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태국 파타야 꼬란섬] 에메랄드빛 바다 보며 걷는 명품 하이킹

김지원 트레일러너
  • 입력 2024.03.19 07:35
  • 수정 2024.03.25 10: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앙 푸 투앗 불상이 있는 곳에선 꼬란섬 최고의 조망을 만나볼 수 있다.
루앙 푸 투앗 불상이 있는 곳에선 꼬란섬 최고의 조망을 만나볼 수 있다.

열대 야생 사이로 에메랄드 빛 한 줄기가 이어졌다. 난 그저 그걸 한 걸음씩 밟아 올랐다. 그러자 불현 듯 나타난 거대한 루앙 푸 투앗상이 준엄하게 압도해온다. 도대체 어디를 그토록 하염없이 바라보는지, 무엇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지 사뭇 궁금해 그 옆에 서서 시선을 맞췄다. 그러자 눈이 시원해질 만큼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는 바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동안 왜 아무도 꼬란섬을 걸어서 즐기지 않았던 걸까? 

꼬란 행 페리. 뒤에 보이는 것이 스피드보트다.
꼬란 행 페리. 뒤에 보이는 것이 스피드보트다.
2024년 1월 기준 꼬란 행 페리 시간표. 각 명소 사진 옆에 붙은 숫자는 썽태우 요금이다.
2024년 1월 기준 꼬란 행 페리 시간표. 각 명소 사진 옆에 붙은 숫자는 썽태우 요금이다.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섬

태국 파타야의 꼬란Ko Lan섬은 어쩌면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로부터 몰려든다. 마찬가지로 유명 여행지인 파타야에서 약 7km 거리에 있는 섬으로 발리하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간다. 섬은 세로로 긴 형태인데 긴 쪽이 약 4km, 좁은 쪽은 2km다.

섬은 여느 열대 섬과 같이 해변 중심으로 개발돼 있으며 중심은 울창한 산림이다. 대표 해변은 총 6개가 있으며 바다가 깨끗하고 해변의 모래가 무척 곱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객은 아침에 꼬란으로 배를 타고 들어와 해양 레저스포츠와 해수욕을 즐긴 뒤 오후 배로 다시 돌아가는 당일치기 여행을 선호한다.

치앙라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후 이국적인 장소에서 러닝과 하이킹을 즐기고 싶어 마땅한 대상지를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꼬란이다.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당연히 하이킹 정보가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들어와서 하루 피서만 보내고 돌아간 탓에 관련 후기가 전혀 없었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곳에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이 있다?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기에 바로 꼬란을 향해 떠났다.

참고로 꼬란은 영어로 Ko Lan이 공식 표기이지만 그 외에도 Koh Larn, Ko Laan으로도 적기도 한다.

꼬란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발리하이 선착장에서 스피드보트 혹은 페리를 타고 닿을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스피드보트는 30분 내외 소요되고, 대중교통인 페리는 그보다 약 1.5배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그러므로 특별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 페리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스피드보트는 150바트(약 5,500원), 페리는 30바트(1,100원)를 받았다. 모두 편도 가격이다.

페리는 별도의 예약이 필요 없다. 그러니 시간에 맞춰 탑승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도착지는 두 곳이다. 나반Na Baan 혹은 따웬Ta Waen 항구다. 도착지에 따라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이 모두 상이하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꼬란에 도착하면 썽태우를 통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썽태우는 픽업 트럭을 개조한 일종의 버스다. 꼬란섬 주요 관광지와 항구를 상시 오간다.

우리는 두 항구 중 따웬항으로 이동하여 하이킹을 시작했다. 국내에 꼬란 하이킹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정보를 얻을까 고민하다가 스트라바 앱을 활용하기로 했다. 스트라바는 전 세계가 사용하는 하이킹 앱인지라 외국인들의 GPS 궤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킹으로 섬을 한 바퀴 완전히 돈다면 약 15~20km 내외의 코스를 설정할 수 있다. 

꼬란의 명소인 루앙 푸 투앗상.
꼬란의 명소인 루앙 푸 투앗상.

루앙 푸 투앗상이 섬 최고의 조망터

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마음이 설레었다. 따웬 항구에 위치한 로컬 식당 및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경사가 상당한 오르막이 등장한다. 오르막이 꽤 버겁지만 얼핏얼핏 보이는 바다가 마음을 달래준다.

떡하니 구글 지도에 ‘뷰포인트’라고 적힌 곳에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나무가 우거져 멋진 조망은 볼 수 없었다. 실망스럽지만 정자에서 잠시 쉬어갔다. 다시 뷰포인트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쓰레기만 잔뜩 있다는 평점 1점 리뷰가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하이킹 코스에는 오렌지색 등산리본이 달려 있어 이를 따르면 됐다.
하이킹 코스에는 오렌지색 등산리본이 달려 있어 이를 따르면 됐다.

곧이어 길은 섬 한가운데 솟은 산 방향의 야생으로 향한다. 오렌지색 리본이 군데군데 매달려 있으니 이를 따르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원이 나오고, 이윽고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영어로는 자이언트 붓다Giant Buddha라고 된 루앙 푸 투앗Luang Por Thuat상을 만날 수 있다. 루앙 푸 투앗은 16세기 활동했던 태국의 승려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신성한 부족으로 구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루앙 푸 투앗 불상이 있는 곳에선 꼬란 최고의 조망을 만나볼 수 있다.
루앙 푸 투앗 불상이 있는 곳에선 꼬란 최고의 조망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이 꼬란섬 최고의 뷰포인트다. 꼬란에 가게 되면 꼭 하이킹을 하지 않더라도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해변을 헤엄치는 사람들과 서퍼들, 요트가 마치 미니어처처럼 꼬물거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분홍빛이 인상적인 반퐁촘푸 리조트.
분홍빛이 인상적인 반퐁촘푸 리조트.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보낸 후 통 랑 해변Tong Lang Beach 방향으로 내려간다. 여기서부터 바다를 낀다. 나반 항구 방향으로 이동하다보면 핑크색으로 꾸며진 리조트를 발견할 수 있다. 반퐁촘푸 리조트Baanpoungchompuu Resort다. 야자수와 분홍빛으로 꾸며진 건물들이 깜찍하고 이국적이다. 어디서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 꼬란에서 숙박할 계획이라면 이곳을 한 번 고려해 볼만 할 것 같다. 

바다 전망이 멋졌던 마하락 카페.
바다 전망이 멋졌던 마하락 카페.

조금만 올라도 멋진 조망…가성비 좋은 코스

나반 항구를 지나 계속해서 하이킹을 이어 나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일단 눈에 띄는 대로 근처에 마하락Maharak 이라고 써진 카페로 들어가 잠시 비를 피했다. 그런데 뒷걸음질 치다가 소를 잡았다. 너무 멋진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알록달록한 테라스는 바로 바다로 연결되며 그 너머로 파파야의 고층 건물들이 아스라하다. 무더운 꼬란의 날씨에 지친 하이커라면 잠시 여기서 쉬어갈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잠시 퍼붓다가 지나갈 줄 알았던 소나기는 계속 이어지고, 강수량이 상당했다. 이대로 그만 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기적과 같이 비가 그치고 쨍하게 해가 나기 시작해 다시 하이킹을 시작한다.

차도를 끝낸 뒤 섬의 최남단을 빠르게 휘돌면 얼마 오르지 않아 섬 남단에 솟은 산의 능선을 따르게 된다. 여기서부터 다시 멋진 바다 조망이 펼쳐진다. 능선을 걷는 동안 시종일관 계속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싸매 해변으로 내려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바다.
싸매 해변으로 내려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바다.

소나기에 발목이 한 번 잡힌 탓에 오로지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겠다는 계획은 접기로 했다. 길을 따라 싸매Samae 해변으로 내려가 약 12km의 하이킹을 마쳤다. 그리고 썽태우를 타고 출발지인 따웬 항구로 이동한 뒤 페리를 통해 파타야로 복귀했다.

꼬란 하이킹은 조금만 오르막을 오르면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 또한 난이도가 낮아 하이킹 초보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차도와 완만한 산길이 교차하며 나타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불의의 상황이 닥쳤을 때 탈출도 무척 용이하다. 

파타야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꼬란 하이킹을 적극 추천한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