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걷기] 충주호와 아늑한 숲을 양쪽으로 끼고 걷다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1.11.26 09:40

    충주 종댕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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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댕이길에는 전망대를 겸한 정자와 휴식을 할 수 있는 쉼터들이 곳곳에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호수 충주호를 둘러싸고 있는 물의 도시 충주에는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 많다. 풍경길은 충주호뿐 아니라 남한강, 계명산 등 뛰어난 자연 풍경과 역사, 문화 유적지를 배경으로 조성된 길로 비내길, 중원 문화길, 사래실마을 가는 길, 종댕이길, 반기문 꿈자락길, 새재 넘어 소조령길, 하늘재길이 있다. 그 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길이 종댕이길이다. 이름마저 친근하다.
    종댕이는 상종·하종 마을의 옛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충청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어원이다. 종댕이길이 둘러싸고 있는 심항산은 종댕이산이라고 불렸다.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종당마을은 충주호 위쪽으로 올라갔고 예전 마을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이 다니던 길은 오랫동안 발길이 끊어졌다가 2013년부터 ‘종댕이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길 가에 뒹구는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두 저마다의 사연들이 담겨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이 그리웠을까?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구수한 숲길 
    충주를 자주 가게 된 배경은 자전거 라이딩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은 바다와 강을 즐기면서 달리는 길이다.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을 보고 달리는 길은 삶속에 켜켜이 쌓인 모든 피로감을 바람과 함께 날려버릴 수 있다. 충주호와 탄금호 그리고 남한강을 따라서 펼쳐지는 풍광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길이다.
    강을 따라 달리던 어느 날, 충주호를 따라 걷고 싶은 유혹이 스며들었고, 풍경길 코스 중에서 종댕이길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졌다. 잔잔히 흐르는 남한강물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산책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길이 바로 종댕이길이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걷기 좋다. 종댕이길은 3코스가 있다. 출발점은 모두 마즈막재이다. 모든 코스를 걷더라도 11.5km. 대부분 사람들은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휘돌아 마즈막재로 돌아오는 1코스(7.3km)를 찾는데 느릿느릿 걸음으로 2시간 30분이면 넉넉하다. 코스에 구애받지 않고 심항산 둘레만 걷는 하트코스인 3.8km 숲길 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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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댕이길은 깊은 산으로 숲이 무성하다.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길이 아니고,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는 걷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곳곳에 쉼터와 정자, 조망대까지 있어서 가족과 함께 걷는 코스로 딱 좋은 길이다.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과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만끽하며 사색을 즐기는 호반 숲길이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숲의 오솔길을 걷노라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발걸음은 경쾌해진다. 접근성도 좋고 반나절 코스로도 충분하다.
    이름부터 귀여운 종댕이길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4월, 벚꽃이 지기 시작할 무렵에 처음 와서 새롭게 발견한 종댕이길이 얼마나 좋았던지. 다시 한 번 가야지 했는데 벌써 가을의 끝자락이다. 오늘은 1코스 중에서 핵심코스와 심항산에 올라 충주호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심항산 주변에 만들어진 종댕이길을 걸으면서 길의 중심을 잡고 있는 심항산의 모습이 궁금했다.
    마즈막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곁에 숲해설안내소가 있다.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길을 설명해 주는 해설사분들의 표정에서 종댕이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안내소에서 받은 종댕이길 설명서에 ‘걸으면 걸을수록 사랑이 깊어지는 충주호 종댕이길’이라는 설명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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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을 때마다 한 달씩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종댕이길 고개다.
    1코스의 핵심코스가 하트 모양이니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깊어지나보다.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걸어야 할 것 같다. 시작부터 참 느낌이 좋다. 종댕이길 안내소에서 1.2km 정도 걸으면 오솔길이 나타나고 여기부터 종댕이길 여행이 시작된다. 오솔길로 들어서기 전 유난히 푸른 충주호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머문다. 겹겹이 쌓인 능선 사이로 호수가 담겨 있다.
    계단을 따라 오솔길로 내려가면 종댕이길이 시작된다. 도로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깊은 숲속 같은 느낌이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나뭇잎들의 바스락거림에 귀 기울이고 걷는 길이다. 내 마음조차 고요한 심연 속으로 잠기게 한다.
    상수리나무, 밤나무가 가득한 숲속의 기운이 싱싱하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야생의 느낌이다. 길에는 밤 껍질이 무성하다. 혹시나 몇 알이라도 남아 있을까 기대했지만 눈 좋은 사람들이 이미 거두어갔는지 밤알을 찾기는 어렵다. 길은 푹신해서 걷는 이들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 준다. 이따금 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소리도 종댕이길에서는 가벼운 리듬을 타고 새소리처럼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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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댕이길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아담한 출렁다리는 상종마을과 심항산 유아숲의 갈림길에 있다.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
    종댕이길 곳곳에는 전망대를 겸한 정자와 휴식을 할 수 있는 쉼터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서 맑고 밝은 햇살을 즐기며 쉼터에서 소소한 피크닉을 즐겨도 좋다. 도심생활에 지친 나의 발도 오랜만에 걷는 푹신푹신한 흙길에서 모처럼 편안한 휴식 시간을 가진다.
    생태연못을 지나면 충주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숲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충주호에 유람선이 지나간다. 보트가 만들어준 물보라의 물결이 내 곁으로 파도가 되어 다가선다. 바다처럼 보이는 충주호에는 드문드문 모래사장을 품은 곳도 있다. 호수를 품은 숲길의 바람소리도 바람결도 도시와는 완연히 다르게 신선하다.
    제1전망대인 수초섬전망대에서는 별 모양의 수초섬을 조망할 수 있다. 수초섬은 충주호의 수질 개선 및 어류, 조류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수변 생태관광 자원화를 위해서 조성되었다. 물 위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일상의 잡념을 버리고 사색에 잠긴다는 콘셉트로 신경림 시인의 시 ‘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종댕이길 중간쯤에 나지막한 종댕이고개가 있다. 이 고개를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고 한다. 종댕이고개를 넘어 아래로 내려가면 종댕이길의 뷰 맛집인 팔각정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충주호의 매력에 물멍 하는 시간을 즐긴다. 호수와 함께하는 숲의 치유시간이다.
    종댕이길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아담한 출렁다리가 나왔다. 오르막 숲길을 올라 심항산 유아숲으로 가거나 건너서 상종마을로 올라갈 수 있다. 심항산 유아숲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있는 깔딱고개. 걷기가 익숙지 않은 분들은 조금 힘든 길이다. 호흡을 고르며 쉬엄쉬엄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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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고도 385m 심항산 정상은 일출명소이다.
    심항산, 충주호 일출 명소 
    지난번에 눈길만 주었던 심항산으로 오른다. 종댕이길과는 완연히 다른 산길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험악한 돌들이 나뒹구는 돌길이어서 내 두 발의 안전에 온 신경이 쓰인다. 길 곳곳에는 산과 나무 관련 시들이 걸려 있다. 한 편 한 편 시들을 읽노라니 험한 산길에서 걷는 이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종댕이길에서 심항산 정상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하다. 거친 숲을 오르는 길에선 조망 또한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운동 삼아 올라가야지’ 하는 기분으로 심항산 정상에 도착했다.
    심항산 정상 385m. 다시 충주호가 눈에 들어왔다. 불과 30여 분 만의 상봉임에도 어찌나 반가운지. 종댕이길에서 곁에 두었다가 잠시 떨어진 그 시간에도 충주호가 그리웠었나보다.
    정상석을 보기 위해 정자로 올랐다가 그만 숨이 막혔다. 겹겹이 쌓인 산들을 보듬고 충주호가 미동조차 없이 머물러 있다. 이 나지막한 산의 정상에서는 내가 보지 못했던 충주호의 깊은 심연까지 들여다보인다. 이곳은 일출 명소. 언젠가 이곳에서 하룻밤 유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주차장에서 불과 30여 분이니 박배낭 메고 오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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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항산 정상에 오르면 충주호의 깊은 심연까지 들여다보인다.
    충주호의 깊은 숨결을 내 몸으로 고스란히 느끼며 나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산하는 길도 그리 좋은 길은 아니지만 역시 내리막은 오르막보다 편하다. 주차장까지는 단 20여 분. 너무나 빨리 내려왔나? 아직도 심항산 정상에서 보았던 충주호가 눈에 삼삼하게 그려진다.
    종댕이길로 돌아가는 길은 오솔길이 아닌 큰 도로변을 따라 만들어진 데크길이다. 벚나무가 드리워진 그늘 속으로 적당히 따스한 햇살이 밀려든다. 내 마음도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처럼 넉넉한 파도가 출렁인다. 행복은 참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코스개요
    1코스 (7.1km) 마즈막재 -오솔길 -원터정 -1조망대 -밍계정 -2조망대 -출렁다리 -윗종댕이정 -상종마을 -계명산휴양림 -약수터  -마즈막재
    2코스 (8.3km) 마즈막재 -심항산 입구 -숲해설안내소 -원터정 -밍계정 -2조망대 -출렁다리 -윗종댕이정 -상종마을 -교직원복지회관 -수난구조대 -텃골정 -충주댐 정상
    3코스 (6.1km) 마즈막재 -심항산 입구 -계명산휴양림 -상종마을 -하종마을 -교직원복지회관 -수난구조대 -충주댐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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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댕이길 지도
    찾아가는길
    승용차 :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ic -계명산자연휴양림 -마즈막재 주차장
    시내버스 : 충주공용버스터미널 513, 514, 515번 버스 승차 후 마즈막재 정류장 하차 (1일 4회 운행)
    유의사항
    - 버스 운행이 많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시외버스터미널 기준 요금 1만 원 이내).
    - 화장실, 식수, 매점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과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관광포인트
    탄금대 -가야국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타던 곳이다. 탄금대에는 아픈 역사도 깃들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장수 신립은 왜장 고니시와 가토의 군대에 맞서서 병사 8,000명으로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패하고 신립이 남한강에 몸을 던진 곳이 바로 탄금대 열두대이다. 
    충주 활옥동굴 -일제강점기이던 1919년에 개발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채취 광산으로 한때는 8,000여 명이 일했던 곳이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으로 판로를 잃으면서 폐광이 되었다.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활옥동굴로 문을 열었다. 백옥을 캐던 곳이라 벽면과 천장이 온통 하얗다. 예전 광산의 모습도 곳곳에 재현해 놓았고, 동굴 보트장이 있어서 동굴 속에서 보트도 탈 수 있다.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 중앙탑사적공원에 있는 탑평리 칠층석탑은 우리나라 정중앙에 위치한다고 하여 ‘중앙탑中央塔’이라고도 불린다. 화강암으로 된 탑으로 통일신라시대 석탑 중에서 가장 크고 높다(국보 제6호).
    공설시장의 순대·만두골목 -충주 재래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순대, 김치만두, 감자만두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공설시장.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무청 시래기를 넣어서 끓이는 순대국은 시원하고 칼칼해서 한 번 먹어보면 그 매력에서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소가 쏟아질 것처럼 가득 차 있는 4색 감자피로 만든 쫄깃한 감자김치만두는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고 싶어진다.
    본 기사는 월간산 1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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