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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시즌 특집 캠핑 | 캠핑의 역사] 인류는 살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다!

글·김기환 차장
  • 입력 2015.05.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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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국내 캠핑 인구 폭발적으로 증가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전시되고 있는 원시인의 텐트 거주지. 캠핑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오래됐다.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전시되고 있는 원시인의 텐트 거주지. 캠핑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오래됐다.

캠핑은 인류의 초기 주거생활과 유사한 아웃도어 활동이다. 그만큼 캠핑의 역사는 깊다. 수렵과 채취를 통해 먹을 것을 구하며 살던 원시인들은 대자연 그 자체를 집으로 여기며 생활했다. 즉 인간의 삶 자체가 캠핑이던 시절이 있었다. 원시인류에게 캠핑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생존기술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한 존재다. 비나 눈,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생명을 잃고, 무방비 상태로 야외에서 지내면 맹수의 공격을 받기 쉽다. 인간은 이런 자연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 초기에는 동굴 같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은신처를 이용했지만, 점차 집을 짓는 능력을 갖추는 쪽으로 발전했다.

원시인들은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원시적 형태의 텐트를 만들어 집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텐트의 발명은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줬다. 더 이상 동굴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 인간은 좀더 좋은  환경을 찾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추게 됐다.

1 몽골 초원에 살고 있는 유목민들은 지금도 텐트를 이용한 거주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 전쟁은 캠핑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군용으로 제작된 소형 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는 미군의 모습. 사진 콜맨 홈페이지  
3 반합은 군인들을 위해 휴대용으로 개발된 취사구로 지금도 널리 쓰인다.
4 군용 제품을 이용한 밀리터리캠핑은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1 몽골 초원에 살고 있는 유목민들은 지금도 텐트를 이용한 거주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 전쟁은 캠핑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군용으로 제작된 소형 스토브를 사용하고 있는 미군의 모습. 사진 콜맨 홈페이지 3 반합은 군인들을 위해 휴대용으로 개발된 취사구로 지금도 널리 쓰인다. 4 군용 제품을 이용한 밀리터리캠핑은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전쟁과 무역상이 캠핑 발전시켜

캠핑은 이렇게 텐트를 이용해 거주지를 옮기며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류 때부터 시작됐다. 지금처럼 튼튼한 집을 짓고 한 곳에 정착해 살게 된 것은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부터다. 그러나 사막이나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은 여전히 텐트를 이용하는 주거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원시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텐트 생활이 여전히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집을 짓고 사는 정착생활이 일반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캠핑은 인류와 함께 진화했다. 특히 전쟁은 캠핑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간 사회는 부족이나 국가의 틀을 형성한 이후 끊임없이 전쟁을 해왔다. 현대전은 공군과 해군의 중요성이 크지만, 여전히 전쟁은 보병이 땅을 빼앗고 점령해야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이다.

전쟁 중에 보병이 적국을 향해 진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중세시대에는 몇 년에 걸쳐 전쟁이 계속되는 일이 빈번했다. 텐트를 집으로 삼아 야전에서 생활하던 병사들에게 캠핑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지금도 무기를 제외한 군인들의 개인장비 대부분이 야영에 필요한 것들이다.

바닷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바닷가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 오토캠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에 오토캠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과거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무역상들 역시 캠핑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은 언제나 낙타 등에 텐트와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며 사막과 평야에서 수많은 밤을 지냈다. 낯선 오지를 찾아 떠나는 탐험가나 사냥꾼, 약초꾼들도 야영 생활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이런 많은 사람들 덕분에 캠핑은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으며 발전해 왔다.

캠핑이 레저의 일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전쟁이나 상거래, 탐험을 위한 수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캠핑을 즐기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활동은 미국에서 두드러졌는데, 19세기 후반 골드러시와 서부개척기, 남북전쟁을 겪으면서 캠핑의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이 시기의 캠핑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순수한 레저는 아니었다.

교육적 의미를 지닌 캠핑은 남북전쟁 무렵 워싱턴의 거너리학교 교장이었던 F.W.건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이들이 캠핑을 통해 야외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그 후 자연을 배우고 즐기는 레저로서 캠핑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1901년에는 미국 최초의 캠핑클럽이 창설됐고, 1910년에는 유스호스텔이 미국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도보여행과 함께 캠핑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를 계기로 현대적인 캠핑문화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33년에는 최초의 국제캠핑회의가 개최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캠핑카를 이용한 오토캠핑이 인기를 끌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캠핑카를 이용한 오토캠핑이 인기를 끌었다.
캠핑카나 캐러밴을 이용한 캠핑은 안락함이 장점이다.
캠핑카나 캐러밴을 이용한 캠핑은 안락함이 장점이다.

캠핑의 진화는 끝이 없다

인류에게 전쟁은 비극이고 재앙이지만 이를 통해 현대문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20세기에 있었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자동차와 비행기 등 교통수단의 기술이 큰 진보를 이뤄냈다. 캠핑장비 역시 이 시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쟁터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병사들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장비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침낭이나 버너, 텐트 등은 대부분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우리나라도 캠핑 초창기인 1970~1980년대는 군대에서 사용하던 장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A형 텐트와 모포, 반합, 야전상의, 수통, 야전삽 등 대부분 군용장비를 가지고 캠핑을 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중고 군수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았다. 일부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들어 국산 캠핑 장비가 출시되며 캠핑의 전성기를 맞는다. 피서철이면 전 국민이 산과 들,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겼을 정도로 인기 있었다. 하지만 1991년 정부가 내린 취사야영 금지조치로 우리나라 캠핑의 전성기는 순식간에 막을 내린다. 텐트와 스토브 등 캠핑용품을 만들던 업체들도 대거 문을 닫았다.

알파인캠핑은 산을 오르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알파인캠핑은 산을 오르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

한동안의 암흑기를 거친 뒤 등장한 것이 바로 오토캠핑이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서 유행하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즐기는 캠핑이 국내에도 도입된 것이다. 사실 북미나 서유럽의 경우 일반캠핑과 오토캠핑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 나라들에서 캠핑이라 하면 대부분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한 오토캠핑을 의미한다. 반면, 일본은 캠핑카나 트레일러 대신 자동차에 캠핑 장비를 싣고 다니며 텐트를 주된 숙박공간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에 오토캠핑이 들어온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환경과 생활패턴이 비슷한 일본의 세미 오토캠핑 스타일을 받아들였다. 사실 초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오토캠핑을 즐길 만한 장소는 거의 없었다. 기존의 야영장은 대부분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에 위치했고 시설도 열악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오토캠핑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오토캠핑장도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양적 팽창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예전에 비해 환경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2015년 현 시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레저 문화의 중심은 분명 오토캠핑이다. 하지만 일부 경력이 오래된 오토캠핑 마니아들 중에는 ‘백패킹’으로 방향을 돌린 이들도 적지 않다. ‘백패킹’은 자연 속에서 잠을 자고 즐기는 것이 목적이지, 산을 오르기 위한 수단으로 야영을 선택한 ‘알파인 캠핑’과는 분명 지향점이 다른 행위다. 또 다른 이들은 최소한의 장비로 즐기는 ‘미니멀 캠핑’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렇게 캠핑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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