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What stuff] 스카르파 골든 게이트 키마 RT

월간산
  • 입력 2022.07.07 17:01
  • 수정 2022.07.07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등산화가 진화하고 있다고 해도 될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등산화는 발과 발목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모양이 투박했다. 부츠 형태로 발목을 감싸는 건 기본이고, 신발 바닥은 마치 시멘트를 두른 것처럼 단단했다. 장거리 산행을 할 땐 이렇게 무겁고 딱딱한 걸 신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탱크처럼 생긴 이것이 바로 등산화다'라는 명제가 바뀌기 시작한 건 트레일러너들이 등장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그전에도 '리지화'나 '어프로치화'가 있긴 했지만 트레일러닝화만큼 반응을 이끌어내진 않았다. "운동화를 신고 산에서 뛰다니!" "대체 뭔 신발을 신고 저렇게 쌩쌩한거야?"라고 수근대진 않았다는 거다.

이미 시중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만든 트레일러닝화가 출시돼 팔리고 있다. 보편화됐다고 해도 될 정도다. 가볍고 튼튼하고 운동화처럼 생긴 등산화라니! 스카르파 골든 게이트 키마 RT(SCARPA GOLEDN GATE KIMA RT)가 그 중 하나고, 이 신발은 지금 진화하고 있는 등산화 무리에서 최첨단에 자리한다. 중창에 들어간 카본 플레이트가 그 근거다(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등산화는 빙벽화 혹은 '이중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일반 등산용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으므로 제외).

카본 플레이트는 보통 러닝화에 쓰인다. 중창 전체에 깔창처럼 깔린 이것이 신발 안에서 구부러졌다가 펴지면서 발에 탄성을 제공한다. 마치 발바닥에 스프링을 단 것처럼 달릴 때 앞으로 튀어나가게 하는 '반발력'의 근원이며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지금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는 많지만 트레일러닝화에 이것이 심어진 경우는 얼마 없다. 그러니까 스카르파 골든게이트 키마는 상당한 기술력이 들어간, 공들인 제품인데, 아쉬울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골든게이트 키마는 '빠르게' 대신 '편하게'를 강조한다. 스카르파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발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된 트레일러닝화'라고 쓰여있다. 과장되지 않은 문구다. 나는 골든게이트 키마를 신고 얼마 전 거제도에서 열린 '거제 100K' 대회 50km 부문에 참가했고 11시간에 걸쳐 코스를 돌았다. 아무 탈 없이 완주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거나 까진 상처 하나 없이 말이다. 이것은 산에서 넘어지지 않았다는 증거고 신발의 접지력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친 환경, 어려운 상황에서 몸이 탈 나지 않게 하는 기능으로 따지면 골든게이트 키마는 '합격'이다.

추가정보

무게 : 293g

외피 : 통기성이 좋다. 이날 날씨는 습기가 가득했다. 11시간 내내 신발을 벗지 않았는데도 내부가 축축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중창 : 액티브 폼(Active Foam)이라는 소재가 쓰였다. 딱딱하거나 물렁거리지 않고 딱 중간정도의 쿠셔닝을 제공한다. 카본 플레이트는 반응성보다 발을 편안하게 하는 용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밑창 : Presa® TRN-03 이라는 소재로 제작됐다. 수퍼검(SUPERGUM)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부틸 고무창으로 암벽화의 아웃솔이 주로 이 부틸 소재로 제작된다. 따라서 골든게이트 키마의 접지력은 믿을 만하다. 젖은 진흙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달렸다. 

사이즈 : 정사이즈로 신는 것을 추천, 하지만 신발의 발볼 사이즈가 작다. 발볼이 큰 사람은 한 사이즈 크게 신거나, 매장에서 신어보는 것이 좋다.

2번이 중창에 삽입된 카본 플레이트다. 기본적으로 반발력, 반응성의 용도지만 골든게이트 키마에서는 '안정성'에 더 중점을 뒀다.
2번이 중창에 삽입된 카본 플레이트다. 기본적으로 반발력, 반응성의 용도지만 골든게이트 키마에서는 '안정성'에 더 중점을 뒀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