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은 울고 있다] 두께 2m 얼음을 수박 쪼개듯 2만6,000t 쇄빙선에 오르다

  • 글·사진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입력 2021.11.11 10:01

    [북극일주여행 <1> 러시아 쇄빙선에 몸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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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해의 다도해 프란츠 조셉 랜드. 19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13차례 국내 탐험가 중에서 가장 많이 북극을 다녀온 김완수씨의 탐험기를 연재한다. 기업가이면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하는 동화 출판사 ‘펭귄나라’를 운영하는 출판인이기도 한 그가 직접 북극에서 목격한 기후 변화의 생생한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지구 환경보호가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편집자
    4~5일간 2,000km 바렌츠해를 건너
    지구의 끄트머리 북위 90°, 북극점North Pole.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지의 하나인 북극이다.
    핀란드 헬싱키로 날아가서 러시아의 부동항이자 군사항인 무르만스크Murmansk까지 비행기로 간 후, 그곳에서 러시아의 핵쇄빙선 빅토리아호를 타고 북으로 약 2,000km를 4~5일가량 밤낮없이 바렌츠해Barents Sea를 건너고 북빙양의 얼음을 깨면서 달려야 나타나는 곳이 북극점이다.
    북극은 ‘지구의 냉장고’라 불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온 6~7°C의 따스한 온도에 제 자신도 녹으면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 그 북빙양의 얼음이 모두 녹는 날, 지구에는 어떤 재앙이 닥쳐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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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점 탐방 루트.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는 열熱 받고, 열 받은 지구는 우리에게 화풀이 하고 있다. 태풍, 홍수, 고온, 저온으로 변화무쌍한 심각한 기후변화로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후변화의 진원지인 북극의 얼음 바다로 달려가 본다.
    쇄빙선은 얼어붙은 바다의 얼음을 깨뜨리면서 운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다. 얼음과 직접 부딪혀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배의 앞머리를 들어서 그 무게로 누르면 얼음이 깨지는 원리이다. 특히 북극해 지역은 많은 얼음으로 덮여 있어서 러시아가 쇄빙선으로서는 가장 앞선 나라이다.
    1957년 세계 최초로 건설된 쇄빙선은 ‘레닌호’로 명명돼 30년간 북극해를 누비다가 지난 1987년 퇴역, 현재는 러시아의 무르만스크항에 정박해 ‘쇄빙선 박물관’으로 전시되어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번에 필자가 탑승한 러시아의 핵쇄빙선 빅토리아호50 years of victory는 세계에서 가장 큰 쇄빙선으로 무게 2만6,000t, 길이 160m, 폭 30m, 엔진 7만5,000Hp로 추가 연료 공급 없이 4년 동안 운항이 가능하다. 배의 속도는 21노트, 승무원은 140여 명, 승객은 128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깰 수 있는 얼음의 두께는 약 4m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쇄빙선 ‘아라온호’가 무게 7,000t에 약 1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으니, 얼마나 큰지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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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쇄빙선 빅토리아호. 무게 2만6,000t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쇄빙선이다. 연료를 한 번 채우면 4년 동안 추가 공급 없이 운항 가능하다.
    ‘두드득, 두드득’ 얼음 깨지는 소리
    쇄빙선의 얼음 깨는 소리가 두드득… 두드득… 드넓은 북빙양의 정적을 깬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한낱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이곳 북빙양에서 인간의 작품인 쇄빙선은 육중한 덩치로 계속 얼음을 짓누르고 깨면서 전진한다. 마치 수박이 쩍쩍 갈라지듯이 금이 가고, 지진이 난 듯 두꺼운 얼음들이 무너져 내린다. 자연 앞에 작은 존재 인간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얼음 깨는 소리와 함께 쇄빙선은 계속 진동한다. 심할 때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에서 커피가 쏟아진다. 그러다가 전진하던 쇄빙선이 장애물을 만났는지 갑자기 정지한다. 숨을 고르고 서서히 뒤로 몇 분간 후퇴한다. 그러더니 힘차게 다시 전진해 얼음을 들이받는다.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을 깨며 계속 전진한다. 이 넓은 북빙양, 며칠을 달려도 눈에 덮인 북빙양과 얼음이 녹아내려 만들어진 수많은 물웅덩이…. 넓디넓은 북빙양의 한가운데서 지구 온난화로 녹아 형성된 물웅덩이를 본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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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을 깨며 전진하는 빅토리아호. 직접 얼음에 부딪쳐 깨는 것이 아니라 배의 앞머리를 들어서 그 무게로 눌러 깬다.
    190여 개의 섬 다도해 ‘프란츠 조셉 랜드’
    러시아의 북극해의 부동항인 무르만스크를 떠난 쇄빙선은 바렌츠해를 건너 북으로 북으로 긴 항해를 시작한다. 따뜻한 인도양과 만나는 러시아의 앞마당 바렌츠해는 우리나라의 서해 바닷물 색깔과 비슷하게 혼탁했고, 그다지 파도가 없었다.
     쇄빙선은 천천히 시속 16~18km의 속도로 육중한 몸을 이끌고 멀리 약 2,000km 북쪽에 있는 북극점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북위 69°에 있는 무르만스크, 북위 66.5° 이상은 북극권이라 한다는데, 기온은 영상 10°C를 가리키고 있었다. 밤낮 이틀을 달려 북위 80°에 이르렀을 때, 바다에는 유빙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서 섬들이 나타난다. 망망대해에서 며칠 만에 만난 섬, 그 섬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북위 80°와 82° 사이에서 북극점의 길목을 지키는 섬으로, 이름은 ‘프란츠 조셉 랜드Franz Josef Land’라고 하며, 19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북극해의 다도해이다.
     다도해 사이를 통과해 북극점으로 가는데, 바닷물은 마치 수영장처럼 잔잔하다. 마치 돌을 던지면 그 물결이 저 섬 끝까지 도달할 것 같다. 섬에 가까이 가보니 눈 덮인 산과 산의 계곡에는 눈이 쌓여 빙하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북극점에 도달하고 난 후, 내려오는 길에 몇 개의 섬을 들른다고 했다.
     북극권의 마지막 섬들인 다도해를 지나자 북위 83°쯤에서부터 물 반, 얼음 반이 나타난다. 이제부터 쇄빙선의 능력이 발휘되는 시점이다. 서서히 얼음을 깨는 진동 소리와 함께 쇄빙선의 율동이 느껴진다. 바깥 공기는 포근하며, 우리나라의 늦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겨울이 오는 길목처럼 계속 이어지는 물 반, 얼음 반. 언제쯤 제대로 된 북빙양의 본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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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수 극지방 전문탐험가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는?
    남·북극 23차례 탐험, 조선일보 환경대상 받아
    글 이재진 편집장 사진 김완수 극지방 전문탐험가
    “북극인데 이렇게 춥지 않다니….” 
    본지에 북극 여행기를 연재하는 ‘극지방 탐험가’ 김완수<사진>씨는 처음 북극을 찾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얼음이 녹은 자리에 물웅덩이가 수없이 생겨나 있더군요.” 
    대리석처럼 단단해야 할 빙하가 지구 기후 변화로 찰흙처럼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하고, 그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2년부터 북극 탐방을 시작해서 2019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북극의 기후변화를 관찰해 왔다. 북극과 남극을 각각 13차례, 10차례씩 다녀온 그는 기후변화 실상을 드론으로 촬영해 언론 등 각 분야에 제공하면서 갈수록 나빠지는 지구환경 실태를 알려왔다. 
    농기계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2016년에 출판사 펭귄나라를 세워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펭귄을 캐릭터로 기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환경 동화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을 주제로 환경보호 교육 콘텐츠를 담았다. 책 내용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전북 지역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책은 영어와 중국어로도 출간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았다. 전북교육청과 전주시청, 익산시청 등에 동화 2,800여 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전 세계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기후 문제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본업인 농기계 부문에서도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분별한 화학비료와 제초제는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되고, 하천으로 흘러들기도 한다. 2017년에는 적정량의 비료와 제초제를 정밀 살포할 수 있는 ‘줄뿌림 살포기’를 특허 개발해 상용화했다. 비료를 50% 절약하고 토양 오염을 줄일 수 있어 농촌진흥청에서 신기술로 지정됐다. 익산 장점마을에는 친환경 농업기술을 지원하고 트랙터용 소독기도 기증했다. 환경 캐릭터 ‘펭귄’을 소재로 과도한 농약과 제초제 살포를 방지하자는 캠페인도 벌인바 있다. 내년에 그는 전북 익산시 용머리마을에 전국 최초로 20만 평 규모의 ‘펭귄 환경생태 체험학교’를 열 예정이다. 용안 생태습지에 펭귄 모양의 배를 띄워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그는 환경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국내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조선일보 환경대상을 받았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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