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용아장성’은 어떻게 죽음의 능선이 되었나?

입력 2021.10.05 18:15

50·60대 남성 두 명의 추락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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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용아장성릉을 넘는 불법 등산객들. 용의 이빨을 닮은 암봉이 늘어선 용아장성은 공룡능선과 함께 내설악을 대표하는 화려한 산줄기다.
10월 3일 오전 7시쯤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용아장성 등반을 하던 A(64)씨와 B(51)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2명은 출동한 119산악구조대와 소방헬기로부터 구조됐으나 숨졌다. 숨진 2명을 포함한 6명의 일행은 이날 새벽 4시부터 용아장성 리지 등반을 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등반 금지된 비법정구간
용아장성龍牙長城은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암봉이 줄지어 있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하며, 공룡능선과 함께 내설악의 핵심 경관으로 손꼽힌다. 백두대간 주능선인 대청봉에서, 중청봉과 소청봉을 거쳐 흘러내린 지능선으로, 북쪽으로는 가야동계곡과 공룡능선, 남쪽으로는 구곡담계곡과 서북능선을 끼고 있어 과히 비경 지대의 핵심 산줄기라 할만하다.
문제는 이 능선이 등반이 금지된 비법정 코스이며, 워낙 암릉줄기가 험준한 탓에 예전부터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용아장성 등반은 수렴동대피소 부근에서 시작하여, 봉정암 부근에서 끝나며, 용아장성 등반 코스만 도상 거리 3.7㎞, 실주행 거리 4.3㎞에 이른다. 도상 거리는 평면의 지도상에서 직선으로 그은 것이며, 실주행 거리는 GPS로 실측한 것으로 어느 정도의 오르내림이 반영된다.
4.3㎞ 거리면 짧다고 여길 수 있으나, 암봉이 20여개에 달하며 2~3미터의 바윗길을 통과하기 위해 5분 가량 걸릴 수 있음을 감안하면 등반 난이도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양 옆으로는 100m에 이르는 낭떠러지라 초보자는 고도에서 오는 공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쉬운 등반 동작도 높이의 공포에 몸이 굳어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것.
문제는 법정 등반 코스가 아니기에 안전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확보 지점이 드물다. 볼트가 있더라도 불법 코스라 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안전성은 검증이 되어 있지 않았다. A씨와 B씨는 용아장성의 첫 봉우리인 옥녀봉(811m)을 지나 리지 등반을 진행하던 중 사고를 당했으며 100m를 추락하여 사망했다. 일명 ‘뜀바위’라 불리는 1m정도 절벽 사이를 점프해서 넘는 곳에 닿기 직전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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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처럼 이어진 낭떠러지를 확보 장비 없이 지나는 등산인들.
낡은 너트 빠지면서 추락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와 일행에게 사고 경위를 파악한 인제경찰서의 말에 따르면 낡은 볼트에 슬링(짧은 로프)을 걸어 붙잡고 바위를 올라가는 순간 느슨하게 풀려있던 너트가 빠지면서 추락했고, 밑에서 대기하던 이와 부딪히며 두 사람이 함께 떨어졌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일행의 말에 따르면 A와 B씨가 등반을 이끈 리더이며, 이들이 앞장서서 바윗길을 이끌었다고 한다. 관리되지 않은 낡은 볼트는 선두에서 오르는 이가 추락의 위험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 과정을 생략하고 곧장 슬링을 걸은 것으로 추측된다. 비법정 불법 등반 코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고인 셈이다.
이들이 수렴동대피소를 통과한 시간은 새벽 4시쯤이며, 국립공원 직원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새벽부터 등반에 나서는 걸 감안하면 새벽 1~2시경 용대리를 출발하여 6.5㎞를 걸어 백담사에 닿은 후(낮 시간에는 백담사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만 통행 가능하다) 5.5㎞를 걸어 수렴동대피소에 닿은 것으로 파악된다. 용아장성 시작지점에 닿기 위해 이미 야간산행 12㎞를 한 것. 4시부터 등반을 시작하여 옥녀봉쯤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리지등반을 이어가던 중 아침 7시쯤 사고가 났다.
용아장성 등반에만 8~10시간이 걸리고 워킹 접속 구간까지 감안하면 총 28㎞에 14~18시간 걸리는 혹독한 코스이다. 게다가 비법정 리지 등반 특성상 하네스와 로프∙슬링∙캠 같은 장비를 가져가더라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드물어 안전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확보가 어려울 경우 안자일렌(등반자끼리 로프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나 한명이 추락하면 나머지 등반자가 딸려서 추락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때문에 용아장성은 제대로된 등반 장비 없이, 몇 개의 슬링과 잠깐 붙잡고 오르내릴 수 있는 15~30m 로프 정도를 휴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수는 곧 100m 추락으로 이어지는, 목숨을 건 도박이 용아장성 등반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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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장성의 비경을 즐기는 비법정 코스 불법 등산객. 경치는 화려하지만 불법이며, 목숨을 걸어야 한다.
비법정길 마니아들의 성지
설악산 국립공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에 용아장성에서 사망사고가 없었으나, 2011년부터 발생한 사고를 파악하면 5건의 사망 사고가 있었다”며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암장이 22개가 있는데 근래에 거의 사망사고가 없음을 감안하면 용아장성은 치명적인 사고가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용아장성’은 비법정길 등반을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문 코스로 여겨진다. 마치 워킹 산꾼 사이에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고 하면, 제대로 된 등산인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용아장성을 8시간 만에 주파했다”고 하면 비법정 마니아들 사이에선 ‘머리에 상투를 올린 것(성인이 된 것)’으로 대략 인정받게 된다.
2013년부터 설악산 비법정 코스 등반을 즐긴 서울의 Y씨(비법정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등반실력이 좋은 베테랑으로 꼽히는 지하의 유명 산꾼)에 따르면 “비법정을 안 가본 사람들은 용아장성을 최고라 여기지만, 어느 정도 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용아장성은 초보자들이나 가는 곳”이라 평가했다. 용아장성에서 사망 사고가 비교적 자주 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50~60대 산꾼 사이에서 용아장성 경치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탓에 너도 나도 오기 때문”이라고 유추했다.
여기서 ‘어느 정도 준비’란 단순히 산행 경력이 오래된 것이 아니라, 난이도 5.10c 이상의 등반능력과 담력, 지구력, 급변하는 산악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장비와 대처 능력(경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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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장성의 대표적인 험로 구간으로 꼽히는 일명 개구멍바위.
“잠시도 방심 못하는 무서운 코스”
올해 8월에 용아장성 등반을 다녀온 모 대학산악부 재학생 대장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의 용아장성 사진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4명이 등반 장비를 제대로 가지고 갔으며, 속도가 처질 것을 대비해 비박 장비까지 준비해서 갔다”고 한다. 재학생 대장은 용아장성 등반 중 “탈진한 후배가 있어 부득이 산길이 없는 곳으로 어렵게 중간 탈출했다”며 “정말 무서울 정도로 아찔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에게 용아장성에서 왜 사고가 잦은지 물었다.
“용아장성은 고립적인 특성이 있어요. 리지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암릉 구간이라 속도가 나질 않아요. 중도포기를 한다 해도 중간에 하산할 루트가 없고, 진행 할 수 있는 방향이 앞과 뒤 밖에 없어 조난 당할 위험이 매우 높아요. 심지어 비법정 탐방로이기에 조난 신고를 할 생각을 못해요. 그렇게 무리하게 등반을 이어가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양 옆의 낭떠러지 높이가 100m라 한 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어요. 안전장비는 필수인데 장비 없이 이동 속도에 초점을 둔 등산객을 많이 봤어요. 낙석 위험도 많고 흔들리는 돌이 많아 집중해서 등반해도 예측 불가능한 위험요소들이 많아요. 코스가 워낙 길어 최대 속도로 산행을 해야 어두워지기 전에 마칠 수 있기에, 안전장비도 생략하고 등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오히려 체력이 좋고 바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고 위험이 많다고 생각해요. 용아장성은 한 번의 실수가 자신만 아니라 일행을 위험에 빠뜨리는 특성이 있어요. 절벽 사이에 발 하나 얹어 놓을 공간만 있어서, 등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실수 한번으로 모든 게 끝날 수 있어요. 안자일렌을 해도 확보할 만한 곳이 없어 여럿이 사고를 당할 수도 있어요. 나무가 적어 강풍에 그대로 노출되어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고요.”
대학산악부 재학생 대장 C씨는 등반 난이도가 쉽다 해도 발을 놓을 곳이 좁아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며, 거리가 워낙 길고 20여개의 암봉을 넘어야 하는 탓에 체력 소모가 커서 일관되게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눈앞의 바윗길 난이도와는 무관하게 사고가 잦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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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사망사고 발생시 출동한 헬기를 당시 용아장성에 있었던 익명의 등산객이 제보했다.
과태료 부과로는 한계
설악산 국립공원측은 이번 사고가 보도되며, 일반인들로부터 “사고를 미연에 막지 않고 뭐했냐”는 비판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 등반인들을 사전에 막기는 쉽지 않다. 무인카메라가 있지만 절묘하게 여기를 비켜서 길을 내고, 리지가 시작되는 곳이나 끝나는 지점에 국립공원 직원이 감시를 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여 이곳을 피해서 통과하거나 재빠르게 도망간다는 것.
국립공원 관계자는 “뒤돌아서 바위로 도망 가는데 사고 위험이 있어 이들을 추격할 수가 없다”며 “리지의 중간 지점에서 지킬 경우에 이런 일이 더 빈발하고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위험성 때문에 그렇게 단속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특히 “인터넷 블로그와 SNS가 활성화 되면서 비법정 등반 다녀온 사진을 무용담처럼 올리는 사람이 많아, 비법정 등반을 부추기고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창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용아장성에서 국공 직원을 이렇게 따돌렸다’는 걸 자랑으로 여기고 영웅심으로 경쟁하듯 내용을 올린다”고 한다.
이들의 불법 등반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태료 부과인데, 1회 적발시 10만원, 2회 적발시 30만원, 3회 적발시 50만원으로 이들의 불법을 제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인터넷의 비법정 구간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국립공원 직원이 요청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법대로 하라’고 삭제하지 않고 무시하는 실정이다.
금단의 사과가 더 맛있는 것은 맞다. 용아장성은 금단의 사과보다 더 맛있는 화려한 경치가 있지만, 목숨을 걸어야 한다. 등반 장비를 가져간다고 해도 리지 특성상 확보할 곳이 드물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주로 50~60대 베테랑 등산인들이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이들일텐데 왜 산에서 죄책감 없이 불법을 자행하는지, 목숨을 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장의 영웅심과 ‘누가 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은 용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목숨의 위협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호기이다. ‘등산의 건전한 즐거움’이 아니라 용의 이빨 위에서 벌이는 위태로운 외줄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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