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outside] 카라반 캠핑하는 이유? "안전과 기동성"

입력 2022.05.10 09:53

1박2일 학천야영장 카라반 캠핑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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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안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성묵씨와 딸 재인양, 아내 오정은씨. 정성묵씨는 7년차 카라반 캠퍼이자 20년차 포토그래퍼다.
정말 미친 인기다. 코로나로 캠핑카 시장이 폭주하듯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등록 캠핑카(튜닝 포함)는 3만8,260대라고 하는데, 2016년에는 6,768대에 불과했다. 여섯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캠핑카가 많아지자 이젠 주차가 사회 문제로 거론될 지경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특별하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캠핑카에 열광하는 것일까? ‘나무끄네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캠퍼 정성묵(네이버 블로그 ‘나무끄네끼의 아웃도어 라이프’)씨 가족이 보내는 카라반의 하룻밤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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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라반 전용 캠핑장인 학천야영장. 2 봉인 해제! 견인 장치를 해제한다. 3 리모콘으로 카라반을 미세 조정할 수 있게 해주는 ‘무버’라는 옵션이다. 4 학천야영장 정주형 카라반 내부.
[Day 1]

14:00
국립공원 유일 카라반 캠핑장
“저희는 이번에 지리산 학천야영장에서 묵습니다.”
학천야영장은 국립공원 야영장 중 유일하게 카라반 전용이다. 2020년 5월에 문을 열었으니 부대시설들도 모두 최신식이다. 24동의 카라반 영지와 정주형 카라반이 4동 마련돼 있다. 앞서 언급한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를 고려하면? 그렇다. 이곳을 예약하기란 하늘에 ‘땅’따기다.
야영장에 도착한 독일제 카라반 비스너 아베소 플러스 510TK. 먼저 총 5단계 안전장치를 풀어 견인 장치를 해제하고 무버를 사용해 리모콘으로 RC카를 운전하듯 카라반을 운전해 사이트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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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삼재~노고단 코스는 완만하고 짧아 어린 아이도 큰 부담 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 2 재인양의 장풍을 맞은 정씨가 노고단+1m에 도달하고 있다. 3 등산으로 건강은 물론 생태교육도 챙긴다.
15:00
카라반에서만 놀 줄 알았지?
일가족은 카라반을 떼어놓자마자 바로 인근 성삼재로 간다. 정씨는 캠핑을 시작으로 자전거, 낚시, 카약, 웨이크 보드, 스키, 클라이밍 등 수많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섭렵한 아웃도어 마니아. 그의 영향을 받아 이제 가족들도 모두 아웃도어를 즐긴다.
오늘은 등산이다. 탐방예약 후 걸을 수 있는 성삼재~노고단 왕복 6km 코스다. 건강은 물론 아이의 생태교육은 덤이다. 아이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산에 핀 꽃과 나무에 대해 쏟아내는 질문들에 답하다보면 어느덧 어렴풋 고도에 따른 식생의 수직적 분포를 이해하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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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에서 반찬을 담는 엄마, 아빠를 돕는 아이, 그리고 밖을 전담하는 아빠. 흔한 카라반의 식사 준비 풍경이다. 2, 3 식사 채비를 돕는 아빠 옆에서 공구를 정리하는 재인양. 4 아이는 안에서 따로 밥을 먹는다. 정씨는 “보통은 밖에서 같이 먹지만 이렇게 일교차가 심한 날에는 감기 걸릴 우려가 있어 안에서 먹게 한다”고 했다. 5 4월 중순, 여전히 저녁 공기는 차다. 펠릿 난로가 한기를 내몰아 준다.
17:40
카라반의 밥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야영장. 학천야영장의 코인샤워실은 17시에 문을 닫지만, 카라반에서 세면세족은 물론 간단한 샤워도 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가올 밤을 대비한다. 펠릿 난로를 한편에 세우고, 카라반에 연결되는 어닝 텐트를 친다. 하지만 저녁 골바람이 너무 거세다. 위풍당당했던 어닝 텐트는 멋쩍게 도로 들어가지만 대신 활활 불타는 난로가 식은 몸을 따뜻하게 달궈 준다. 아이는 고사리손으로 분주하게 바깥의 아빠와 카라반 안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를 오고간다.
오늘 저녁식사는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 정씨는 “사실은 카라반 캠핑을 할 때 간단한 조리는 해도 이렇게 제대로 해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며 “캠퍼를 받아준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그 지역의 먹거리를 찾아 먹으려고 한다. 삼겹살을 야영장 인근에서 구매한 것도 이런 원칙에 기반했다”고 했다.
어른들은 불멍을 곁들여 외식하고, 아이는 바깥바람에 감기 들지 않도록 내식한다.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 확실하게 보장돼 있다는 것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한테는 큰 장점이다.
20:00
카라반의 밤
식사 정리를 끝내고 각자 휴식에 들어간다. 아이는 벌써 피곤한지 카라반 침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른들은 맥주와 와인을 곁들여 별빛을 즐긴다. 바쁜 가족의 뒤를 좇느라 그간 묵혀 왔던 질문들을 몇 가지 꺼낸다.
Q 카라반 캠핑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늘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계속 바쁘다.
A 카라반을 편할 생각으로 운용하면 안 된다. 순간의 편의는 해결하기 쉽지만,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챙길 것도 많다.
Q 왜 카라반을 선택했나?
A 원래는 오토캠핑을 많이 했다. 그러다 2015년 4월에 한 번 크게 데였다. 겨울모드면 견딜 수 있는데, 4월이라 여름모드로 캠핑을 나왔다가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술도 조금 먹은 상황이었는데 아이는 추워하고 대처할 장비가 마뜩치 않아 엄청 고생했다. 그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캠핑의 무서움을 느꼈다. 그래서 카라반으로 넘어왔다.
Q 처음 산 카라반은 무엇이었나?
A 영국식 스위프트 카라반이었다. 중고로 샀는데 수리비만 500만 원이 들었다. 동파에 수전, 부속, 장판 등 문제 없는 곳이 없었다. (웃음) 돌고 돌아 지금 타는 카라반이 4번째다. 독일제인데 대체로 독일 제품들이 단열이 우수하다.
Q 비싸지 않나?
A 지금 것이 기본 몸통 4,000만 원 후반, 옵션 2000만 원 정도 들어갔다. 원래 카라반은 옵션 비용이 상당하다. 에어컨, 어닝 텐트, 무버 정도가 3대 필수 옵션으로 꼽힌다.
Q 가격이 감당되나?
A ‘지금보다 더 행복한 미래는 없다’는 가치관에 가족이 공감해 줬기에 구축한 아웃도어 라이프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이 여기에 있기에 찾은 것뿐이다. 
또한 카라반은 단지 아웃도어를 즐기는 수단일 뿐이다. 상황과 소득에 맞춰서 이 수단은 언제든 변화시킬 수 있다.
Q 카라반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해 주자면?
A 카라반을 알차게 즐기려면 중고로 구입해서 일단 타보고 자기한테 필요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상태가 괜찮은 중고가 많다.  
가장 안타까운 건 업체들한테 ‘이 옵션을 넣어야 할인을 해준다’는 둥 하는 말에 낚여서 온갖 옵션을 잔뜩 집어넣은 카라반을 사는 사람들이다. 가령 외부수전(물탱크)을 200L 다는 옵션이 있다. 샤워하려면 필요하다는 말에 속기 마련인데 저 많은 물을 어디서 받아서 넣고, 어떻게 버릴지는 숨긴 유혹이다. 오수통이 가장 큰 게 45L다. 낭비되는 스펙인 셈이다.
물론 이런 옵션들을 절대 달지 말라는 건 아니다. 취향의 영역이다. 그러나 카라반을 굴려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속속들이 카라반에 적용하는 캠퍼는 많지 않다. 
Q 최근 카라반 캠핑은 적지않은 논란을 낳고 있는데…?
A 불법주차, 불법캠핑, 쓰레기 투기, 오폐수 무단방류, 사기거래 등 정말 많다. 문화가 축적될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 왔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먼저 이 영역을 개척한 사람들이 교육을 해주고 싶었는데 코로나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모으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방 기계를 단 캠핑카들이 노지에 들어선다고 한다. 정말 안타깝다. 사람들 의식도 개선돼야 하고, 인프라도 좋아져야 다 해결될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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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천장이 내려와 침대가 되는 것이 비스너 아베소 플러스 510TK의 특징이다. 3 잠시 발을 뻗고 TV를 보며 휴식을 취한다. 4 카라반 제어판. 왼쪽부터 태양광패널, 배터리, 조명 등이다. 리모콘은 에어컨 및 무버. 이 기기들로 카라반 전체를 조정할 수 있다. 5 인터뷰와 취재에 시달려 유난히 더 길었던 하루 캠핑을 마감한다.
21:00
Good Night!
이제 고대하던 수면의 시간. 정씨의 카라반은 최대 7명이 잘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정작 이 특징을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는 것이 정씨의 아쉬움. 
이제 잠들기 전 카라반에 올라타 잠시 이들의 생활을 돌아봤다. 2년의 사용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다. 정씨는 “청결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더럽게 방치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곰팡이도 피고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깨끗한 곳에서 자야 잠도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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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를 마시며 아침 공기를 만끽하는 오정은씨. 2 향긋한 꽃차로 아침을 시작한다. 3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Day 2]

08:00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
국립공원공단에서 비치해 둔 정주형 카라반에서 잠들었다. 집에 비하면 다소 좁지만 뭔가 더 포근하고 아늑하다. 문득 어릴 때 꼭 장롱같이 좁은 곳에 기어 들어가 자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제야 어른보다 아이들이 유독 카라반을 좋아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잠에서 깬 후 어슬렁어슬렁 정씨의 카라반으로 향한다. 벌써 일어난 그들은 분주하게 꽃차와 커피로 잠을 깨우고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식사 후 차 한잔을 마시며 휴식한 뒤 곧바로 철수 준비. 학천야영장은 12시 이전에 퇴실해야 한다. 철수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카라반이 파손되거나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초보자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든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창문을 꽉 안 닫는 경우란다. 운행 중 창문이 열리거나 덜컹거리다 파손되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제 어디로 떠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가족들의 시간을 더 빼앗지 않기로 한다. 사실 카라반이 너무 과한 지출이라고 여겼는데, 아이가 있는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게는 가족과 아이의 추억과 행복을 보호해 주는 무엇보다 훌륭한 수단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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