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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환경-자연 영화] 인간은 펭귄 부모보다 과연 더 나은가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 입력 2023.02.22 07:40
  • 수정 2023.02.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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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위대한 모험 2

잊을 만하면 나오는 사회면 기사 중에 반인륜적 범죄가 있다. 잔소리가 듣기 싫다며 노모를 살해하는 중범죄서부터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어린 자식을 발가벗겨 집밖에 세워 놓는 일까지 사안의 경중輕重이나 내용도 다양하다. 

지난해 말에는 친부모가 생후 15개월 된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3년간 보관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대 남편, 30대 아내인 이 부부는 아이가 사망하자 시신을 자택 베란다에 방치했다가 캐리어에 담아 다른 지역으로 옮겨 친정집에 보관했다. 수개월 뒤 시신을 다시 김치통에 옮겨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집 옥상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이런 자들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일컫지만 이는 동물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표현이다. 특히 펭귄에게 그러하다.

인면수심이라고?

프랑스 다큐멘터리 <펭귄-위대한 모험 2 L’empereur, March of the Penguins 2: The Call>(감독 뤽 자케, 2016)은 짐승보다 못한 인간 부모들에게 꼭 보게 해야 할 작품이다.

본격적인 영화 소개에 앞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펭귄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펭귄은 조류인가, 포유류인가? 두 발로 뒤뚱거리며 걸을 때 몸통에 찰싹 붙이고 있는 건 날개인가, 앞다리인가? 펭귄은 추운 곳에만 사는가?

펭귄은 당연히 조류이다. 다른 새처럼 공중을 나는 조류가 아니고, 바다에서 사는 바닷새이다. 골격을 구성하는 뼈는 일반 조류와 마찬가지이지만 결합 부위가 편평하고 어깨뼈가 발달했다. 물속에서 헤엄치기에 알맞게 날개가 지느러미 모양이고 앞다리의 날개깃은 변형되어 있다.

땅에선 뒷다리로 곧추서서 걸으며, 헤엄칠 때는 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 새와 달리 뼈에 공기가 들어 있지 않아 잠수에 유리한 몸통 구조를 갖췄다. 또 호흡계와 혈관 순환계도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처럼 잠수에 편리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무리 생활을 하는 펭귄은 난생으로 한 번에 알 1~2개를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약 35~55일이다. 펭귄은 적도 아래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및 남극대륙에 서식한다. 갈라파고스처럼 따뜻한 지방의 경우에는 남극의 차가운 한류가 닿는 범위까지만 서식하며, 그밖의 지역에서는 화석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북극에는 펭귄이 없는 것일까? 북극은 남극만큼 수온이 낮고 계절 변화도 남극과 유사하다. 차가운 북극 바다에는 펭귄의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과 크릴이 풍부하다. 먹이와 기후환경이 맞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남극과 달리 북극에는 북극곰이나 북극여우와 같은 육상 포식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펭귄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려 해도, 포식자들 때문에 알과 새끼를 지켜낼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다. 남극은 주위 대륙으로부터 고립된 섬이기에 육상에는 펭귄을 위협하는 포식자가 없다. 먹이활동은 바다에서 하고 육상에서 안전하게 알과 새끼를 키워내는 것이다.

펭귄은 지구상에 모두 18종이 있는데, <펭귄-위대한 모험 2>의 주인공은 황제펭귄Emperor Penguin이다. 키 최대 122cm, 몸무게 22.7~45.4kg으로 현재 존재하는 펭귄 중 몸집이 가장 크다. 귀 부분이 선명한 노란색으로 마치 왕관을 연상케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먹이를 잡기 위해 수심 약 530m를 잠수하며, 잠수 시간은 약 18분이다. 

영하 65℃… 눈물겨운 펭귄의 자식 사랑

이 영화는 2005년 자연 다큐멘터리 흥행 돌풍을 일으킨 프랑스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La Marche De L’Empereur, March Of The Penguins>의 후속편이다. 프랑스에서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제78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남극의 여름 바다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한 황제펭귄들은 겨울이 오기 전인 3~4월(남반구는 북반구와 계절이 정반대이다) 얼음 땅 위로 뛰어오른 펭귄들은 이정표도 없는 얼음길을 뒤뚱거리며 수천, 수만 년간 그들의 서식지가 되어준, 바위산이 있는 ‘오모크Hummok’를 20여 일에 걸쳐 찾아간다.

내륙 기온이 영하 65℃까지 떨어지는 남극은 블리자드라 불리는 맹렬한 강풍까지 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인데, 남극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오모크는 사방의 빙벽이 겨울 강풍을 막아주고 바닥이 튼튼해 새 생명을 키워내기 적합한 장소인 것이다.

거대한 무리를 형성한 황제펭귄들은 그곳에서 짝을 찾는다. 화면에 등장하는 펭귄은 무려 7,000여 마리에 이른다. 짝짓기 후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암컷 펭귄은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얼음 바닥에 닿지 않게 발등과 배 밑의 주름 사이에 알을 품어 수컷에게 그 알을 넘겨준다. 이때 잘못해서 알을 떨어뜨리면 20~30초 만에 얼어버리기에 이 작업은 극도로 신중하게 진행된다. (가끔, 신생아를 던지다시피 바닥에 뉘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젊은 부모의 일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몸에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면 수컷은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어 품은 채 2~4개월 동안 수분 섭취를 위해 눈을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알을 품고 있는 수백, 수천 마리의 수컷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서서 천천히 주위를 돌다가 바깥쪽에 서 있는 개체가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개체와 자리를 바꾸면서 전체 집단의 체온을 계속 유지한다. 눈보라를 견디는 방법은 오직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는 것뿐이다. 추위와 굶주림에 목숨을 잃는 수컷들도 적잖다.

펭귄도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데…

부화 기간은 약 60일이다. 부화한 새끼에게 수컷 펭귄은 자신의 위 속에 소화된 먹이를 토해서 먹인다. 바다로 나간 암컷은 새끼가 부화할 때쯤 돌아온다. 바닷가에서 새끼들을 먹일 음식을 반만 소화한 채 뱃속에 넣고 위험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오모크에서 남극 해안가까지는 5일을 걸어가야 한다. 돌아온 어미는 서로의 울음소리로 가족과 재회한다. 만약 이때 어미가 바다사자 등에게 잡혀 돌아오지 못하면 새끼 펭귄도 굶어죽게 된다.

아빠 펭귄은 새끼 펭귄을 어미에게 인계하고 새끼의 울음소리를 기억하며 헤어진다. 이번에는 수컷이 1개월가량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새끼들은 어미가 삼켜온 먹이로 무럭무럭 자란다.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는 수컷들의 행로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암컷으로부터 알을 넘겨받기 전 몸무게의 절반으로 줄어든 몸으로 남극의 블리자드에 맞서 5~6일을 걸어야 한다.

새끼는 어미가 씹어 반쯤 소화시킨 것을 입으로 받아먹으며 부쩍 자라는데 생후 40~50일이 지나면 부모 펭귄 모두 바다로 나가 먹이를 비축해야 한다. 남은 새끼들은 자기들끼리 집단을 이룬다. 아빠들처럼 서로의 몸을 붙여 체온을 지킨다. 이 새끼 집단은 추위와 폭설, 그리고 포식자에 대한 방어에 도움이 된다. 새끼의 포식자는 주로 큰도둑갈매기 같은 갈매기이다. 

12월~1월 여름이 시작되어 발밑의 얼음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이제 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아빠들이 앞서 해안가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어느새 털갈이를 끝낸 새끼들도 뒤뚱거리며 따라 걷는다.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면 새끼들이 본능에 따라 처음 접한 바다에 풍덩 풍덩 뛰어든다.

<펭귄-위대한 모험 2>는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모두 갖춘 수작이다. 광활한 남극대륙과 바닷속 풍광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후손의 양육을 위해 추위와 굶주림, 쉼 없는 강행군을 마다않는 황제펭귄의 부성과 모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자신의 집도 지을 줄 모르는 펭귄조차 저렇게 자신의 생명을 갉아내며 제 새끼를 키워낸다는 사실에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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