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걷기] 소금산은 성형수술 중… 간현봉에서 위안을 얻다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1.09.13 09:36

    소금산과 간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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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의 명물로 자리잡은 소금산출렁다리. 100m 높이의 출렁다리 위에서는 하늘 위를 걷는 듯한 흥분감이 느껴진다.
    강원도 정선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사진에 찍히듯 선명하게 잡은 한 장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원주 간현의 간현봉. 그 앞에작은 금강산이라 부르는 소금산이 있고 간현봉을  ‘S’자 커브로 휘몰아치고 흐르는 삼산천의 아름다움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소금산은 남한강을 타고 내려온 섬강과 삼산천이 만나는 곳에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 숲 그리고 강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명산이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예찬을 했고, <토정비결>로 알려진 이지함 선생은 이곳 경치에 반해서 오랫동안 머물며 유유자적했다고 한다. 이곳으로 가면 올여름의 더위와도 잠시 이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남원주행 기차에 올랐다. 
    산이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을 거란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하니 소금산 정상은 진입금지. ‘404 철계단’을 철거하고 산의 자락에는 잔도, 봉우리에는 전망대, 그리고 전망대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등이 엄청난 규모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산 전체의 모양을 바꾸고 있다. 위험스러운 ‘404 철계단’을 지나지 않아도 되니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마음 한켠이 답답하다. 산 본래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꼬! 산이 거대한 레저시설로 변하고 있음을 반겨야 하는 것인지? 각 지자체마다 산에 잔도를 건설하고 거대한 다리를 만드는 데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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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현봉으로 오르는 바위 조망포인트에 서면 판대리와 섬강의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 풍경처럼 펼쳐진다.
    소금산출렁다리, 그리고 레저왕국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까지는 약 1km. 원주 8경 중 5경인 간현관광지는 출렁다리로 유명해졌다. 출렁다리로 오르는 길가엔 한글로 된 다양한 가랜드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2018년에 개장해서 300만 명 가까이 다녀갔으니 원주의 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금산출렁다리는 폭 1.5m 높이 100m, 길이 200m로 성인 1,285명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국내 최장, 최고 길이의 산악현수교였으나 2020년에 개통한 길이 270m인 순천 채계산출렁다리에 최장의 자리는 내주었다. 진짜 최장은 충남 탑정호에 세워진 출렁다리. 동양 최대 600m 길이인데 완공은 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통시기가 지연되고 있어서 아직 개통 전이라 한다. 
    산과 산 사이에 놓인 소금산출렁다리는 578개의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나무계단 등산로는 누구나 손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에 아찔한 전망대도 있는데 코로나로 폐쇄되었다. 눈으로만 만족한다. 간현봉에 오르면 이곳에서 보았을 풍경을 조망할 테니까 아쉬움도 잠시 접어둔다. 이제 소금산출렁다리를 건너야 하는 순간. 출렁다리 앞에 서면 발아래 펼쳐지는 섬강과 기암괴석의 멋스러움도 잠시, 한 발 내디디면 100m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세라 아찔하다. 바닥은 강물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슝슝 구멍이 뚫려 있다. 고소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중하게 다리를 건널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 다리 위에 서니 바닥으로부터 높이 때문에 조금 아찔하긴 해도 다리가 흔들리는 정도는 심하지 않다.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다. 
    하늘 위를 걷는 듯한 흥분을 느끼며 다리 중간쯤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기암절벽과 삼산천이 어우러지는 절경의 유혹에 빠진다. 출렁다리 아래로는 삼산천이 흐르고 간현수련원과 캠핑장 등이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넌 뒤 걸을 하늘바람길은 스카이워크처럼 공중에 떠 있다. 출렁다리는 바위오름터에서 건너편 솔개미둥지터까지 이어진다. 솔개미둥지터에는 ‘소금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탐방로 공사로 연말까지 폐쇄되었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몹시 원망스럽다.
    방금 건너온 출렁다리를 아쉬움의 눈빛으로 다시 바라본 뒤 하늘바람길로 들어선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 만들어진 하늘바람길 곳곳에서도 간현계곡의 뛰어난 절경과 어우러진 출렁다리를 조망할 수 있다. 데크길을 걸으며 숲내음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온다. 힘겹게 올랐던 계단도 하산길에는 모두 빛의 속도로 내려간다. 울창한 숲이라 여름 더위도 느낄 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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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현봉까지는 계속 오르막길과 계단이 이어지지만 한적한 숲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간현봉 소나무숲을 걷는 즐거움
    원래 목적은 소금산에서 간현봉까지 연계산행이었지만 소금산은 출렁다리와 하늘바람길로 만족하고 간현봉으로 향한다. 소금산과 마주보고 있는 간현봉으로 향하는 들머리는 매표소 근처에 있다. 들머리는 조금 경사가 급한 빨간색 철계단이다. 소금산에 비해 방문객이 적어서인지 계단에도 이끼가 가득하다. 철계단을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간현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원주굽이길 16개 코스 중의 원5코스 간현봉길이기도 하다. 능선길을 따라 보릿고개밭두렁, 간현봉과 망태봉을 지나서 두몽폭포로 하산해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다. 삼산천이 어우러진 소금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들이 많고 소나무숲이 울창해서 숲을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평지가 거의 없고 간현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어서  초보등산객에겐 조금 어려운 코스일 수 있다. 원주굽이길 홈페이지에 의하면 총 거리는 7.4km, 약 3시간이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길이 조금 험하니 충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오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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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현 유원지에서 바라보는 출렁다리는 더욱 아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철계단이 끝나고 조금 편안한 길을 걷는가 싶으면 어느새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계속된 오름길이 계단이니 쉽지 않지만 산에 왔으니 편한 길만 기대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이겠지.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계단은 어느새 끝이 나고 폭신폭신한 산길이다. 아이처럼 발을 콩콩 뛰어본다. 기분 좋은 쿠션감이다. 이 맛을 느낄 수 있는 길이 길게 이어지길 바라며 한발 한발 내딛는다. 평일이라 인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적한 숲을 걸으며 나무 냄새를 맡으니 여름 내내 복잡했던 세상사도 모두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깨끗해진다. 하염없이 이렇게 걷고 싶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계단길이 나타난다. 산행길이나 세상 살아가는 길이나 모두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산에서 삶을 알아가는 이런 시간이 참으로 좋다. 
    보릿고개밭논두렁에 도착했다. 이름은 예쁘지만 보릿고개라는 명칭이 왠지 마음에 걸린다. 보릿고개밭논두렁을 지나니 바로 험한 바윗길이다. 철제난간을 붙잡고 올라서니 전망바위. 판대리와 섬강철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쭉 뻗어 있는 철로가 시원스럽게 초록빛 들판을 가로지른다. 마침 그 길을 기차가 지나간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에 이미 기차는 유유히 사라진다. 푸릇푸릇 벼들이 자라고 있는 들판이 참으로 싱그럽다. 초록빛 들판에 경쾌한 바람이 분다, 보는 눈이 편해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머지않아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는 수확의 계절이 다가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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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석 하나 없이 소탈한 나무 이정표만 있는 간현봉.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송전탑을 지나니 조망이 확 트인 멋진 조망바위가 보인다. 모든 산객의 마음은 다 똑같다. 조망바위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흔적이 있다. 나도 그들처럼 그 바위에 올랐다. 조금 전에 보았던 그 전망보다 더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이 참으로 멋지다. 반대편 소금산에 있는 출렁다리가 까마득히 멀게 느껴진다. 지금은 폐선이 된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기찻길도 보이고 공사 중인 잔도와 전망대도 보인다. 아래는 까마득한 절벽인데 멋진 조망에 무섭다는 생각이 스며들 틈이 없다. 간현봉이 1km가 채 안 남은 지점에서 갑자기 바윗길이 나타난다. 조심스럽게 바위구간을 통과하고 나니 또 멋진 조망포인트. 조금 전 조망과는 다르게 판대리가 아늑하게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저런 마을을 보면 살고 싶어진다. 
    그늘 가득한 숲이지만 계속된 오르막으로 갈증은 계속되고 물은 넉넉하게 가지고 왔음에도 물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산에 오를 때는 충분하게 식수를 준비하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물을 더 많이 마신다. 정상인 간현봉에 도착했다. 해발 386m. 그 흔한 정상석도 없이 나무 이정표만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 여름인데다 오르막이 계속되어서 더욱 높게 느껴진다. 
    다음 목적지는 망태봉. 헬기장을 지나 망태봉으로 향하며 오늘 첫 산객을 만났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인기척을 느끼면 반가워야 할까? 경계심을 가져야 할까? 송전탑을 지나면서부터 등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잡풀이 가득 자라 있다. 초보 산행자라면 잠시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잡풀을 헤치고 나오니 망태봉까지는 신장대로이다. 산책하듯 신나게 걸었지만 망태봉부터는 급한 내리막길이다. 게다가 미끄럽기까지 해서 조심스럽다. 두몽폭포까지 미끄러운 하산길이 계속된다. 두몽폭포는 폭포라기엔 조금 아쉬운 규모이지만 물이 참 깨끗하다. 발을 담그고픈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산행이 끝나는 지점이어서 쉬어 가기에도 딱 좋은 지점이지만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라 아쉬운 마음을 잡고서 날머리로 향한다. 
    두몽폭포식당을 지나면서부터는 평지이다. 예전에는 계곡에 꽤 여러 곳의 식당이 영업을 했었나본데 지금은 모두 먼지만 가득 쌓인 채 비어 있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붉게 익어가고 있는 고추밭도 바라보고 가을을 맞이하며 옷을 바꿔 입은 성급한 단풍잎도 만나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마음은 가을바람처럼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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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산행의 피로를 날려준 명태회막국수.
    얼음 동동 막국수로 피로를 잊다
    이제 날머리로 향하는 마지막 언덕을 넘는다. 언덕 입구에는 각종 등산 산악회 표식이 걸려 있다. 아마도 이곳을 들머리로 삼아 간현봉 산행을 하는 것 같다. 언덕을 올라오니 출발할 때 만났던 삼거리 갈림길이다. 
    간현관광지의 방문자센터가 있는 들머리공원에는 크고 작은 식당들이 꽤 여러 곳 있다. 아침식사로 이곳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산행하며 땀도 많이 흘렸으니 시원하고 칼칼한 음식이 당겼다. 그때 눈에 들어온 메뉴가 막국수. 그래 메뉴는 정했다. 시원한 얼음 동동 육수를 주면 참 좋겠다. 
    쫄깃하고 매콤한 명태회무침이 들어간 명태회막국수를 주문했다. 정말로 시원한 얼음 동동 육수가 곁들여졌다. 육수를 자박하게 넣고 겨자와 식초를 추가로 넣어서 막국수를 살살 풀어서 간이 스며들게 했다. 명태회는 고소하고 시원한 막국수는 너무 맛있다. 여름 산행 후의 수고를 명태회막국수로 보상받았다. 산행의 피로는 어느덧 사라지고 적당한 운동 후의 개운함만이 남는다.
    원주의 또 다른 볼거리, 중앙시장
    원주에 왔다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원주 중앙시장이다. 한양과 강원을 연결하는 거점 도시 원주. 강원도에서 생산된 모든 농수산물뿐 아니라 임산물까지 원주로 모였으니 이곳에 시장이 번성했음은 당연하다. 1950년대에 형성된 원주중앙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상가 안쪽에 형성된 소고기골목에서 먹는 숯불 소고기야말로 여행의 참 행복을 더해 줄 것이다. 
    버려져 있던 중앙시장 2층은 열린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면서 ‘미로예술시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곳엔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작은 상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젊은이들이 각기 저마다의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상점이 체험을 함께하고 있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더욱 의미가 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소금산출렁다리를 찾았다면 원주레일파크에서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원주레일바이크 매표소는 폐역인 간현역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간현역에서 판대역까지는 관광열차로 이동하고 판대역에서 간현역으로 올 때는 레일바이크를 탑승하고 이동한다. 판대역에서 간현역은 내리막 구간이라 힘들이지 않아도 바이크가 레일 위를 잘 굴러간다.  물 구경도 하고 산 구경도 하면서 탁 트인 풍경과 출렁다리를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원주 간현봉
    주소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
    산행코스 : 간현방문자센터 - 간현교 - 철계단 - 보릿고개밭두렁 - 간현봉 - 헬기장 - 송전탑 - 망태봉 - 두몽폭포 - 간현교 - 간현방문자센터
    거리, 소요시간 : 7.4km, 3시간 
    원주 소금산출렁다리
    주소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4
    문의 : 033-749-4680
    운영시간 : 하절기(5~10월) 9~17시, 동절기(11~4월) 9~16시 
    휴장: 첫째, 셋째 월요일, 설, 추석 당일.
    입장료 : 3,000원(원주사랑상품권 2,000원 반환) 원주시민 1,000원
    원주 중앙시장
    주소 :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2
    문의 : 033-743-2570
    원주 미로예술시장
    주소 :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2 중앙시장 2층
    문의 : 033-747-6082
    원주레일파크
    주소 : 강원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문의 : 033-733-6600
    운영시간 : 하절기(3~11월 중순) 9:30~17:50 / 동절기(11월 중순~2월) 10;10~15;20
    이용요금 : 2인승 3만8,000원, 4인승 4만8,000원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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