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재기 무대는 山

입력 2021.09.09 09:26 | 수정 2021.09.09 09:35

[people] 등산 마니아 성악가 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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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족두리봉에서 포즈를 취한 성악가 장은씨. 그녀는 북한산 마니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성악가 장은의 얼굴이 그랬다. 사랑에 빠진 지 1년6개월쯤 되는 그녀는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 말할 때면 세상 모든 걸 가진 듯했다. 눈에서는 광채가 났고 표정은 지극히 밝았으며 입가는 한없이 올라갔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여주인공처럼 정열적이다. 그런데 그녀의 연인은 투우사 에스카미오(카르멘의 연인)가 아니라 ‘산’이다.
“코로나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 모든 곳이 힘들지만, 특히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지원의 사각지대입니다. 예술인들의 존재 이유라고 할 공연장 가는 길이 막히게 되면서 도미노처럼 삶의 이곳저곳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식욕도 사라지고 잠을 잘 수도 없었죠. 너무 답답해서 새벽에 무작정 혼자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북한산에서 코로나 블루 극복하다
장씨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산으로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원체 활발한 성격이지만 초등학교 때 걸스카우트 캠프 이후 산에 오른 적이 없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타고난 산꾼 체질인지 모른다. 
“이런저런 현실적 고민들로 머리가 꽉 찼는데 북한산을 오르는 도중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리되더군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어요. 어머니가 산에서 셀카로 찍은 사진을 보시더니 ‘이제야 네 얼굴이 보인다. 행복해 보여’라며 기뻐하셨어요. 산에서 본래 제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북한산에 올라요”라고 말하는 내내 장씨의 눈에선 광채가 났고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장씨는 지방 순회 연주 때마다 맛집 대신 지역의 유명 산을 찾는다. 태백시 공연을 마친 후엔 태백산을 올랐고, 고창 무대에서 선 후에는 선운산을 찾았다. 
“공연 후에 산에 오르지 않으면 앙코르 없이 공연을 끝내는 것 같아요.” 
공연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하기도 할 텐데 대단한 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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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를 웃도는 폭염에 북한산 족두리봉을 오르는 성악가 장은씨.
등산은 연주력 향상에도 큰 도움
“등산은 연주력 향상에도 도움이 많이 되죠. 성악가에게 중요한 폐활량도 향상되고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안정돼 무대에서 훨씬 안정감있게 공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요가 마니아이기도 하다. 산에 다녀오면 반드시 요가로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산이면 어떤 곳이든 가보고 싶고 좋아하지만 북한산은 제게 특별합니다. 힘들 때 위안을 얻은 산이거든요. 북한산은 제 스승이자 친구 같은 존재랄까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북한산에 올라 생각을 정리해요. 얼마 전 비온 날에는 비 내린 계곡이 너무 보고 싶어 연습실에 가지 않고 북한산계곡에서 비 내리는 북한산 정경을 오랫동안 감상하다 왔어요.” 
산에 대한 장씨의 사랑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랑은 충동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오래도록 지속될 사랑인 듯 보였다. 
9월 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
장씨는 연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만하임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독일 리트와 오페라를 전공한 실력파 성악가이다.
장씨는 좋아하는 성악가로 그리스 출신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를 꼽았다. 발차 역시 카르멘 역으로 유명하다. 그는 9월 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를 열었다. 말러와 생상스 등의 작품이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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