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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여름 알프스 특집 | 마터호른 트레킹] 만년설산과 빙하, 초원 잇는 알프스 최고 미봉 트레킹

월간산
  • 입력 2017.10.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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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브레우일 체르비니아~체르비노산장~스위스 체르마트 트레일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솟은 마터호른Matterhorn(4,478m)은 알프스 최고 미봉美峰이다. 마터호른은 알프스의 여느 설산과 다른 풍광을 자아낸다. 클라이네 마터호른(3,883m)이나 브라이트호른(4,165m), 알프스 2위 고봉 몬테로자(4,609m)는 전형적인 설봉 설릉임에 불구하고 한 줄기 능선으로 이어진 마터호른은 유별나게도 초원 위에 피라미드 형태로 솟구친 바위 봉이다.

마터호른은 눈이 녹아내리는 한여름에는 시커먼 바위산이 섬뜩하리만치 위압적으로 느껴지지만 눈 덮인 설봉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아침햇살을 받으면 황금빛 보석처럼 빛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스위스 체르마트는 이렇듯 변화무쌍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365일 바라볼 수 있어 이미 오래전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자리 매김했다.

이탈리아 브레우일 체르비니아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스위스 체르마트 방면에서 보이는 예쁜 모습과 달리 괴이한 형상이다.
이탈리아 브레우일 체르비니아에서 바라본 마터호른. 스위스 체르마트 방면에서 보이는 예쁜 모습과 달리 괴이한 형상이다.
마터호른은 주변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마터호른은 스위스 쪽 독일어 이름이고, 이탈리아에서는 ‘몬테 체르비노Monte Cervino’, 프랑스에서는 ‘몽 세르뱅Mont Cervin’이라 부른다. 이 산의 원래 프랑스어 이름은 ‘Servin’이다. 1760년 몽블랑(4,708m) 초등에 상금을 내건 오라스 드 소쉬르의 잘못된 표기가 원인이 되어 앞 글자 ‘S가 C’로 철자가 바뀐 채 오늘날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몽 세르뱅은 언덕이 수목으로 덮인 산봉우리라는 뜻이고, 마터호른은 목장Matte의 산봉우리Horn란 의미다.

초등 과정은 세계 등반사에 기록될 만큼 드라마틱하다. 마터호른은 알프스 4,000m급 고봉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등정됐을 만큼 난공불락의 봉우리였다. 1857년 이탈리아의 장 안토이네 카렐 팀이 이탈리아 쪽 리온릉으로 초등을 노린 이후 1865년 7월 14일 에드워드 윔퍼 일행에 의해 스위스 쪽 회른리릉으로 초등이 이루어지기까지 8년 동안 15개 팀이 마터호른에 도전했다.

이탈리아 체르비노 기슭 산마을 브레우일 체르비니아. 체르마트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산마을로 여름엔 트레킹, 겨울엔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이탈리아 체르비노 기슭 산마을 브레우일 체르비니아. 체르마트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산마을로 여름엔 트레킹, 겨울엔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특히 윔퍼와 카렐은 함께 등반하기도 하고, 각자 다른 팀을 이끌고 등반하는 등 각각 8차례나 등정을 시도했다. 그러다 각자 조국의 명예를 위해 등반에 나서 1865년 7월 14일 윔퍼 일행이 초등에 성공하고, 사흘 뒤인 7월 17일 카렐 일행이 2등에 성공했다.

윔퍼는 초등의 영광을 누리게 됐으나 그 직후 일행 4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는다. 7명으로 이루어진 윔퍼 등반대는 하산길 낙석에 맞아 7명이 묶은 로프가 끊어지면서 4명이 1,000m 아래 빙하로 떨어져 목숨을 잃고, 윔퍼는 무모한 등반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거센 비난과 함께 법정에 서는 상황까지 겪었다.

체르비노산장에서 바라본 브레우일 체르비니아 일원.
체르비노산장에서 바라본 브레우일 체르비니아 일원.
윔퍼는 이 사고로 알프스를 떠나 그린란드와 안데스 등지에서 등반을 펼치다가 1880년 카렐과 함께 에콰도르의 침보라소(6,310m)를 초등해 유럽 이외의 지역에 대한 등반의 물꼬를 텄다. 이는 당시까지 인류가 오른 최고봉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렇게 알프스 최고의 미봉으로서 많은 이야기를 지닌 마터호른은 이탈리아와 스위스 경계에 솟아 있음에도 세계 대부분의 산악인이나 여행가들은 스위스 체르마트 쪽으로 몰린다. 이는 무엇보다 체르마트 쪽 풍광이 뛰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산악열차가 닿는 등,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미봉다운 자태를 보여 주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트레킹단.
세계 최고의 미봉다운 자태를 보여 주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트레킹단.
이탈리아 쿠르마유르에서 TMB 트레킹팀과 합류한 기자 일행은 ‘리틀 로마’라 일컬어지는 아오스테Aoste를 거쳐 이탈리아 체르비노 기슭 산마을로 향했다. 아오스테를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한없이 올라갔다. 버스는 도중에 작은 휴양 마을을 여럿 지나친 다음 광활한 분지형 산마을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해발 2,078m 높이의 브레우일 체르비니아Breuil Cervinia였다.

3,400m 높이 체르비노산장 케이블카로 접근

체르비니아산장에서 바라본 클라이네 마터호른 스키장. 설릉 왼쪽에 체르마트로 내려서는 케이블카 종점인 마터호른 글레이시어 파라다이스가 있다.
체르비니아산장에서 바라본 클라이네 마터호른 스키장. 설릉 왼쪽에 체르마트로 내려서는 케이블카 종점인 마터호른 글레이시어 파라다이스가 있다.
마을 뒤로 솟아오른 체르비노는 기대만큼 멋들어진 자태를 보여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박하면서도 아늑한 체르비니아는 산마을 풍광이 화려하고 사뭇 도시적인 스위스 체르마트에 비해 마음에 와 닿았고, 체르비노 또한 체르마트 쪽 미터호른에 비해 세련된 멋스러움은 덜했으나 위압적인 자태로 다가왔다.

체르비니아는 겨울 스포츠 메카답게 케이블카 라인이 곳곳으로 뻗어 있었다. 체르비노 남동쪽 능선 상의 체르비노산장까지 가는 케이블카 라인도 이 마을에서 시작됐다.

일행을 태운 4인승 케이블카는 한 차례 갈아탄 다음 2,831m 높이 케이블카 정류장을 거치고, 여기서 갈아탄 대형 곤돌라는 고도를 급격히 높여 3,480m 높이 설릉 상의 ‘테스타 그리지아Testa Grigia’에  내려놓았다.

만년빙하를 따라 마터호른 기슭으로 내려서는 일행.
만년빙하를 따라 마터호른 기슭으로 내려서는 일행.
일행 6명이 산장에 도착해 주변 풍광을 둘러볼 겨를 없이 한 시간 반쯤 떨어져 있는 클라이네 마터호른 케이블카 종점인 마터호른 글레이시어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에 이튿날 트레킹에 필요없는 무거운 짐을 옮겨놓았다. 스키 슬로프를 따라 케이블카 종점을 오르내리는 사이 마터호른과 그 뒤로 멀리 몽블랑 산군이 한눈에 들어오고, 또 브라이트호른의 매끈한 설봉이 눈을 붙잡고, 한여름 스키장 또한 부럽게 느껴졌다. 

산장에서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이튿날 트레킹을 포기하고 케이블카로 체르마트까지 내려가겠다는 사람은 2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빙하를 가로질러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실상 케이블카 종점까지 올라가는 것에 비해 빙하 트레킹이 수월하다). 트레킹 할 사람이나 포기한 사람이나 그래도 산장의 저녁시간은 즐거웠다.

일행 대부분 몽블랑 라운드 트레킹을 통해 고도에 어느 정도 적응돼 있는 터라 고소증세를 느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식욕을 돋우는 맛있는 식사와 산장 직원들의 친절함에, 와인까지 곁들여져 분위기 넘치는 산장의 저녁 시간이었다.

이튿날 새벽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친 일행은 오전 7시경 스키 슬로프를 따라 케이블카 종점으로 올라가는 팀과 빙하를 가로질러 마터호른 기슭으로 내려서는 트레킹 팀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기자는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해 케이블카 조로 편성됐다.

전날 짐을 옮기기 위해 오를 때에는 슬로프의 설사면을 다지기 위해 설상차만 움직였는데 이날은 달랐다. 체르마트 쪽에서 넘어온 스키어들이 체르비노산장 쪽으로 줄지어 내려왔다. 스키장 일원은 스위스 땅이었다.

스키어들은 젊은이가 주를 이루었고, 대부분 착용한 스키와 다른 스타일의 스키를 어깨에 걸쳐 메고 급경사 슬로프를 질주해 왔다.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동양에서 온 트레커들을 부럽게 했다.

체르마트까지 내려가려면 케이블카는 세 차례 갈아타야 했다. 한데 두 번째 중간 정류장인 푸르그Furgg에 닿자 슈바르츠호수Schwarzsee 부근에서 기념 촬영하는 우리 트레커들이 보였다. 마침 함께 걷던 유동진 선배가 케이블카를 이용하고자 해 대신 트레킹 기회를 얻었다.

마터호른 트레킹은 역시 알프스 최고의 트레킹이다 싶었다. 소뿔처럼 솟구친 마터호른과 크고 작은 호수에 빠진 마터호른을 함께 보며 초원길을 걷는, 낭만의 여정이었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8월 말 마터호른 트레일은 한적한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작은 호수가 나타나고, 멋진 조망대가 그 뒤를 잇고…, 마터호른 북면 트레일은 눌러앉고 싶은 곳이 수시로 나타나면서 몸과 마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융프라우 산마을로 이동해야 한다는 또다른 일정이 발걸음을 재촉케 했다.

마터호른 횡단 트레킹
알프스 미봉 조망과 만년빙하 트레킹의 즐거움

도시의 분위기의 관광도시 체르마트.
도시의 분위기의 관광도시 체르마트.

이탈리아 체르비니아에서 스위스 체르마트를 잇는 트레일은 알프스 최고 미봉을 조망하면서 만년설산의 빙하를 밟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해발 2,070m 산마을에서 3,400m 체르비노산장까지는 케이블카를 세 차례 갈아타고 접근한다. 두 번째역인 바르Bar에서 타는 대형곤돌라 막차 시각은 오후 3시. 곤돌라 이용료 23유로(1인당, 15명 이상 단체 경우 1인 요금 할인). 체르비노 산장 1박 2식 70유로(슬로프 탐승료 포함).

체르비노산장에서 클라이네 마터호른 케이블카 종점인 마터호른 글레이시어 파라다이스로 접근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체르마트까지 쉽게 내려설 수 있다. 케이블카 이용 시 두 번째 중간역인 푸르그에서 하차해 마터호른 북면을 끼고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츠무트를 경유해 체르마트까지 걷는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다(푸르그~츠무트~체르마트 약 4시간).

체르비노산장에서 체르마트로 이어지는 트레일은 산장을 등지고 왼쪽 방향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을 이룬 산릉을 왼쪽에 끼고 진행하다가 빙하를 타고 내려선다. 도중에 강게그산장Gangeg Hütte 능선(오른쪽)이나 회른리능선(왼쪽) 트레일 갈림목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곧장 내려가면 슈바르츠호수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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