, 동계올림픽 개최지, 대관령자연휴양림·치유의숲 등 볼거리, 체험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또한 신사임당의 대관령옛길, 대관령 성황사 및 산신각, 유네스코 세계유산 강릉단오제 등 숲길이 지역 역사자원을 선형으로 연결하고 있어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산림청은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유동적이지만 펀치볼둘레길에 이어 이번에 지정된 개별 국가숲길에서 지역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걷기행사와 함께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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