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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식품과 의약의 도를 말하다ㅣ엄나무] 온갖 염증과 간질환을 다스릴 수 있는 귀중한 약재

글·사진 최진규 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 입력 2016.04.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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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의 바람과 물기와 귀기를 몰아내는 엄나무

엄나무는 수형이 크고 웅장해 정자나무나 당산나무로도 많이 심는다.
엄나무는 수형이 크고 웅장해 정자나무나 당산나무로도 많이 심는다.

힘든 세상을 버티며 살아가는
어느 한 남자의 모습과도 같은
엄나무 가지를 잘라 대문에 걸어놓으면
잡귀신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엄나무 생각-김명수

엄나무는 크고 무시무시한 가시가 인상적이다. 엄나무 줄기와 가지에는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박혀 있다. 이 가시는 매우 험악하고 위협적이다. 가시뿐만 아니라 우직하고 시원스럽게 뻗은 줄기도 위엄(威嚴)이 넘친다.

엄나무는 두릅나무과 식물로 오갈피나무나 두릅나무, 산삼, 땃두릅나무, 황칠나무 같은 것들과 사촌지간이다. 두릅나무과에 딸린 식물 중에는 뛰어난 약효를 지닌 것들이 많다.

엄나무는 두릅나무과 식물 중에서 줄기가 제일 굵고 키가 제일 높게 자라므로 그 종족의 제왕이라고 할 만하다. 음나무, 멍구나무, 엉개나무, 개두릅나무, 며느리채찍나무, 해동목(海桐木), 엄목(嚴木), 자동(刺桐), 신목(神木), 자추목(刺秋木) 등 이름이 많다. 키 20m, 지름 1.5m까지 자라는 잎 지는 넓은잎큰키나무로 팔손이나무 잎을 닮은 큼직한 잎도 인상적이다.

엄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수형이 웅장하며 수명이 길어서 정자나무나 풍치림, 방풍림으로 아주 좋다. 목재의 무늬가 아름답고, 재질이 연하며 가공하기가 쉬워서 가구나 악기, 조각 작품 같은 것을 만드는 데에도 귀하게 쓴다. 한여름에 온 나무를 연한 흰빛으로 뒤덮을 정도로 많은 꽃이 피는데 꿀이 많아서 밀원식물로도 아주 훌륭하다. 가을에 까맣게 익는 열매는 신장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보약으로도 좋고 항산화작용이 높으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다.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문 위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다.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여 민간에서는 문 위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다.
엄나무 가시가 질병도 막고 귀신도 막는다

옛사람들은 이 나무의 날카로운 가시가 귀신과 질병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나무의 가지를 대문이나 방문 위 등 출입구에 꽂아 두는 풍습이 있다. 지금도 충청도나 경상도, 전라도 지방에는 이 풍습이 남아 있다. 간혹 웅장하게 자란 엄나무를 정자나무로 삼거나 신목(神木)으로 받들기도 했다. 마을 들목이나 동네 가운데 엄나무를 심어 두면 못된 귀신이나 전염병이 비켜 가는 것으로 믿었다.

음양오행설로 볼 때 귀신은 음기의 상징이다. 귀신은 어둡고 축축하고 차갑고 썩은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귀신은 허물어진 성이나 낡고 빈 집, 오래 된 우물, 썩은 고목, 음산한 골짜기나 동굴 같은 음습하고 더러운 곳에 잘 나타난다.

사람의 몸도 차갑고 음습하고 더러운 기운과 접촉하면 귀기(鬼氣)가 들어와서 접신을 하거나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 뇌와 오장육부와 근육과 뼈와 혈액의 많은 질병들이 차갑고 축축하고 더러운 것과 접촉했을 때 생긴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엄나무 가시는 양기의 상징이다. 양기는 음기를 몰아낸다.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는 바깥의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가장 강력한 방어 무기다.

우리 전통 의학에서는 가시가 있는 모든 식물은 음기가 성해서 생긴 병, 곧 바람과 습기로 인해 생긴 모든 질병을 몰아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곧 관절염이나 신경통, 갖가지 염증, 암, 귀신이 들린 병, 무병(巫病), 그리고 온갖 피부병 등에 엄나무처럼 가시가 많이 난 식물이 좋은 치료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엄나무는 온갖 잡귀와 풍습성(風濕性) 질병, 그리고 음습(陰濕)한 기운을 때려잡는 지엄(至嚴)한 대장군 같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가시가 있는 나무는 독이 없다. 가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도구다. 가시 끝에는 독을 품고 있을 수 있지만 몸통에는 독이 없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에 연하고 부드러운 것일수록 독이 많다. 가시가 있는 식물보다는 연하고 부드러운 식물을 더 조심해야 한다.

가시 자체나 가시 끝에 독이 있는 것은 많다. 이를테면 주엽나무나 선인장, 고슴도치의 가시 끝에는 독이 있다. 사냥꾼들이 화살촉 끝에 독을 바르고 독침 끝에 독을 묻히는 것처럼 가시 끝에는 독이 있다. 식물의 가시는 초식동물들한테서 자신을 지키고 적을 물리치는 데 제일 훌륭한 무기다.

가시가 있는 식물은 악성 종양이나 염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들이 많다. 엄나무 역시 항암 작용과 염증 치료 효과가 매우 높다. 찔레나무, 아카시나무, 탱자나무, 주엽나무, 선인장, 호랑가시나무, 실거리나무, 가시오갈피 등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는 대부분 암이나 염증을 치료하는 데 훌륭한 효과가 있는 약재들이다.

식물의 가시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가시가 많은 식물에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이나 독을 물리칠 수 있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엄나무에는 병원균을 물리칠 수 있는 항균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엄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을 치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엄나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을 치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
가시가 전혀 없는 엄나무 품종도 있는데 이것은 엄나무 특유의 향기도 적고 약효도 낮다. 봄철에 나물로 먹는 새순도 맛이 없다. 두릅나무도 가시가 없는 민두릅나무가 있고, 초피나무도 가시가 없는 민초피나무가 있으며, 오갈피나무도 가시가 없는 민오갈피나무가 있다. 이런 것들은 독이 있어서 오래 먹으면 간이 망가진다. 가시가 없는 것들은 다루기가 쉬워서 한때 농가에서 많이 심도록 국가에서 장려했으나 모두 맛과 향이 떨어지고 약효가 낮아서 요즘은 거의 심지 않는다.

엄나무는 집 안이나 햇볕이 쨍쨍한 밭에서 자라는 것은 가시가 많고 깊은 산 속에서 자라는 것은 가시가 적다. 밭에서 키울 때 가지를 수시로 잘라 줄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가시가 많이 난다. 두꺼비도 건드릴수록 독을 더 많이 내뿜지 않는가. 고슴도치 역시 건드릴수록 가시를 더 곤두세운다.

가시가 있는 나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가시를 많이 만든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을 만든다. 사람도 화가 났을 때 뱉는 침에는 쥐나 다람쥐 작은 동물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자라는 작물은 갈수록 표독(慓毒)해진다. 사람한테는 정성이지만 식물들한테는 스트레스다. 밭에서 가시투성이로 자란 엄나무일수록 향기가 독하고 쓴맛이 더 강하다. 반대로 깊은 산속에서 느리게 자란 것일수록 약성이 순하고 향기가 부드러우며 약효가 높다.

간질환과 관절염, 근육통을 치료한다

엄나무 껍질은 맛이 달고 쓰고 매우며 특이한 향기가 있다. 성질은 따뜻하고 염증을 삭이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막힌 것을 뚫어 주는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 속껍질과 잔가지, 뿌리, 잎을 약으로 쓴다. 잎을 그늘에 말려서 차를 달여 마시면 은은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 엄나무 속껍질과 잎은 간염, 황달, 간경화 같은 갖가지 간질환과 폐렴, 기관지염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껍질을 쓸 때는 거친 겉껍질을 긁어 버리고 하얀 속껍질만을 잘게 썰어서 쓰는데 여름철 물이 올랐을 때 잘 벗겨진다.

엄나무 속껍질은 여러 질병에 다양한 치료효과가 있다. 퇴행성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 종기, 암, 피부병 등 염증질환에 효과가 좋고, 신경통이나 통풍에도 잘 들으며, 황달이나 만성간염 같은 간장 질환에도 효과가 크다. 늑막염이나 풍습(風濕)으로 인해 다리가 퉁퉁 붓는 데에도 좋은 효과가 있으며, 진통작용이 상당히 세어서 두통이나 생리통 같은 통증을 멎게 하는 데에도 좋다. 혈액순환을 잘되게 하고 막힌 것을 뚫어 주는 효과가 있어서 늘 복용하면 혈액 순환이 잘되고 혈관이 튼튼해져서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

엄나무는 바람과 물기를 몰아내는 효능이 있다. 엄나무는 기름지고 물기가 많은 땅에서 잘 자라지만 엄나무 목재는 습기를 잘 타지 않는다. 물속에 담가 두어도 잘 썩지 않고 축축한 곳에 두어도 습기가 잘 스며들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옛날에는 비가 올 때 신는 나막신을 엄나무로 많이 만들었다.

엄나무는 차갑고 축축한 기운이 몸에 침투해 생긴 신경통이나 관절염, 요통, 그리고 타박상, 근육통, 근육마비, 늑막염, 만성위염, 입안의 염증, 만성 대장염, 어깨와 목이 뻣뻣한 것,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증, 갖가지 종기, 종창, 옴, 피부병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진통제로도 아주 훌륭하다. 아픔을 멎게 하고 중추신경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인한 격심한 통증이나 온갖 신경과 근육의 통증에 잘 듣는다. 엄나무 속껍질 10~20g에 물 200~300㎖를 붓고 약한 불로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에 세 번 나누어 먹는다. 또는 엄나무를 잘게 썰어 큰 솥에 넣고 푹 고아서 우려낸 물에 엿기름을 넣고 푹 삭혀서 식혜를 만들어 수시로 마시기도 한다. 이와 함께 아픈 부위에 엄나무껍질을 날것으로 짓찧어 붙이면 효과가 더 좋다.

엄나무 새순은 봄나물로 흔히 먹는다.
엄나무 새순은 봄나물로 흔히 먹는다.

 엄나무의 여러 부분을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뿌리 속껍질이 약효가 제일 높지만 채취하기가 어려우므로 대개 줄기 속껍질을 약으로 쓴다. 여름철에 굵은 줄기나 가지의 껍질을 벗겨서 거친 겉껍질을 긁어내어 버리고 하얀 속껍질만을 그늘에서 말려 잘게 썰어서 약으로 쓴다. 엄나무 속껍질의 맛은 쌉쌀하고 성질은 평하며 약간 맵고 특이한 향기가 난다.

엄나무는 뿌리, 줄기 속껍질, 잎 전체를 약으로 쓸 수 있다. 엄나무는 약효 성분이 나무 전체에 고루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람기와 습기를 없애고 혈액순환을 잘되게 하며, 통증을 멎게 하고 염증을 삭인다. 종기를 삭이는 작용이 있어서 요통, 관절염 등에 많이 쓴다. 피부에 기생하는 진균류에 대해서도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어 개선(疥癬) 등의 피부질환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것은 엄나무에 들어 있는 헤데라게닌 모노데스모사이드(hederagenin monodesmoside)라는 성분의 작용이다.

엄나무 껍질에는 타닌이 13∼30% 들어 있으며 껍질과 목질에는 폴리아세틸렌(polyacetylene) 화합물이 들어 있다. 또 줄기와 잎에는 강심배당체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플라보노이드, 쿠마린 글리코사이드(coumarin glycoside),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다.

엄나무는 잇몸 염증과 구내염, 치은염, 치주염 등에 효과가 아주 좋다. 이는 엄나무에 들어 있는 헤데라게닌 비스데스모사이드와 모노데스모사이드 성분으로 인한 것이다.
또한 엄나무는 항산화작용과 염증을 삭이는 작용, 항암 활성이 높고 간 기능을 개선하고 숙취를 해소하는 작용이 크다.

칠흑처럼 깜깜한 밤중에 산길을 가다 보면 오래 묵어 썩은 나무둥치나 썩은 나무 등걸에 자라는 버섯, 비바람에 하얗게 바랜 동물의 뼈 같은 것들이 환하게 푸른빛을 내는 것을 더러 볼 수 있다. 오래된 배의 돛대에서도 시퍼런 불꽃이 타오르는 듯이 보이기도 하는데 뱃사람들은 이를 귀신불이라 하여 무서워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개 흐린 날 밤에 나타나는데 이는 썩은 나무줄기나 동물 뼈에 들어 있는 인 성분에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인 성분이 습기로 인해 서로 달라붙어서 생긴다. 인은 비금속의 하나로 한자로 ‘도깨비불’ 인(燐)으로 쓴다. 인은 모든 생명체의 세포에 반드시 들어 있는 원소이다. 인은 어둠 속에서 공기와 접촉하면 스스로 발화하는 성질이 있으며, 이때 푸르스름한 불빛을 내뿜는 성질이 있다. 푸르스름한 인광(燐光)은 음의 기운 곧 죽음의 기운이 뿜어내는 불빛이다.

엄나무는 땅속에 있는 음기와 공기 중에 있는 음기를 모아 저장하는 성질이 있다. 엄나무의 날카로운 가시는 양기를 품고 있지만 껍질 속에 있는 목질 부분에는 음기를 잔뜩 함축해 저장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밤중에 인을 흡수해 빛을 내는 나무는 대부분 엄나무, 버드나무, 느릅나무 등 음기를 많이 품고 있는 나무들이다.

사람의 몸에서 음을 주관하는 장부는 간장(肝臟)이다. 그래서 음의 기운이 부족하면 간장에 탈이 나기 쉽다.

엄나무는 음의 기운이 부족해 생기는 갖가지 간질환, 곧 간부종이나 만성간염, 간경화를 고치는 효능이 탁월하다. 엄나무는 파괴된 간색소를 원상태로 회복해 주고 부족한 간의 기운을 메워 준다.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초기에는 엄나무 속껍질을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것 1.5kg에 물 5되를 붓고 물이 3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한 번에 20㎖씩 하루 세 번 식사 후에 먹거나 밥 먹을 때 같이 먹는다. 대개 4~5개월 정도 복용하면 80%쯤은 현저하게 좋아지거나 치유된다. 이와 함께 잎을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차로 달여서 마시면 효과가 더 빠르다.

신경통, 관절염, 근육통, 근육마비, 신장이 허약해서 오는 요통 등에는 엄나무 뿌리껍질을 생즙을 내어 마시면 좋다. 두꺼운 뿌리껍질을 토막토막 잘라서 분쇄기에 넣고 물을 약간 붓고 갈아서 생즙을 만들어 한 번에 200~300㎖씩 하루 한 번 밥 먹고 나서 30분 뒤에 마신다. 효과가 매우 빨라서 3~4일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신장이 허약하여 생긴 요통에는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엄나무 기름으로 갖가지 피부병을 고친다

엄나무 줄기를 항아리 속에 넣고 태워서 기름을 내어 치료약으로 쓰는 방법도 있다. 엄나무를 잘게 토막 내어 오지항아리에 넣은 다음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진흙으로 잘 막고 그 항아리 주위에 왕겨를 가득 쌓아 놓고 불을 붙여 태운다. 3~5일 지난 후 불이 다 꺼지고 난 뒤에 항아리 바닥에 고여 있는 기름을 타르나 이물질 같은 것을 여과지로 몇 번 걸러서 약으로 쓴다.

옴, 종기, 습진, 무좀,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병에 신기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 이 기름을 생수에 타서 조금씩 복용하면 만성신경통이나 관절염을 고칠 수 있다.

엄나무 속껍질이나 뿌리는 술을 담가 먹어도 신경통, 관절염, 근육마비, 근육통, 중풍 후유증 등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곧 엄나무 뿌리를 진하게 달여 우려낸 물로 동동주를 담가서 가볍게 취할 만큼씩 아침저녁으로 밥 먹을 때 마신다.

산 속에서 단전호흡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 잘못된 호흡법으로 인해 주화입마(走火入魔)가 되어 폐인처럼 되어 일생을 고생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단전호흡 수련을 잘못하면 몸 안의 기운이 서로 엉키거나 기운의 흐름이 막혀서 오장육부가 완전히 망가지는 데 이를 주화입마라고 한다. 잘못된 호흡 수련으로 인해 생긴 상기증이나 늑막염은 엄나무 뿌리를 생즙을 내어 복용하면 고칠 수 있다.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가래가 심하게 끓는 데에도 엄나무 뿌리 생즙을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번에 200~300㎖씩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빈속에 마신다. 기침이 오래 되지 않았으면 3~7일 먹으면 고칠 수 있고, 오래 되었으면 몇 달이 걸린다.

이른 봄철에 돋아나는 엄나무의 어린 새순을 엉개나물이나 개두릅이라고 하여 나물로 흔히 먹는다. 연한 새순을 살짝 데쳐 양념을 해서 무쳐 먹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요즘은 간장에 담가 장아찌를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엄나무 순을 따기 위해 산에 있는 엄나무들을 마구 잘라서 요즘에는 깊은 산에서도 엄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다.

엄나무를 닭과 함께 삶아서 먹기도 하는데 기력을 늘리는 보약으로도 좋고 관절염이나 요통에 효험이 있다. 엄나무와 닭을 함께 요리하는 전문 음식점도 곳곳에 생겨날 만큼 요즈음 들어 엄나무 닭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엄나무는 당뇨병에도 일정한 치료효과가 있고, 강장작용과 신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엄나무는 여러 모로 인삼보다 나은 약효를 지녔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엄나무는 온갖 염증과 간질환을 엄중(嚴重)하게 다스릴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약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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