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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북극곰이 울고 있다] 운명의 시계가 째깍째깍…북극의 SOS

글·사진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 입력 2022.02.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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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울고 있다 <4> 40년간 절반으로 줄어든 얼음바다

북극 홀섬의 테이블 마운틴. 산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북극 홀섬의 테이블 마운틴. 산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다.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13차례 국내 탐험가 중에서 가장 많이 북극을 다녀온 김완수씨의 탐험기를 연재한다. 기업가이면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하는 동화 출판사 ‘펭귄나라’를 운영하는 출판인이기도 한 그가 직접 북극에서 목격한 기후 변화의 생생한 모습들은 실로 충격적이다. 지구 환경보호가 지금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편집자

북극 다도해의 섬들. 북위 80도 내비게이션이 보인다.
북극 다도해의 섬들. 북위 80도 내비게이션이 보인다.

북극점 탐방 후 육중한 쇄빙선은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다. 북극점 가는 길목에 지나갔던 러시아의 북극 다도해인 프란츠 죠셉 랜드Franz Josef Land를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프란츠 죠셉 랜드는 19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북극 다도해로서, 북위 80°~82° 사이에 걸쳐 있는 북극의 섬들이다. 북극의 다도해는 바다 물결이 거의 없는 잔잔한 호수 같았다. 주변에 섬들이 많아서 파도가 없으리라!

쇄빙선은 다도해의 후커섬Hooker Island 앞에 정박한다. 라이프재킷과 고무장화를 신은 탐방객들은 쇄빙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고무보트로 이동하고 있다. 주변 바다가 잔잔하니 고무보트의 율동이 없어서 승선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고무보트에서 바라본 쇄빙선, 너무 커서 사진 촬영에 어려움이 있다.

러시아 북극 연구소 주변에 형성된 호수. 기온 상승으로 생겨났다.
러시아 북극 연구소 주변에 형성된 호수. 기온 상승으로 생겨났다.

러시아 북극 연구소도 질퍽

쇄빙선을 떠난 고무보트는 ‘러시아의 북극 연구소’로 향하고 있다. 허름하게 지어진 목제 건물들이 보인다. 저곳이 러시아의 ‘북극 연구소’라고 한다. 사용하지 않고 있는지, 오래된 듯한 목제 건물이 낡아 있었고, 연구소 사람들은 대부분 철수했는지 보이질 않았다. 바다에서 바라본 러시아의 목제 북극 연구소…. 떨어져 나간 건물이 있는가 하면, 작은 목제로 만들어진 배도 있었다. 두 개의 목제 굴뚝이 있는 건물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빨간 깃발이 있는 목제 건물에서 튀어나온 듯한 한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몇 명은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무보트는 미리 와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던 쇄빙선 스태프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 미리 온 탐방객들은 주변을 서성이고…. 고무보트는 안전하게 접근해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한 명씩 차례로 하선하고 있다.

이곳이 북위 80도인데도 어김없이 지구온난화는 찾아와 이곳저곳이 질퍽거리고 물웅덩이가 생기고 있다. 푸른 녹지대가 형성되고 노란 꽃, 하얀 꽃이 피고 있다. 아직 사람이 살지 않는 청정지역인 다도해지만, 얼마 후면 이곳도 사람의 발길이 잦아질 것이다.

유빙을 관찰하러 접근하는 쇄빙선.
유빙을 관찰하러 접근하는 쇄빙선.

빙하 쌓여 평평해진 ‘테이블 마운틴’

테이블 마운틴은 아프리카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있다. 산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북극 다도해에도 테이블 마운틴이 있다. 북극점 가는 길목에 있는 아주 특이하게 생긴  홀섬Hall Island을 방문했다. 홀섬은 산의 정상이 평평하다 하여 테이블 마운틴이라 불린다. 그리고 산맥을 따라 이어진 산들이 오랜 세월 풍화되어 툭툭 끊어져 있는 특이한 형태이며, 산맥 끄트머리에는 두 개의 바위섬이 형제처럼 마주보며 서있는 곳이다. 쇄빙선에서 헬리콥터에 탑승해 홀섬의 정상인 테이블 마운틴으로 향한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 도착해 보니, 마치 사람들이 다져놓은 듯 많은 돌들이 평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안내인에게 왜 이렇게 정상이 평평하냐고 물으니, “오랫동안 쌓인 빙하의 압력에 의해서 눌려져 자연스럽게 평평해진 것이다”라고 했다. 남극, 북극을 탐방하다 보면 옛날 빙하가 있던 지역에는 오랫동안 빙하의 무게에 의해 작은 돌들이 바닥에 깔려 있고, 주변이 평평해지고 있는 지역을 때때로 볼 수 있다. 테이블 마운틴 정상에서 바라본 자연경관과 북극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빨간색의 쇄빙선, 그렇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북극의 하루는 지나가고 있었다.

고무보트를 타고 북극 다도해의 빙하와 빙산, 그리고 바닷새들을 감상하는 바다사파리를 떠난다. 주변의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북극 다도해의 바다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그 빙산에서 북극 바닷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고, 검은 목 띠를 두르고 검은 눈을 가진 거북이처럼 엎드린 빙산에도 북극 바닷새들이 앉아 있다. 빙하 흙 속에 쓸려 떨어져 나온 검은 빙산은 마치 빙산의 상처처럼 검은 속살을 보이고 있다.

절벽 위까지 꽉 찬 바닷새들.
절벽 위까지 꽉 찬 바닷새들.

후손을 위해 지금 바로 행동을!

북극 다도해의 섬들은 대부분 화산이 흘러나와 이뤄진 주상절리이다. 나무토막이 겹겹이 쌓인 듯 바다 쪽을 향해 사각형의 바위가 질서정연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모습이다. 마치 누군가가 조각을 빚은 듯 그렇게 북극의 기암괴석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보트는 바짝 다가가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우리 제주도의 주상절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제주도의 주상절리는 세워져 있는 바위 모습이었는데, 이곳의 주상절리는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로 흘러나온 듯한 모습이다. 양쪽 주상절리 엉덩이 사이에 끼인 하얀 눈이 앙증스럽다.

기암괴석의 주상절리를 지나 끄트머리에 이르니 절벽에 수많은 바닷새들의 보금자리가 나타난다. 양쪽에 금이 간 절벽Crack 사이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바닷새들의 보금자리가 하얀 점처럼 보인다. 자세히 바라다본다. 절벽 위까지 꽉 찬 바닷새들의 아우성 속에 이곳은 인간들의 지역이 아닌 ‘새들의 영역’이었다. 이곳은 빙하지대라 먹을 것이 많은 것도 새들이 몰려 있는 한 이유이리라. 빙하 밑에는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고, 그것을 먹기 위해 갑각류와 각종 물고기, 고래 등이 모여드는 천혜의 식량창고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북극 다도해의 모든 새들이 이곳 바위절벽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고무보트는 이동해 빙하지대로 달린다. 주변 산의 계곡에 가득 채워진 빙하. 오랜 잠에서 깨어나 녹아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쭉 병풍처럼 이어지는 절벽과 잔잔한 바다 물결. 그리고 빙하 밑에서 모여 있는 바닷새들. 아마도 절벽에 있었던 바닷새들의 친구들이리라!

빙산 위의 바닷새들. 이들의 보금자리도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빙산 위의 바닷새들. 이들의 보금자리도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빙하가 녹아 흐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흐르고 있는 빙하의 눈물!

그리고 빙하지대의 중간 쪽에 커다란 빙하 구멍에서 많은 물이 흘러나와 빙하폭포를 만든다. 저렇게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으면 이곳의 빙하지대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심각한 지구온난화 현장이다.

수천년 동안 북극 얼음바다는 하얀 운동장처럼 태양빛을 반사하며 그렇게 지구온도와 기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제 그 북극 여름바다가 앞으로 20~30년 후면 우리 세대에서 슬픈 종말을 고할 것 같다. 우리 인간들에 의해서 지구는 열熱받고 열받은 지구는 우리에게 화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해수욕하는 북극곰 가족.
해수욕하는 북극곰 가족.

수천년간 이어온 북극 얼음바다의 면적이 1979년 인공위성 측정 이래 40년 동안 750만km2에서 374만km2로 절반이 사라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예상 못 한 기후변화 현상으로 태풍, 홍수, 심각한 고온·저온현상 등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2020년 태어난 어린이 세대는 앞으로 지금보다도 10배 이상의 피해가 생긴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북극 얼음바다, 북극점의 온도가 6~7℃까지 오르는데 그 밑 위도에 있는 알래스카 빙하, 그린란드 빙하가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그린란드 빙하, 드넓은 빙원 상공에 비가 내린다. 빙하가 모두 녹으면 6~7m까지 바다 수위가 상승한다는데 끔찍한 일이 시계바늘처럼 째깍째깍 우리 앞에, 우리 후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빙하지대의 빙하 구멍에서 흐르는 폭포.
빙하지대의 빙하 구멍에서 흐르는 폭포.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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