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한 수풀 속 1시간 알바…마침내 만난 임도는 비단길이었다

  • 김채울 @_whereismypizza
    입력 2021.09.10 15:16 | 수정 2021.09.10 15:20

    기부천사의 백두대간 일시 종주기 <13> 백복령~닭목령~대관령~선자령
    어린이재활병원 기부하는 28세 여성 마라토너, 홀로 백두대간 670km 종주 도전

    일시종주 34일차. 백복령~삽당령
    전날 폭염에 고생한 탓에 오늘은 부지런히 일어나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오랜만에 포근한 실내에서 자서 그런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푹 자고 일어나 7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다시 백복령 들머리까지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르는데 문득 눈앞에 ‘동해 24km’라고 쓰인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길을 따라 24km만 걸어 올라가면 동해라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표지판의 숫자로 보니 이제 정말 끝이 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긴 여정이 끝나감에 따라 부쩍 더 생각이 많아졌다. 빨리 진부령에 도착하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조금은 천천히 도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행을 끝내고 얼른 엄마가 차려주는 집 밥을 먹고 싶다가도, 이 즐거운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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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연 옷을 입은 자병산
    백복령 들머리에서 철문을 지나 등산로에 들어섰다. 평소와 달리 산악회 시그널도,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아 시작부터 길을 여러 번 헤맸다. 운행을 시작한지 20분 정도 지나 저 멀리 자병산이 보인다. 직접 마주한 자병산의 모습은 처참했고 안타까웠다. 원래의 백두대간은 백복령을 거쳐 자병산으로 향해야 하는데, 현재는 석회석 광산 개발로 자병산이 훼손되어 생계령을 거쳐 석병산으로 향한다. 
    우리나라를 잇는 산줄기의 중심인 백두대간이 단절되었다니, 주변의 푸른 산들과 대비되는 허연 자병산은 이질감이 느껴져 마치 다른 세상 같기도 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개발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조금 느리게 개발하며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근 들어, 특히 백두대간을 걸으며 드는 생각은 평소 우리가 누리고 있던 것들이 없어도 생각보다 살만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병산이 보이던 정상 부근에서부터 길을 잃어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 길을 따라 걸었는데, 가다 보니 길이 사라져 버렸다. 계속 길을 잃고, 찾고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부터 길이 완전히 끊겨 1시간 넘게 길을 헤맸다. 
    가시 넝쿨 사이를 지나며 사면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내 키 정도 되는 수풀과 나무로 가득해서 온몸을 던지며 수풀을 헤쳐 나갔다. 아무리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찾아봐도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답답한 마음에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임도를 만날 수 있었는데, 수풀 속에서 헤매던 1시간은 여태까지의 여정 중 가장 힘든 알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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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등산로
    다시 만난 등산로는 비단길과 같았다. 오늘은 유독 나무 의자와 쉼터가 자주 등장했는데, 시작부터 길을 헤매며 체력을 다 쓴 탓에 의자를 만날 때마다 쉬면서 천천히 걸었다. 백복령에서 생계령까지 이정표 상 거리는 4.5km지만 속도가 안 나서 약 5시간이 걸려서야 생계령에 도착했고, 이어 태형봉, 고병이재를 지나쳤다. 
    길을 걷다 보니 멧돼지 흔적이 점차 많아지기에 또 멧돼지를 만날까 싶어 일부로 스틱으로 소리를 내며 걸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또 멧돼지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 도망치듯 이동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운이 없어 끊임없이 쉬면서 갔다. 순간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좀비처럼 비틀비틀 걷기만 했다. 오늘은 삽당령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정 힘들면 석병산까지만 가기로 계획을 바꿨다. 종주를 하면 할수록 후반에 몸이 적응되고 체력도 좋아져 더 잘 걷게 된다는데, 나는 예외인건지 갈수록 더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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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고 수풀을 헤매며 긁힌 팔다리
    삽당령에 도착하니 주막이 나를 반겼다. 평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주인장께서 주막 문을 활짝 열어 두셨다. 삽당령 주막은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식당이었는데, 서울에서는 쉽게 접해볼 수 없는 분위기라 재미있었다. 
    주막에서 파전과 막걸리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주막 사장님꼐서 알려주신 박지로 가 오늘 머무를 집을 지었다. 텐트를 다 치고 쉬려고 하는데 문득 엉망진창이 된 팔다리가 보였다. 아침에 길을 잃고 하루 종일 수풀을 헤치고 다닌 탓이다. 이제는 이런 것도 제법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지인들이 산행 시에는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다니라고 조언해주었는데,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에 반바지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는 덜 더우면 좋겠다. 제발! 
    일시종주 35일차. 삽당령~닭목령
    어제는 매트와 침낭을 사용하지 않고 잤는데도 더웠다. 여태까지는 저녁과 새벽에 추워서 고생했는데, 이제는 더워서 새벽에 몇 번 깰 정도다. 폭염이 괜히 폭염이 아니구나 싶다. 
    오늘 걷는 삽당령~닭목령 구간은 백두대간이자 강릉바우길 구간이기도 하다. 강릉바우길은 몇 달 전 촬영을 위해 처음 다녀온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때 좋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기대가 되었다. 
    나는 워낙 운동과 아웃도어를 좋아해 꾸준히 활동하고, 그 경험들을 SNS에 기록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계속 아웃도어 관련된 업무 제의가 들어오고,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곤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들머리에서 1.2km 가량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걸으니 임도가 보이기 시작했고, 차단봉을 지나 좌측에 나있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관리가 잘 되어있어 길 찾기도 쉬웠고, 비교적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역시 폭염특보를 피할 순 없었지만, 맑은 하늘을 보며 걸을 수 있다는 건 참 좋다. 날씨도 안 좋고 조망도 없는 구간을 걸을 때면 정말 힘든데, 이렇게 하늘이 맑고 예쁜 날에는 이따금씩 경치를 바라보며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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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주은 쓰레기
    오늘은 유독 산에 쓰레기가 많이 보였다. 오늘은 종주 중 가장 많은 쓰레기를 주은 날이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자주 하는 노력 중 하나는 산행 갈 때마다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킹’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하면서는 쓰레기 가방을 자주 비울 수 없는 탓에 당일 산행할 때처럼 쓰레기를 다 줍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오늘은 유독 쓰레기가 많이 보여 쓰레기 가방을 꽉꽉 눌러 가득 채웠다. 
    사탕 껍질 등 작은 쓰레기들은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것들이라 생각하지만, 페트병과 맥주 캔, 커다란 쓰레기봉투 등을 보면 일부러 버린 것이 확실하기에 이런 걸 버리고 간 사람들이 참 미웠다. 소신 발언을 하자면, 이렇게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산에 다닐 자격이 없다. 
    오늘 밤은 어제보다도 더 더운 것 같다. 사막마라톤을 할 때에도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이 제일 힘들었는데, 그 때보다도 더 더운 느낌이다. 더운 게 아니라 뜨겁다. 이 무더위가 얼마나 이어질까 싶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며칠 후부터 본격적인 열대야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니, 이게 본격적인 게 아니라면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더울 거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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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째 이어지는 폭염 속에 도착한 석두봉
    더위와 싸우며 힘겹게 오늘의 첫 번째 봉우리인 석두봉에 도착했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티셔츠도 바지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원한 냉수 한 잔이 절실히 생각났다. 닭목령까지 가면 근처에 마을이 있으니, 슈퍼에 가서 시원한 음료를 사 마셔야겠다. 
    석두봉에서 화란봉을 향해 가는 도중에 뱀을 만났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의 정중앙에 누워있는 뱀에게 조금만 길을 내어달라고 스틱으로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근처의 잎사귀들을 흔들어봤지만 요지부동이다. 돌아갈 길도 없어 한참을 더 시도하니 그때서야 귀찮은 듯 길을 내어준다. 
    평소 산행을 할 때에는 한 번도 멧돼지를 만난 적도, 뱀을 만난 적도 없는데 종주를 하면서는 참 많이도 마주친다. 백두대간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우리나라 산엔 정말 많은 멧돼지와 뱀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오후 2시 30분, 닭목령에 도착했다. 닭목령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설마 닭목 같다고 닭목령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설마가 맞았다. 고개 모양이 닭목처럼 길다고 해서 닭목령이라고 부른단다. 재미있는 지명이다. 
    닭목령에 도착해 근처 마을에서 더위를 식힐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마을까지 거리가 멀어서 결국 마을은 들리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근처에서 야영을 한 뒤 내일 대관령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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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닷없이 쏟아진 소나기
    닭목령에서부터 대관령까지는 길이 좋고 편했다. 다음에 또 백두대간 종주를 한다면, 그 때는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한 번에 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목령을 지나 박지를 찾아 오르는데 느닷없이 비가 쏟아져 우비를 꺼내 입었다. 신발과 양말이 잔뜩 젖어버렸지만 시원해서 오히려 좋았다. 
    2시간 정도 올라 고루포기산 오르는 길 중간 즈음에서 텐트를 설치했다. 운행을 종료하기엔 이른 시각이라 조금 더 가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얼른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운행을 일찍 마무리했다. 오늘 마지막 남은 식량을 먹고, 이제 과자 3개와 사탕 몇 개만 남았다. 내일 대관령에 도착하면 휴게소에서 따끈따끈한 밥을 먹고 식량도 보충해야 겠다. 
    일시종주 36일차. 닭목령~대관령~선자령
    오늘은 더위를 피하고자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운행을 시작했다. 어제에 이어 편안한 길이 이어져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고루포기산의 제1쉼터와 제2쉼터를 지나면 낙엽길이 이어지는데, 몇 십년동안 쌓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수북해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요 며칠은 더워서 힘들다는 생각뿐이었는데, 태양이 모습을 감춘 덕분에 모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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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휴게소에서 먹은 짜장면
    대관령에 도착하자마자 휴게소로 향했다. 아침에 과자 몇 조각만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밥 생각뿐이었다. 대관령 휴게소에는 편의점과 카페, 한식당, 그리고 국수집이 있었다. 식당 메뉴판을 보자마자 짜장면이 눈에 들어와 주문했는데, 사장님께서 장거리 산행 중인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곤 든든히 먹으라고 하시며 공깃밥을 같이 내어주셨다. 백두대간에서 만나는 휴게소의 음식은 항상 맛있다. ‘전국의 맛집이 다 백두대간길에 모여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짜장면 한 그릇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식사를 끝낸 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쉬는데, 카페 직원께서 “비박하냐?”고 물으시기에 “백두대간을 걷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연신 대단하다고 하시며 격려해주셨다. 그러고는 야영할 때 먹으라며 깍두기와 오이, 그리고 복숭아까지 챙겨주셨다. 백두대간을 여행하며 감사한 경험들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대관령에서도 감사한 인연을 만난 덕분에 남은 기간을 보다 힘차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휴게소에서 한참을 쉰 뒤 선자령에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휴게소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따뜻한 마음까지 받은 덕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오전에 닭목령에서 대관령까지 10km를 걸었고, 오후에는 선자령을 지나 매봉까지 가 적당한 곳에서 텐트를 칠 계획이다. 
    선자령까지 오르는 길은 이제껏 만난 길 중 가장 좋은 길이었다. 비단길, 아니 황금 비단길이었다. 분명 고도가 오르고 있는데 전혀 힘이 들지 않는, 마법 같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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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자령 비석
    대관령과 선자령은 이번에 처음 와봤다. 새삼 ‘해외여행은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서 국내는 거의 다녀본 곳이 없구나’ 싶어 반성했다. 지리산도 처음, 대관령도 처음, 그리고 곧 걷게 될 설악산도 처음. 그래도 백두대간을 하며 와보게 되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황금 비단길을 지나 선자령에 도착했지만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매봉을 향해 걷는데,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글귀가 적힌 안내판 하나가 길을 가로막고 있다. 
    사유지라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선자령~매봉 구간은 삼양목장이 국가로부터 임차하고 있는 공간으로 출입이 금지되어있다고 하는데, 여태 비법정탐방로만 확인했지 백두대간에 사유지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출입금지 팻말 앞에 한참을 서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는데, 다른 우회 방법이 없어 결국 다시 대관령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허탈했다. 비법정탐방로에, 사유지까지. 언젠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온전히 다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본다. 그리고 이왕이면, 백두산까지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대관령으로 돌아와 야영을 할지 숙소를 갈지 고민하다 씻기 위해 한 숙소를 찾았다. 요 며칠 매일 땀을 흘렸고, 어제는 비를 맞은 뒤 옷을 제대로 못 말렸더니 냄새가 고약하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걸어오기엔 너무 멀다”고 하시며 대관령으로 픽업을 와주셨는데, 땀 냄새가 많이 날거라고 죄송하다고 하니,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말씀을요, 그건 죄송한 게 아니에요. 건강하고 좋은 냄새인 걸요”
    정말 따뜻한 말씀이었다. 백두대간에는 좋은 분들만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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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던 횡계 마을
    개운하게 샤워를 한 뒤 동네를 둘러보는데,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마을이 어찌나 예쁜지 유럽의 어느 나라로 여행 온 느낌이었다. 백두대간을 하며 나중에 살고 싶은 마을을 하나씩 메모하고 있는데, 횡계도 그 리스트에 포함시켜야겠다. 
    사실 몇 시간 전 매봉에 못 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허탈한 마음이 컸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좋은 동네도 와보게 되니 오히려 행복해졌다. 역시 여행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며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긴다.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재미있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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