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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완주 가수 손빈아] “산처럼 한결 같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글 신준범 기자 사진 노규선 제공
  • 입력 2022.03.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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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육십령에서 8개월 만에 백두대간 종주 마친 손빈아 완주 행사 열려

험하기로 손꼽히는 남덕유산을 넘은 후 등산복에서 행사복장으로 말끔하게 갈아입고 열창하는 가수 손빈아. 눈 내리는 육십령에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험하기로 손꼽히는 남덕유산을 넘은 후 등산복에서 행사복장으로 말끔하게 갈아입고 열창하는 가수 손빈아. 눈 내리는 육십령에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눈발 날리는 백두대간 육십령에 가수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트로트 가수와 아이돌 걸그룹까지 작은 무대 위에서 열창이 이어진다. 가수이자 MC인 소유담의 진행으로 트로트 가수 김수련, 배아현, 한여름, 아이돌 걸그룹 파스텔걸스가 능선이 들썩거릴 정도로 신나게 노래 부른다.

지난 2월 6일, 해발 800m에 육박하는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 경계인 육십령, 영하 10℃의 추위 속에 가수 손빈아의 백두대간 완주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팬클럽 회원을 비롯해 등산동호인 등 100여 명이 함께해 진심어린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남덕유산 산행을 마치고 대간을 완주한 가수 손빈아는 무대에 올라 “원래 ‘어린왕자’가 별명이었는데, 백두대간을 타면서 ‘산처럼 한결 같은 가수’로 바꿨다”고 인사했다. 완주 소감을 묻는 MC의 질문에 “완주는 예상하지 못했고, 중간에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백두대간 산행이 설악산 구간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소속사 노규선 대표께 앞으론 못 가겠다고 꾀병을 부려볼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타다 보니까. 산의 매력을 느꼈고, 이제는 산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김천과 영동 경계의 백두대간 용문산에 오른 손빈아.
김천과 영동 경계의 백두대간 용문산에 오른 손빈아.

가수 손빈아(31)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20년 TV 트로트 순위 경쟁 프로그램 ‘트로트신이 떴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명가수 남진·주현미·설운도·장윤정으로부터 “실력파 트로트 가수”라 극찬 받았다. 이에 힘입어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후, 결승에서 4위를 차지했다.

가수 손빈아를 산으로 이끈 사람은 기획사 대표인 노규선(56)씨다. 노씨는 연예기획사 상호를 ‘마운틴 엔터테인먼트’라고 지었을 정도로 등산에 애정이 깊다.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을 두 번 이상 올라, ‘명산100 어게인’을 달성했을 정도로 열혈 산꾼이다.

노규선씨가 손빈아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경남 진주의 논개축제행사장이었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손씨의 모습에 반해, 그의 부친을 설득해 계약을 맺고 서울로 데려왔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가 고향인 손빈아는 발군의 노래 실력으로 어릴 적부터 가수의 꿈을 가졌으나, 주변에서 “가수 되려면 돈이 엄청 들고, 사기 당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꿈을 포기하고 진주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다 27세에 우연히 나간 지방 가요제에서 대상을 타면서, 자비를 들여 1집 싱글앨범을 내고 하동에서 가수로 활동하다 노 대표를 만나 서울로 상경해 2~3집 앨범을 냈다.

화려한 무대에 오르는 젊은 연예인이 명산 산행도 아니고, 힘들기로 소문난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것이 무척 독특하게 느껴진다. 노 대표의 강요로 억지로 산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손씨가 손사래를 친다.

“지리산이 고향 집 뒷산이라 어릴 적부터 여러 번 천왕봉을 올랐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새로운 산을 하나씩 탈 때마다 매력을 느꼈어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매일 40분 거리를 걸어 다녀서인지, 걷는 게 좋아요. 쉬는 날에도 7~8km는 걸어요.”

코로나로 행사 스케줄이 줄어들어, 많을 때는 일주일에 3일을 대간 종주에 매달렸다.
코로나로 행사 스케줄이 줄어들어, 많을 때는 일주일에 3일을 대간 종주에 매달렸다.

100대 명산 오르기로 등산을 시작한 그가 대간 종주를 시작한 것도 고향인 하동과 관련 있다. 2022년 하동에서 ‘세계 차茶 엑스포’ 개최가 결정되면서 하동 출신 가수 정동원과 함께 홍보대사로 임명된 것.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노 대표와 손 가수는 지난해 6월부터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시작해 8개월 만에 완주했다. 마주치는 등산객들에게 ‘백두대간 종주 가수 손빈아 하동 세계茶엑스포 성공기원’ 표지기를 나눠 주고, 산행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려 적극적으로 행사를 홍보했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4월 열릴 예정이던 엑스포는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지방 행사나 무대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두 사람은 남는 시간을 대간 종주에 쏟았다. 적게는 일주일에 하루, 많을 때는 일주일에 3일을 산행했다. 노 대표는 “보통 하루에 20km를 걸었고, 구간을 나누기가 어려울 때는 30km를 하루에 걸은 적도 있다”고 한다. 산행 시간이 8~10시간은 기본이며, 종주를 위해 서울에서 늘 새벽 3~5시경 출발했다고 한다. 지방행사 스케줄이 있을 때면 늘 가까운 대간 구간 종주를 했으며, 100명산 산행도 했다. 손 가수는 100대 명산 중 58개 산을 올랐다.

백두대간 완주에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등산 가수’로 소문나면서 차량 회수가 까다로운 백두대간 특성상 팬들이 차량 지원을 해주거나, 블랙야크 셰르파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천 구간은 김천산악구조대의 지원을 받았고, 부산의 허영섭 셰르파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사람은 BAC앱을 사용해 대간 완주를 증명했다. 참고로 BAC앱 백두대간 도전 프로그램은 구간별 인증사진과 현장에서 GPS 인증을 모두 받아야 완주를 인정받을 수 있다. 비법정 구간은 산행하지 않았으며, BAC앱 또한 비법정 구간의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들은 불법 산행을 예방하기 위해 산불방지 입산금지를 피해 모든 구간을 종주했다. 종착지가 육십령 남덕유 구간인 것도, 지리산이 산불금지 입산통제 기간이 되기 전에 먼저 산행한 탓에 그리되었다. 손씨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덕유 구간’을, 가장 힘들었던 구간으로 ‘설악산’을 꼽았다.

백두대간 초점산에 오른 손씨의 기획사 대표 노규선씨. 손빈아를 등산에 입문시킨 열혈 산꾼이다.
백두대간 초점산에 오른 손씨의 기획사 대표 노규선씨. 손빈아를 등산에 입문시킨 열혈 산꾼이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출발해서 마등령과 공룡능선을 거쳐 당일에 대청봉을 올라 한계령으로 하산했어요. 18시간 연속 산행을 했는데, 대간 탄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더 힘들게 느껴졌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남덕유산을 지나 할미봉에서 육십령을 바라볼 때였어요. 왠지 울컥했어요.”

노규선 대표는 오랫동안 연예계에 있으며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가 소속사의 유일한 연예인으로 뽑은 손빈아에게 정성을 쏟아 붓는 것은 “그처럼 인성이 바르고, 인물 좋고, 노래 잘하는 삼박자를 갖춘 사람은 무척 드물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대한민국 가수 중에서 최초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며 “우리는 그 먼 산길을 함께 걸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손빈아 역시 “노 대표님과 저는 하나입니다”라고 짧지만 의미 있는 말로 화답한다.

이날 행사에선 팬들과 등산동호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대간 완주패’를 손빈아에게 전달했다. 그는 백두대간 완주가 등산을 끝내는 마침표가 아닌, 더 많은 산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트로트 가수’이자 ‘등산인’으로 남을 것이라 전했다.

“대간을 마치니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워요. 분명 끝났는데, 계속 산행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100명산도 타고, 화대종주도 하고, 계속 탈 겁니다. 제 인생에 산은 끝이 없습니다. 파이팅!”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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