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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대구와 청어가 미국을 만들었다

정영훈 외대산악부OB·재미대한산악연맹 워싱턴D.C
  • 입력 2024.03.26 07:50
  • 수정 2024.04.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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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케이프 코드 下]
청교도 정착민들의 생존 식량에서 富의 원천으로

케이프 코드의 대표적인 청어 산란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른 청어들의 최종 도착지다.
케이프 코드의 대표적인 청어 산란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른 청어들의 최종 도착지다.

세계사를 바꾼 생선이 있다. 바로 대구와 청어다. 먼저 대구가 으뜸이다. 대구를 염장해서 말리면 오랜 항해 기간 동안 식량자원이 되었다. 대구가 있었기에 장기간 배를 탈 수 있었다. 대구는 신대륙 발견에 큰 기여를 한 생선이다.

대구와 더불어 세상을 바꾼 생선은 청어다. 청어는 중세 유럽인들에게 귀한 식량 자원이었다. 아직 농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농산물 수확량은 기후에 따라 편차가 심했다. 그렇기에 전적으로 농작물을 식량자원으로서 의존할 수 없었다. 어업이 필수였다. 육류를 충분히 섭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선은 필수 영양인 단백질을 얻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매년 봄 실제로 청어가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수로.
매년 봄 실제로 청어가 산란을 위해 올라오는 수로.

빵이 없으면 대구를 먹으면 되지~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케이프 코드Cape cod에도 대구와 청어의 역사가 흐른다.

아메리카 개척의 역사를 만들어 낸 청교도인 필그림Pilgrim은 폭풍우에 떠밀려 의도치 않게 케이프 코드에 도착했다. 어쩌면 그것이 더 행운이었다. 이름 그대로 대구Cod Fish가 많이 잡히는 곳이었다. 필그림들이 유럽에서 가져 온 씨앗은 이곳 토양과 맞지 않아 발아하지 못했다. 

모두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그들을 구한 것은 이곳의 풍부한 어족자원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전해진 말을 조금 따오자면 ‘빵이 없으면 대구를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해변에서 1m 이상 크기의 대구를 쓸어 올렸다. 그때까지도 케이프 코드가 세계 4대 어장 중 하나라는 것을 필그림들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청어 낚시 금지 알림판.
청어 낚시 금지 알림판.

케이프 코드 인근은 북대서양의 서부 어장의 일부다. 미동부 해안을 따라 남쪽에서 올라 온 따뜻한 물(멕시코 만류)과 그린란드를 거쳐 온 차가운 물(래브라도 한류)이 만난다.

대구는 중세 유럽에서 귀한 식량 자원이었다. 중세시대를 지배했던 가톨릭은 일부 육식을 금기시했다. 사제들은 붉은 고기는 성욕을 일으키고, 하얀 살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생선을 육류 대용으로 먹어야 했다. 그 역할을 한 대구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대구를 유통하는 사람들은 큰 부를 얻을 수 있었다. 

중세시대엔 이베리아 반도의 바스크인들이 대구 산업을 독점했다. 그들은 고래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대구 떼를 발견했고, 대구가 주로 회유回游하는 곳도 알아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바스크인들이 많은 양의 대구를 어디서 잡아 오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것은 철저한 기업비밀이었다. 

초기 개척자들이 사용하던 나룻배다. 주로 목재를 운송하거나 대구, 청어를 잡을 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개척자들이 사용하던 나룻배다. 주로 목재를 운송하거나 대구, 청어를 잡을 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지 몇 년 후, 존 캐보트 함대가 캐나다 북동부 뉴펀들랜드Newfoundland 지역을 탐험하게 된다. 그들은 이곳에서 바스크인들의 어선을 목격한다. 바로 이곳이 바스크인들의 비밀스러운 대구어장이었던 것이다. 뉴펀들랜드도 케이프 코드와 근거리에 있는 곳이다.

아무튼 이처럼 초창기 정착민 필그림들이 겨우 살아갈 수 있게 도왔던 대구는 후에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대구에 대한 차별적인 관세 때문에 식민지 사람들이 불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대구는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생선이며, 또한 독립투쟁의 상징이기도 하다. 매사추세츠주 의사당 천장에는 신성한 대구Sacred Cod가 걸려 있다. 나무로 조각한 150cm 길이의 대구 모형이다. 지금의 매사추세츠, 더 나아가 미국이 있게 해준 귀한 존재이기에 ‘신성한Sacred’ 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케이프 코드 비지터센터 내에 있는 지역 입체 지도.
케이프 코드 비지터센터 내에 있는 지역 입체 지도.

케이프 코드 사람들이 청어 수를 세는 이유

청어Atlantic Herring는 해류를 따라 움직이는 회유성 어종이다. 산란철에는 수만 마리의 청어 떼가 해안을 뒤덮는다. 따라서 유럽인들은 청어를 쉽게 포획할 수 있었다. 청어를 거래하기 위해 시장이 만들어지고 상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세계사를 공부하다보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한자동맹Hansa or Hanseatic League’이 만들어진 것도 청어를 거래하기 위함이었다. 13세기 시작된 한자동맹은 이후로 수 세기 동안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무역공동체를 이루게 했다. 그들은 서로 해상 안전을 보장하고 상권을 확장해 나아갔다. 당시 유럽인들이 소비하는 청어의 대부분은 발트해 연안에서 잡은 것이다.

해류가 바뀌면 청어의 이동 경로도 변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는 1970년대까지 청어가 많이 잡혔다가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4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동해안 특산품인  반건조 생선 과메기의 원재료가 원래 청어였다. 청어가 없어지면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직접 낚아본 토톡. 한인이 미국에 유행시킨 어족이다.
직접 낚아본 토톡. 한인이 미국에 유행시킨 어족이다.

중세시대 발트해를 오가던 청어 떼가 이동경로를 영국해안 북해 쪽으로 바꾸었다. 그때부터 네덜란드의 부가 축적되었다. 영국인들은 청어를 잡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반면 네덜란드 어부들은 청어의 내장을 제거한 뒤 염장하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청어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쉽게 변질된다. 영국인들은 자신의 앞바다에서 청어를 잡아가는 네덜란드인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청어 덕분에 네덜란드는 유럽 최대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꾼 두 생선, 대구와 청어가 동시에 다 잡히는 곳이 바로  케이프 코드다. 얼떨결에 이곳으로 떠 밀려온 필그림들은 복 받은 자들이다. 매년 봄이면 케이프 코드 인근의 청어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청어는 연근해 또는 내해 수초지대에 산란을 한다. 봄에 강을 거슬러 오르는 청어를 보는 것은 장관이다. 

현지 사람들은 수로를 따라 유영하는 청어를 보는 것을 즐긴다. 케이프 코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청어의 강Herring River’이라는 곳이다. 바다와 내해를 이어주는 약 8km의 강이다. 봄에는 수많은 청어 떼를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어도 옆에 앉아 지나가는 청어 수를 세기도 한다. 그걸 쓸데없이 왜 세고 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사실 지방정부와 환경단체 소속으로 내해로 들어오는 청어의 수를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자원봉사자들이며 청소년과 은퇴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한다.

토톡 낚시를 함께한 버지니아 거주 한인 션 허.
토톡 낚시를 함께한 버지니아 거주 한인 션 허.

비슷하게 뉴욕 주 시러큐스 인근 플라스키Pulaski라는 작은 마을에 ‘연어의 강Salmon River’이 있다.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수만 마리의 연어들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의 깊이는 무릎 정도다. 이 가을 진객들을 잡기 위해 전국의 연어 사냥꾼들이 몰려온다. 도시는 연어들이 뱉어내는 비릿한 향에 취한다. 낚싯줄에 걸려 끌어 올려진 연어가 마을 사방팔방에서 버둥거린다. 아들 부시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하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어 낚시터일 것이다.

반면 케이프 코드에선 청어 어획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어족자원 보호 때문이다. 단 예외로 이곳에 먼저 터를 잡고 살았던 선주민(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는 포획이 허용된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청어를 식량으로 삼아왔다. 그들의 식용을 위한 수집은 허용된다.

마타스 빈야드를 오가는 페리.
마타스 빈야드를 오가는 페리.

한국인들이 유행시킨 생선, ‘토톡’

케이프 코드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물개도 그중 하나다. 케이프 코드에서는 해변에서 유영하는 물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보호정책으로 물개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이곳은 물개의 먹이가 되는 청어뿐만 아니라 고등어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자칭 낚시도사라고 하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12월의 매사추세츠에서 고등어를 낚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한다. 아무런 미끼 없이 낚싯대만 던져도 고등어가 물고 올라온다고 한다. 고등어가 바다를 덮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미국인들은 고등어를 사람이 먹는 생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나 줄 법한 생선으로 본다. 예전 내 룸메이트도 꽁치와 고등어를 굽는 나를 보고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이곳은 고등어 천국이다.

고등어처럼 미국인에게 인기가 없었던 생선이었지만 한국 사람들 덕택에 지금은 인기 어종으로 거듭난 것이 있다. 토톡Tautog(흑도미)이라는 생선이다. 생김새와 맛이 제주도 다금바리와 비슷하다. 한 번은 미국에 놀러온 제주 현지인에게 토톡을 맛보게 한 적 있는데 그는 “다금바리보다 오히려 맛이 더 좋다”고 했다. 

형형색색의 카누와 카약이 마타스 빈야드 바닷가에 놓여 있다.
형형색색의 카누와 카약이 마타스 빈야드 바닷가에 놓여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미국인은 토톡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이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엔 괴이하게 여기다가 결국 그들도 새로운 맛에 눈을 뜨게 됐다. 실제로 토톡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낚시하다가 파도에 쓸려 죽거나 불구가 된 한인들도 있다고 한다.

토톡은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많이 잡힌다. 이 물고기를 사랑하는 낚시꾼들은 때를 맞춰 케이프 코드로 원정을 오기도 한다. 단 주의할 것은 길이 16인치 이상만 잡을 수 있다는 것. 만일 이보다 작은 크기를 잡았다가 적발되면 최대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심지어 벌금은 마리당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이는 몇 천 달러 규모의 벌금을 맞기도 한다. 

낚시꾼 입장에선 1cm 작다고 놓아 주기 아쉬울 수 있다. 그러다보니 공원경찰과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실랑이는 측정 방식 때문에 생긴다. 경찰은 물고기를 바닥에 놓고 직선으로 재는 반면, 잡은 사람은 줄자를 이용한다. 물고기가 유선형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크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이곳 경찰에게 예외와 자비는 기대할 수 없다.

마타스 빈야드의 아름다운 해변.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백상어도 많이 찾는다.
마타스 빈야드의 아름다운 해변.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백상어도 많이 찾는다.

영화 ‘조스’의 촬영지

한편 케이프 코드의 물개 개체수의 증가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불러왔다. 대형 백상어Great White Shark가 쉽게 목격되기 시작한 것이다. 백상어는 물개를 좋아한다. 물개와 인간이 유영하는 모습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어에게 사람이 공격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곳 해양경찰들은 모니터용 배와 드론을 이용해 상어의 움직임을 늘 추적한다.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바다 위에 부표를 띄워 놓고 상어가 감지되면 경고음을 내어주는 시스템도 만들어 놓았다. 

케이프 코드 연안에서 채취한 굴.
케이프 코드 연안에서 채취한 굴.

이곳에선 최대 20피트(약 6m)나 되는 대물 백상어도 자주 목격된다. 그래서 영화 ‘조스’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화 속 조스 모델은 25피트로 만들었다고 한다. 역대 최대 크기의 백상어는 호주에서 잡혔던 30피트라고 하니 영화 속 조스가 마냥 허구만은 아닌 듯하다. 본디 ‘조스’는 소설이 원작이며 소설의 무대 또한 이곳이다. 

‘조스’는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다. 영화 흥행사는 ‘조스’의 전과 이후로 나뉜다. ‘조스’부터 전략적 홍보가 이루어졌고, 전국 상영관 동시 상영이란 방식이 보편화됐다. 그래서 ‘조스’를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효시라고 한다. 

‘조스’를 촬영한 좀더 정확한 곳은 마타스 빈야드Mathas Vineyard라는 섬이다. 케이프 코드에서 페리를 타고 약 45분 거리에 있다. 케이프 코드 남단 팔머스Falmouth 항구 인근에 주차하고 페리에 승선하면 된다. 1일 주차 요금은 15달러다. 차를 타고 배에 승선할 수도 있다. 차량 요금 60달러(편도)를 추가로 내면 된다. 페리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25달러다.

수관이 징그럽지만 맛이 빼어난 소프트 쉘 클램.
수관이 징그럽지만 맛이 빼어난 소프트 쉘 클램.

마타스 빈야드의 겨울은 한적하다. 도시는 연말의 분주함으로 가득한 반면, 이곳은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듯하다. 여름이 되어야 깨어나는 곳이다. 영화 ‘조스’에서도 여름철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들이 섬의 주 수입원인 셈이기 때문에 영화에선 해변을 봉쇄하지 못하고 조스의 희생양이 나오게 된다.

원래 계획은 항구에서 자전거나 스쿠터를 대여해서 섬 일대를 둘러 볼 생각이었다. 이 섬의 면적은 여의도의 10배 정도다. 동서 길이가 길게는 32km 정도로 작지 않은 섬이다. 하지만 겨울이라 대부분의 상점이 휴업이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유럽풍으로 꾸며진 시내를 둘러보았다. 클램 차우더Clam Chowder 가게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몸을 녹였다. 준비해 간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클램 차우더는 조개, 마늘, 감자, 야채를 넣고 체다 치즈와 함께 끓인 스프로 미국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다. 이곳 미 북동부 해안에서 처음 만들어진 요리다.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조개를 이용해 어부들이 해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음식이다. 미국 서부에서도 먹어볼 수 있으나 맛은 이곳이 훨씬 좋다. 원조의 비법이 있는 듯하다. 서부의 것은 조갯살이 적고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느끼함이 강하다. 그러나 이곳은 조갯살이 적절히 씹히면서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한다.  

클램 차우더 가게 옆으로 정박된 카누와 요트들이 보인다. 영화 ‘조스’에서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청소년들과 이들을 공격하는 상어. 그리고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상어와 사투하는 주인공. ‘조스’ 2편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영화 ‘해저 2만 리’가 바다 속 심연의 세상을 상상하게 했다면, 영화 ‘조스’는 수면 바로 밑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4악장 초입을 편곡한 OST도 공포스러운 존재의 등장을 알리는 훌륭한 도구였다.

케이프 코드의 대표 특산물 랍스터.
케이프 코드의 대표 특산물 랍스터.

고급 야생 칠면조 고기도 맛볼 수 있어

케이프 코드에는 야생 칠면조Wild Turkey가 서식한다. 10여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닌다. 4월이면 칠면조 사냥철이다. 야생의 칠면조 고기는 육질이 단단하고 지방이 적다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급 고기다. 사냥 시즌은 3주 정도로 개인은 그중 최대 일주일만 사냥할 수 있다. 신청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추첨을 통해 사냥 허가증을 내어준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는 찬 바닷물은 굴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썰물이 되면 광활한 갯벌이 모습을 보인다. 물이 빠져나가면 바위에 붙은 굴과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캐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만 나오는 조개Soft-shell Clam는 선뜻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맛은 매우 뛰어나다. 조개의 살에서 단맛이 난다. 검은 스타킹을 입은 다리처럼 삐져나온 수관이 약간은 징그럽다. 

랍스터는 이곳의 대표 특산물이다. 초기 이민자들은 랍스터를 먹지 않았다. 동물 사료나 낚시 미끼용으로만 쓰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최고급 어종이 되었다. 이처럼 케이프 코드는 자연을 벗 삼아 다양한 음식 체험도 가능한 곳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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