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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 인천 무의도

월간산
  • 입력 2003.04.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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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봉~호룡곡산 주능선 라이딩

섬에서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것은 깊은 산 속에서 라이딩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주변 섬들과 바다를 조망하는 일은 자전거를 접어두고라도 재미있는 일이다. 이번 라이딩은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의도(인천시 중구)로 정했다. 출발하는 날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대더니 영종대교를 건너면서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출발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종도 신공항이 생기면서 영종대교 덕분에 월미도 선착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무의도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신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 어느 곳에서나 1시간 가량이면 갈 수 있는 섬이 됐다. 무의도로 가려면 서울에서 영종도 신공항쪽으로 가다가 남측 해안도로를 이용해 무의도행 선착장으로 향한다.

신공항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남측 해안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가서 왼쪽의 잠진도로 이어진 연륙도로를 건넌다. 아직 아침이라 만조가 되어 연륙도로를 건널 때 약간은 긴장이 된다. 연륙도로의 길이는 약 1km이고 이 도로를 건너면 무의도행 선착장이 있는 잠진도다.

이 길을 오는 동안 재작년 송년 라이딩을 위해 이곳에 와서 1박하며 연말을 보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땐 날씨가 좋았으나 무척 추웠다. 지금은 겨울이라 해도 영상의 기온이다. 그러나 비가 와서 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래도 섬으로 떠난다는 사실은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잠진도 선착장이 2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매표소도 조금 달라지고 만조 때라 그런지 큰 배가 들어온다. 물이 빠지면 작은 배로 교체되나 배 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많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배는 차를 실을 때 줄을 서서 후진으로 운전해야 했는데, 이 배는 전면으로 들어가서 배 안에서 차를 돌려 주차할 정도로 컸다. 그러나 배를 타는 여행도 잠깐, 약 10분 후면 무의도에 도착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도 다리를 놓으려 하자 배의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소문이다.

10분짜리 무의도 뱃길 여행

무의도에 상륙해 답사 코스로 이동한다. 이번 라이딩은 국사봉(236m)과 호룡곡산(246m)을 잇는 코스를 계획했다. 두 산 모두 그리 높지 않아 업힐이 짧은 것이 특징. 그리고 예전에 왔을 때 실패한 국사봉에서 호룡곡산쪽으로 다운힐을 성사시키기 위해 내심 기대하고 있다.

무의도 선착장에 내려서 1km 정도 해안도로를 타고 들어서면 실미 해수욕장쪽과 하나개쪽으로 가는 조그마한 갈림길을 만난다. 우리는 우회전해 실미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약간의 고개를 올라가면 도로 정상부에 이른다. 이 고개 정상에서 좌측으로 산길이 나 있으나 막힌 길이다. 고개를 조금 내려가야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차를 등산로 입구 조금 밑의 실미 해수욕장 무료주차장에 세우고 전열을 정비해 라이딩을 시작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나 아직까지 구름이 몰려오지 않아서 조망은 좋다. 10분 정도 산길을 달리니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실미도가 보인다. 물이 빠지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실미도를 걸어서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철썩철썩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곳곳에 이정표를 잘 만들어 두어서 라이딩하면서 길을 찾는 어려움은 없다. 다시 10분 정도 업힐(말이 업힐이지 얼었던 땅이 비에 녹아서 완전한 진흙창이다)을 하니 작은 봉우리의 정상에 오른다. 헬기장이 있다. 이곳에 오르니 비로소 우리가 올라가야할 국사봉 길이 보인다.

업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나 땅도 질척하고 작은 관목들의 나뭇가지가 자꾸 바퀴에 걸린다. 비도 오고 땀도 나니 오르는 길이 여간 어렵지 않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다시금 국사봉이 보인다. 좋았던 조망이 점점 흐려진다.

비를 맞으며 40분 정도 오르고 나니 국사봉 정상 직전의 안부다. 이곳은 올라오는 것보다 내려가는 코스가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난번에 실패했던 호룡곡산쪽 다운힐을 생각하면 이 길의 내리막은 금방 뇌리에서 사라졌다.

국사봉 안부에 자전거를 두고 약 100m의 좁을 길을 따라 국사봉 정상을 다녀왔다. 다운힐의 성공을 다짐하며 출발한다. 처음의 돌길은 역시 불가능이다. 약 50m를 들고 내려가니 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그러나 등산로 곳곳에 큼지막한 돌들이 박혀있어 잠깐 삐끗하면 자전거에 오는 피해가 상당할 것 같다.

자전거와 내 몸을 위해 조심조심 다운힐 한다. 그러나 자전거를 들어야하는 작은 바위들이 다시 나타났다. 급경사에 바윗돌들이 포진해있는 난코스가 자주 보인다. 2년 전 실패에 이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조금은 발휘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내려간다.

내리막길 중간지점에서 첫번째 휴식을 한다. 약 50% 정도 자전거 위에 있었다. 길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국사봉에서 등산객 두 명이 내려오면서 깜짝 놀란다. 비 오는 날 이곳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것이 신기했는지 인사를 하고 먼저 내려간다.

주능선 따라 이어지는 고난도 코스

우리도 뒤따라 내리막을 내려간다. 길이 점점 쉬워지고 고도도 점점 낮아진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이다. 오전 9시에 실미 해수욕장을 출발했으니 2시간 걸려서 넘어왔다. 궂은 날씨에 힘을 빼고 나니 허기가 진다. 간식을 먹고 국사봉과 호룡곡산 사이에 걸린 구름다리를 넘는다. 다리의 이름이 차석교로 철다리다.

다리 밑에는 무의도의 큰무리 선착장에서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가는 고갯길이 있다. 우리는 차석교를 건너서 호룡곡산을 향해 올랐다. 2년 전에는 웬만하면 전부 업힐이 가능했던 기억이 있었으나 다시 와보니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할 수 없이 애마를 어깨에 들쳐 메고 오른다. 약 20분을 오르니 능선에 붙는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능선길을 타고 라이딩을 시작한다. 다시 약 15분 오르니 호룡곡산 정상 직전의 안부다. 이윽고 정상이다. 온 세상이 구름에 가려 보이는 것은 주변의 나무와 우리들뿐이다. 올라올 때 얼음이 간간이 얼어붙고 눈이 쌓여 있는 곳이 있었는데 걱정이 앞선다.

일행 중 용기 있는 분이 먼전 후다닥 내려간다. 정상 안부에 갈림길이 있는데, 하나개 해수욕장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과 아까 올라온 차석교(구름다리)로 내려가는 두 가닥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하나개 해수욕장의 굴밥집이지만 올라온 길로 다운힐을 시도했다.

올라올 땐 힘들어서 보지 못했으나 이곳에도 산불 흔적이 있다. 빠른 속도로 쉬지 않고 내려가니 허망하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괜히 쉬어도 본다. 잠시 후 다시 차석교(구름다리)에 다다랐다. 궂은 날씨에 미끄러운 길을 사고 없이 내려온 것에 감사했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 좌회전해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신나게 다운힐을 한다. 등산 온 일행들과 하나개 해수욕장의 굴밥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굴밥집에는 자전거팀이 먼저 도착했다. 비에 젖고 흙 묻은 옷을 씻고 기다리니 국사봉을 등산했던 일행들이 온다. 12시30분이다.

굴밥은 무의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 굴에 콩나물과 호박씨 등 여러 재료를 넣어 지은 밥에 간장과 약간의 소스에 비벼 먹는 별미다. 배불리 먹고 다시 하나개를 출발해 차가 있는 실미 해수욕장까지 가야 한다. 고개 두 개를 넘어서 해안도로에 도착한 뒤, 이번엔 좌회전해 아까 넘었던 고개를 넘어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렇게 해서 무의도 라이딩을 마쳤다.

앞서도 말했지만 무의도는 등산과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도 좋지만, 섬이 지닌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찾을 만하다. 그리고 호룡곡산에서 출발해 국사봉을 넘는 라이딩 코스도 훌륭할 것으로 생각된다.

비와 땀에 젖은 몸과 옷을 씻을 곳으로 영종도에 있는 해수온천탕을 추천할 만하다. 무의도에서 나와 남측 해안도로를 타고 신공항고속도로 입구의 갈림길을 그대로 직진해 5분 정도 더 가면 해수온천탕이 보인다. 관광과 해수온천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종도의 새로운 휴식명소라 할 수 있다.

지하 800m의 천연 해수온천탕으로 노천온천, 노천계곡탕, 인진쑥탕을 비롯해 숯사우나, 황토불한증막, 옥사우나 등 다양한 온천탕을 갖추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해수만을 사용하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찬 바람에 긴장된 몸이 이완되면서 피로가 절로 풀린다.

□찾아가는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두 가닥이 있다. 하나는 인천신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고속도로~영종도~(4차선 도로)~거진포~(2차선 제방도로)~잠진도 선착장~무의도 큰무리 선착장(고속도로비 편도 6,100원, 차량승선 요금 편도 10,000원, 사람 승선료 1,000원)이다.

두번째는 인천 월미도 선착장 또는 서인천 국제공항 선착장에서 배로 영종도 선착장으로 넘어간 뒤, 거진포를 경유,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로 건너가는 것(월미도 차량승선요금 편도 4,500원, 무의도 차량승선 요금 편도 10,000원, 사람 승선료 1,000원). 시간 상 인천신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신공항 직행버스를 이용해 공항에서 을왕리행 버스를 타고 거진포 입구에서 하차(요금 1,200원). 영종도 선착장에서 을왕리행 버스 이용, 거진포 입구에서 하차(요금 1,200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서 실미 해수욕장, 하나개 해수욕장, 샘꾸미 선착장까지 마을버스 이용(요금 1,000원). 거진포 입구에서 잠진도 선착장까지 약 1km 구간은 걸어 들어가야 함.

잠진도 선착장에서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까지 배편은 07:30∼19:30까지 수시로 운행하며, 약 8분 소요. 인천 월미도 선착장∼영종도 선착장은 수시 운행하며, 약 15분 소요. 인천 연안부두∼무의도 큰무리 선착장 평일 2회(오전 9시, 오후 2시), 주말 4회, 7·8월 성수기 7회 운항한다.

숙박은 무의도 뿐 아니라 용유도와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의 민박집을 이용하면 된다. 연락처는 용유출장소 무의지소(032-889-3444), 하나개 해수욕장 번영회(032-889-2091, 889-5560), 큰무리 해수욕장 번영회(032-889-3636), 무의행 여객선(원광해운·032-884-3391∼5), 영종행 여객선(용주해운·032-762-8880), 잠진도 선착장(032-886-0046, 891-0011), 영종도 해수온천탕 해수피아(032-866-5800).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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