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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독자산행기] 설산 바라보며 걸은 6일 여정

김창동 부산시 사하구 승학로
  • 입력 2023.07.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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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레단다의 아침은 안개로 가득했다. 설산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 풍경까지도 좋았다.
모하레단다의 아침은 안개로 가득했다. 설산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 풍경까지도 좋았다.

히말라야 마나슬루 트레킹을 마치고 도바토 & 코프라단다 트레킹을 다녀왔다. 내가 걸은 이 길은 정식 트레킹 명칭이 없었다. 나는 적절한 이름을 생각했다. 마침 이 코스는 4곳의 전망대를 지나는 트레킹 코스였다. 4개의 언덕. 네팔어로 언덕은 ‘단다Danda’, 나는 4개의 언덕을 지난다는 의미에서 이 코스를 ‘4단다Danda’라고 불렀다. 가이드에게 내가 붙인 코스 이름에 대해 설명해 주니 그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5/4 포카라 – 간드록 – 타다파니(2,630m)

포카라 윈드폴 게스트하우스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로 가는 분과 차를 공유해 간드록까지 이동했다. 간드록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끼어 운치도 있었고, 무엇보다 덥지 않아 좋았다. 완만한 숲길을 오르니 오늘의 목적지인 타다파니가 보였다.

5/5 타다파니 – 이샤루(3,137m) – 도바토(3,349m)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거짓말같이 날이 개어 있었다.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 히말라야의 설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누가 더 아름다운지 뽐내고 있는 것 같았다. 타다파니에서 MULDHAI VIEW TREK 코스에 들어서자 흙길이 나왔다. 새소리와 함께 편한 길을 걸었다. 나무와 바위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랄리구라스 등 떨어진 꽃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샤루에 도착해 차를 한 잔 마시고 도바토로 향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풍경과 길이 펼쳐졌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 산행하니 도바토가 시야에 들어왔다.

5/6 도바토 – 몰데뷰포인트(3,637m) – 단카르카(3,026m) – 코프라단다(3,660m)

새벽 5시에 눈을 뜨니 맑은 하늘이 보였다. 기쁜 마음으로 몰데 전망대에 올랐다. 가이드가 말하길 4곳의 전망대 중 몰데전망대가 가장 멋지다던데, 말 그대로였다.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1봉,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까지 히말라야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4단다 트레킹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도바토에서 바옐리Bayeli(3,437m)까지 완만한 길을 걷다 단카르카까지 400m를 내려갔다가 이후 코프라단다까지 약 600m를 올려야 했다. 비유를 하자면 지리산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가는 꼴이었다. 단카르카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코프라단다로 향했다. 가다 멈췄다를 반복하니 결국 코프라단다 로지에 도착했다.

5/7 코프라단다 – 단카르카 – 스완타(2,214m) – 치트레(2,390m) 

아침에 일어나 로지 바로 뒤에 있는 코프라단다전망대로 올라갔다. 다울라기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다울라기리 연봉들 또한 보였다. 여기서 능선 길로 15분 정도 올라가니 안나푸르나가 시원하게 보였다. 풍경 감상을 끝내고 단카르카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갔다. 경사가 심해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하산했다. 단카르카에서 스완타까지도 계속 내리막이지만 이끼 낀 고요한 숲길과 부드러운 흙길이 산행을 편하게 해주었다. 스완타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의 목적지인 치트레로 이동했다.

푼힐전망대에서는 히말라야 연봉들을 조망할 수 있다.
푼힐전망대에서는 히말라야 연봉들을 조망할 수 있다.

5/8 치트레 – 고레파니 – 푼힐(3,210m) – 모하레단다(3,320m)

치트레 숙소에서 다울라기리 일출을 봤다. 다른 곳에서의 일출 못지않게 좋았다. 다른 단체 트레커들로 인해 고레파니는 시끄럽고 번잡했다. 나는 친구와 가이드 셋이서 조용히 푼힐로 올랐다. 일출이 아닌 오전 시간에 푼힐에 오르니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이곳을 독점해서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같은 히말라야 연봉들을 조망하고 감상했다. 잠시 후 마지막 목적지 모하레단다로 향했다.

모하레단다로 향하는 길 또한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능선과 랄리구라스가 떨어진 꽃길을 걸었다. 이름 모를 야생화도 잔뜩 피어 있었다. 감탄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모하레단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트레킹 마지막 밤을 보냈다. 네팔의 술인 락시와 쿠쿠리를 마시며 여정을 되돌아봤다. 근사한 순간들로 가득했다.

5/9 모하레단다 – 반단티 – 포카라(지프 이동)

히말라야의 신은 공평했다. 어제 처음으로 일몰을 보여 주더니 오늘 아침은 안개로 가득했다. 일출은 물론 히말라야 연봉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히말라야를 걸으며 본 멋진 풍경들을 두 눈에 담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히말라야는 내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거면 됐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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