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인왕산을 떠나지 않은 ‘누상동 터줏대감’

입력 2022.06.09 09:39

송정철 인왕산악회장의 인왕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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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인왕산클럽을 만든 동네 친구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과 송정철 인왕산악회장(오른쪽).
“예전 인왕산에는 암자가 27곳 있었어요. 그만큼 산이 깊고 숲이 잘 보전돼 왔다는 것이지요. 인왕산은 사대문 안에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여기지만 화강암질이 어느 산보다 훌륭해서 암벽 훈련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명산 중의 명산입니다.”
인왕산악회를 맡고 있는 송정철 회장은 해방둥이다. 누상동에서 태어난 후 한 번도 인왕산 곁을 떠난 적이 없는 서울토박이다. 지금도 누상동에 살고 있는 송 회장은 1962년 동네 친구 이인정(아시아산악연맹회장)과 함께 인왕산클럽을 만들어 60년 동안 묵묵히 인왕산을 지켜오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주말만 되면 중동, 경기, 경복, 서울, 휘문 등등 사대문 안의 중고등학교 산악부원들이 앞다퉈 인왕산 암장으로 모여들었어요. 변변한 장비가 있을 리 없던 당시에 다들 교복 입은 채로 미군부대에서 나온 워커(군화) 밑창을 잘라서 신발에 덧대 신고선 바위를 탔죠.”
인왕산은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폐쇄됐다가 1993년 개방됐다. 산은 열렸으나 암벽을 오르려면 사전신고를 해야 하는 등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접근하는 데 적지않은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제약이 있었기에 산이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왕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인왕산악회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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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고교2년 여름 북한산 산행 후 하산하며 우이동계곡에서.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송정철 인왕산악회장. 네 번째가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회장.
송 회장은 해외원정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우직하게 인왕산을 지켜온 인왕산 등반의 산 증인이다. 과묵하면서도 신중한 말투는 인왕산을 닮았다.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발걸음이 20대 못지않다. 젊었을 때 복싱으로 다져진 몸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다부지며 산행 발걸음 또한 경쾌하다. 
“인왕산 암장을 마스터하면 국내 어느 산이든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송 회장의 인왕산 사랑은 남다르다. 
“물이 맑으면서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이 수려하죠. 바위가 푸석하지 않고 반지르르 해요. 게다가 시내에 있어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인왕산을 품고 있는 서울은 복받은 땅입니다.”
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유영호씨는 “우리 산악회는 볼트를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볼트를 남용하면 바위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주기 때문이죠. 자연 그대로의 인왕산을 보존하고 후손에 물려주는 게 우리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인왕산은 등반지 일뿐만 아니라 나라의 역사가 서린 유서 깊은 산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산악회를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가꿔오신 선배님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인왕산악회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인왕산악회는 신입회원에게 기초강습을 무료로 상시 시행중이다. 문의 010-5245-5429.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6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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