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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알래스카를 가다] 사라지는 빙하...북극곰의 사냥터도 사라진다

글·사진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 입력 2022.07.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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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왜 거리로 내몰렸나

고래뼈로 만든 아치 조형물 너머로 알래스카 배로우시의 해가 저물고 있다.
고래뼈로 만든 아치 조형물 너머로 알래스카 배로우시의 해가 저물고 있다.

알래스카는 인디언 말로 ‘거대한 땅’을 뜻한다. 북위 60°~70°에 위치한 알래스카의 면적은 153만694㎢. 한반도의 7배이며 전체 인구는 약 60만 명. 이름에 걸맞게 미국 내 주州 중에서 가장 넓은데, 미국 전체 면적의 약 5분의 1이다. 에스키모, 이글루, 빙하, 북극곰,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알래스카에도 지구온난화는 비켜가지 않는다.


본지에 북극과 그린란드의 온난화 실태를 알려온 극지방 여행전문가 김완수씨가 이번에는 알래스카를 속속들이 둘러봤다.-편집자

에스키모 마을 배로우에도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교회 건물.
에스키모 마을 배로우에도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교회 건물.

역사상 가장 수지맞은 땅 거래

대부분의 국가 영토는 본토 주변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섬일 때는 해양 강대국들이 먼저 점령해 자국 영토라 선포하는 경우가 있는데, 남극 대륙을 제외한 남극 주변의 섬 같은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미국 본토와 동떨어져 있는 알래스카의 원래 주인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크림전쟁에서 국력을 소진, 재정적으로 무척 어려운 형편이었다. 알랙산드로2세는 ‘쓸모없던’ 이 땅을 미국에 팔기로 결정했고, 미국 국무장관 슈어드와 협상에 들어갔다. 

배로우시 해변과 시내에 전시된 보어헤드고래뼈로 만든 조형물.
배로우시 해변과 시내에 전시된 보어헤드고래뼈로 만든 조형물.

매입 협상은 1867년 당시 미화 720만 달러(현재 미화 16억7,000만 달러)로 결정됐다. 미국 하원에서는 처음엔 반대해 1년 후 예산 승인이 났고, 일부 사람들은 알래스카를 가리켜 “얼어붙은 황무지”, “북극곰의 정원”이라 혹평했다. 사실 에스키모 입장에서 보면 알래스카는 수천 년 전부터 점유해 온 원주민인 에스키모의 땅이었다. 강대국들의 강제 점유와 그들의 흥정에 따라 소속이 바뀌었을 뿐이다. 어찌됐든 그 얼어붙은 불모의 땅에서 훗날 석유가 발견되고, 무궁무진한 해양생태자원의 보고임이 드러났다.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거래는 역사상 가장 수지맞은 투자인 동시에 가장 어리석은 국토 매각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배로우시 해변과 시내에 전시된 보어헤드고래뼈로 만든 조형물.
배로우시 해변과 시내에 전시된 보어헤드고래뼈로 만든 조형물.

온난화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빙하

동토의 알래스카도 ‘지구온난화’라는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여름 온도가 30℃까지 오르는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육지빙하, 바다의 컬럼빙하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바닷물의 수위상승과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북극에 살고 있는 북극곰 등 동물들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 광활한 빙하가 툰드라의 습지로 바뀌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는 열熱받고 열熱받은 지구는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최북단 도시 배로우Barrow, 사람들은 이곳을 ‘세상의 꼭대기Top of the World’라고 부른다. 북위 71°, 더 이상의 북쪽은 북극해만 있을 뿐이다. 겨울에는 배로우 앞바다가 얼어붙어 사냥의 계절이다. 얼음이 얼어야 물개 등 동물들이 얼음 위로 나와 있어 사냥할 수 있기 때문. 사냥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북극곰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바다 얼음이 어는 시기가 늦어지고 해빙 시기는 빨라져 에스키모인들의 사냥 기간이 짧아진다.

배로우 시내에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
배로우 시내에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가리키는 표지판.

빙하 녹자 인가로 나온 북극곰

북극곰에게도 시련의 계절이다. 사냥기간이 짧아져 배고픈 북극곰들이 어슬렁거리며 마을에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마을에 나타나면 곧바로 경찰이나 혹은 경비원이 출동해 공포탄을 쏘며 마을에서 멀리 쫓아내 버린다. 배고픈 북극곰은 사람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획한 고래를 해체할 때는  멀리서 피 냄새를 맡고 찾아와 사람이 있는데도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언젠가는 공항에 북극곰이 나타나 활주로 옆 비행기 근처에서 서성댄 적이 있다고 한다. “북극 바다의 얼음이 없어져 사냥터가 없어졌으니 나를 비행기에 태워 달라고 하소연” 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거리에는 북극곰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그린 환경 포스터가 눈에 띈다. 수많은 북극곰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데모하는데, 피켓에는 “I Like Ice, Save Energy” 라는 글이 쓰여 있다.

배로우 인구는 5,000여 명, 주민 대부분이 ‘이누이트’라 불리는 에스키모인이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에스키모 촌락지로서 주변에 수백 명 단위로 살고 있는 에스키모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각종 물자의 공급처이기도 하다.

배로우의 ‘Top of the world’ 호텔 로비. 사진 왼쪽에 북극곰 박제
배로우의 ‘Top of the world’ 호텔 로비. 사진 왼쪽에 북극곰 박제

교통과 물자 수송 등 에스키모 마을 사이의 연결은 주로 소형 경비행기로 한다. 여름에는 ‘지구온난화’로 물이 많은 툰드라, 습지 지역이라 이동이 어렵고, 겨울에는 개썰매 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행기 도착 시간에는 에스키모인들이 공항에 나와 구경하거나 마중 나오기도 한다. 만나면 너무 반가워 울고 있는 소박한 모습도 보인다.

이곳 에스키모 마을 배로우에도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예쁜 모습의 교회가 있고 교회 신자들의 무덤도 있었다. 특히 사람이 죽어서 매장할 때 땅이 동토일 때는 톱으로 땅을 잘라서 무덤을 판다고 한다. 2~3m 깊이의 무덤은 아마도 쉽게 썩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아메리카대륙의 끝 배로우로 가기 위해 렌트한 4륜 구동 지프차. 큰 바퀴가 인상적이다.
북아메리카대륙의 끝 배로우로 가기 위해 렌트한 4륜 구동 지프차. 큰 바퀴가 인상적이다.

이곳에 있는 ‘톱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라는 호텔 로비에는 북극곰 박제가 있어서 북극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호텔 안의 선물가게도 에스키모인들이 만든 손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배로우 시내에는 세계 각 지역과의 거리와 방향을 나타내는 표시판이 설치돼 있어서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주고 있었다.

고래의 도시답게 고래수염을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에스키모인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집집마다 고래뼈와 수염 등을 내건 모습도 보인다. 시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대형 보어헤드고래뼈 그리고 그 고래뼈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 북극 해변에 설치된 고래뼈 아치와 뼈조각 등 고래잡이가 배로우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로우 교회 신자들의 무덤. 땅이 얼어붙었을 때는 톱으로 땅을 잘라서 무덤을 판다.
배로우 교회 신자들의 무덤. 땅이 얼어붙었을 때는 톱으로 땅을 잘라서 무덤을 판다.
월간산 2022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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