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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등산 칼럼] 산의 의미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 입력 2021.07.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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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술의 힐링&걷기 <40>

산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전에는 눈보라치는 극지의 산을 오르내리고 정복하려는 살풍경한 상황을 보여 주었지만 요즘은, 바위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 아래 먼 곳을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그림을 보여 준다. 광고 종사자는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산은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힐링healing’과 ‘테라피therapy’라는 생각이 대세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선仙’이란 글자가 있다. 그런데 이 글자는 사람 인人자와 뫼 산山자를 합한 것이다. 고로 사람이 산에 들어가면 신선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쉴 휴休자도 있다. 사람 인人에 나무 목木, 결국 산은 우리들의 쉴 곳이다, 그 쉼은 도인의 경지라고 하니 산행에는 놀라운 비밀이 들어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오늘이라도 당장 신선이 될 수 있다. 배낭을 꾸려 내일 산에 가면 된다. 이름 하여 입산入山이다.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 종각역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승강장 뒤쪽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2m 정도 앞에 배낭을 멘 약간 마른남자가 전혀 움직임 없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분주하게 승하차를 하는데 그는 다음 전철이 들어와도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 앞에는 점자보도  블록이 깔려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이다.

내가 다가서서 말을 건넸다. “도와 드릴까요?”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그에게 물었다.

“어떤 의미로 산을 다니세요?”

“저는 눈만 안 보일 뿐이지 청각을 이용해 아름다운 바람 소리와 새소리 물소리를 듣고요, 촉각을 통해 꽃과 나무와 대화하고, 후각을 빌려 자연의 내음에 취하고, 감각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행복을 산에서 누린답니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우리는 눈 뜨고도 자연을 느끼지 못하고 산을 오르고 내리기 바쁜데, 그에게 산은 진정한 휴식이었고 자연과 교감하는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는 서양의 문화인 등산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입산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행했던 것이다. 등산은 산 자체를 오르는 데 목적을 두지만, 입산은 어머님의 품 같은 산으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으며 힐링하는 것이다. 등산 말고 입산하셔야죠. 아름다운 입산入山 말입니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 교장/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건누리병원 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국립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사)대한산악연맹 트레킹스쿨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장

본 기사는 월간산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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