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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대청호 주변

월간산
  • 입력 2003.08.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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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과 시골길, 호젓한 아스팔트 도로와 호수를 넘나든다

나루터로 돌아내려 가기 직전의 산길.
나루터로 돌아내려 가기 직전의 산길.
산길과 시골길, 호젓한 아스팔트도로와 호수를 넘나들며 라이딩을 한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과연 그러한 장소가 있을까? 답은 대청호였다. 대청호는 청주와 대전 사이에 대청댐을 막아서 만든 호수다. 물은 청원과 신탄진 근처에서 막았다지만, 금강 상류에서 물이 내려오므로 이번 라이딩은 옥천에서 시작해 대청호를 한 바퀴 휘돈 다음 보은군과 회남면(懷南面)을 지나 다시 옥천으로 오는 길을 택했다.

보은에서 옥천 가는길 에 보는 장계리(長溪里)의 아스라한 호수변을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라이딩이 상당히 기대됐다. 또, 청남대가 개방됐다고 하여 그 근처를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나루터로 내려가기 위해 좁은 마을길을 달리고 있는 바이커들.
나루터로 내려가기 위해 좁은 마을길을 달리고 있는 바이커들.
이번 라이딩을 주도한 이희삼 선배의 설명을 듣고 지도를 받아든 순간 80km의 산길 라이딩이 머릿속에 맴돌며 흥분되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려서 비 맞을 각오를 하고 단단히 준비한 다음 약속장소인 잠실 선착장으로 나갔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굵은 빗줄기가 차를 때린다. 엄청난 소나기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가기로 약속한 만큼 이번 라이딩에 참가한 분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모두 18명이 모였다. 이중엔 여성라이더도 한 분 눈에 띈다.

비 내리는 잠실 선착장을 떠난 시간이 새벽 5시10분. 중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통해서 목적지인 옥천으로 향했다. 향수(鄕愁)의 시인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이다. 옥천에 도착하니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킨다. 옥천의 유명한 올갱이 해장국에 소주 한 잔으로 아침을 해결한 다음 중식을 준비한다. 점심장소인 나무건축학교까지는 45km쯤 떨어져 있고, 중간에 변변한 가게가 없으므로 미리 라면과 밥을 준비해 출발지로 향한다.

대청호를 건너 옥천쪽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있다.
대청호를 건너 옥천쪽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있다.
출발지는 옥천에서 보은 가는 길로 약 3~4km 가서 저수지를 지난 다음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포장 도로에서 시작한다. 차를 세우고 모두 모여서 준비운동을 한 다음 출발한다. 출발 후 1~2분 정도 달리니 오른쪽으로 난 갈림길이 보인다. 지금은 무심코 지나가지만 그 길은 라이딩을 마치고 귀환할 코스다.

처음이라 그런지 모두들 말없이 페달만 저어서 나간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마구 달린다. 마을도 지나치고 땀이 날 만하니 대청호 물줄기로 보이는 계곡을 옆에 끼고 달리기 시작한다. 계곡은 점점 커져서 내를 이룬다. 우측으로 다리가 보인다. 직진하면 대전으로 나가는 길이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서 마을 입구에 닿았다. 마을을 관통해 산길을 오르기를 10여 분. 길은 점점 높아지고 아래 마을과 전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18명의 라이더들이 움직이니 뒤에서 보는 모습이 장관이다. 계속된 오르막을 오르니 이윽고 도로와 만난다. 새로 난 도로 같은데 우리는 우회전해 지도 상에 환평리라고 쓰인 곳으로 달린다.

호수를 끼고 달리는 멋진 코스

경쟁이 붙어서 그런지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아 옆도 안보고 달린다. 좋은 경치인데 말이다. 환평리부터 대청호의 웅자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오른쪽은 호수, 왼쪽에는 00기도원, 00도량 등 여러 종교시설이 눈에 띤다. 그만큼 명당이고 경치도 좋다는 뜻인 것 같다. 지도에 환산(環山·581m)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고리산 00기도원, 고리산 00도량 등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길의 모양이 청평호반을 포장하기 전의 모습과 비슷하게 생겼다.

고리산쪽으로 업힐하고 있는 바이커들.
고리산쪽으로 업힐하고 있는 바이커들.
 오른쪽에 호수를 끼고 한참을 달리니 선두에 섰던 분들이 쉬고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전방을 보니 고개가 하늘에 걸려져있다. 기(氣)가 막히는 기분이다. 공곡재다. 한참을 올라가니 토양 유실을 우려해서인지 정상부에는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콘크리트포장 부분은 아주 급경사다. 초보자가 2명 있었는데, 자전거가 좋아서인지 체력이 좋아서인지 모두 잘 올라간다.

이윽고 공곡재 정상에 섰다. 저 아래 마을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며 펼쳐진다. 한참을 다운힐하여 마을에 도착한다. 대정리(大亭里)다. 이제 아스팔트도로가 보인다. 좌회전해 약간의 업힐을 하니 큰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가 온 대정리는 마을 입구로 들어 가는 작은 갈림길이다. 앞에 보이는 갈림길은 대전과 우리가 갈 보은, 문의 쪽으로 갈리는 길이다. 여기서 우회전해 도로를 약 20km정도 달려야 한다.

환산(고리산)을 휘돌아서 공곡재를 넘기 전의 휴식.
환산(고리산)을 휘돌아서 공곡재를 넘기 전의 휴식.
 도로는 너무도 호젓하고 예쁘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어 주의력이 산만해질 정도다. 왼쪽으로 호수가 보이고 오른쪽은 낮은 구릉지대다.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와 풍광이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참을 달리니 커다란 다리가 나온다. 35km 지점인 회남대교다. 다리를 건너 호수변을 끼고 또 한참을 달리니 연달아 다리 두 개를 건넌다. 마지막 다리가 거신교(巨新橋)이고 왼쪽으로 가면 청원군 문의에 닿는 것 같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호수를 끼고 계속 달린다. 이어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우회전한다. 이윽고 길은 다시 시골길로 변한다. 초입은 도로포장공사를 하고 있으나 공사 중인 다리를 건너니 본격적인 산길과 시골길이다. 허기가 진다. 아직 점심 때가 되지는 않았으나 워낙 진행이 빠른 관계로 체력 소모가 많은 것 같다. 45km가 넘는 길을 2시간에 달려왔으니 말이다.

점심 먹을 장소인 나무건축학교 옆 느티나무가 가까워온 것을 느끼고 속도를 줄여서 관광 버전으로 달린다. 다리가 뻐근한 것을 느낄 만하니 선두에 가신 분들이 큰 나무 밑에서 쉬고 있다. 기다리던 점심 장소다. 물도 준비할 겸 나무건축학교에 들어가 보았다. 회남초등학교 분저분교가 폐교되고 그 자리에 나무건축학교가 들어섰다. 학교는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멍멍이만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운동장으로 쓰였던 곳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누워 실습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 타고 대청호 건너는 색다른 체험

1.나무건축학교 앞에서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는 취재팀. 2.음각한 글씨체가 독특한 나무건축학교 현판.
1.나무건축학교 앞에서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는 취재팀. 2.음각한 글씨체가 독특한 나무건축학교 현판.
 점심 식사를 마치고 느티나무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출발한다. 처음에 멋모르고 천천히 출발했으나 고개 길이가 정말 길다. 작년 이맘때 갔었던 통고산의 ‘약 올리냐 길’이 생각날 정도다. 구름 사이로 해가 나와서 식후에 몸이 무거운 우리를 괴롭힌다. 그런데 이 산골의 길을 차들이 빈번히 다닌다. 속도를 내어 코너를 도는 순간 위험할 정도로 차들이 가까이 나타난다. 포장은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주축 도로라고 같이 간 분들이 알려줬다.

계속된 업힐 도중 오른쪽 밑을 보니 대청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호수 가운데 섬도 보인다. 이어지는 다운힐 구간. 한참을 내려가니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갈림길이다. 우리는 직진해 시골길을 달리니 다시 갈림길이다. 큰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난 작은 길로 접어드니 조그마한 마을이 있고 콘크리트 포장된 길이 보인다. 출발점부터 예사 업힐이 아닌 듯 보인다. 전부 긴장을 하고 선두그룹부터 출발한다. ‘이 고개만 넘으면 선착장이야’라는 이희삼 선배의 말만 믿고 무작정 올랐다. 정상부근에 이르니 길이 좁아진다. 오른쪽으로는 임도도 개설되어 있으나 지금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출발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한 취재 참가자들.
출발지점에서 기념촬영을 한 취재 참가자들.
 정상에 이르러도 좁은 콘크리트길은 끝이 없다. 주의해서 다운힐을 하니 시야가 트이면서 옥천쪽 대청호가 보이고 그림과 같은 나루터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찍기도 아주 좋다. 돌고 돌아서 내려가서 나루터에 이르니 선발대는 이미 호수를 건너고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나룻배에 몸과 자전거를 의지하고 호수를 건넌다. 호수를 건너니 먼저 호수를 건너온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꿈속 같은 라이딩을 하고 와서일까? 갑자기 반가운 느낌이 든다.

여기서 보은~옥천 간 국도를 옥천쪽으로 약 3km 타고가야 한다. 고개를 두 개 정도 넘어서 석호리(石湖里)로 우회전해 들어간다. 약 1km 들어가니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길에 ‘청풍정’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가보고 싶지만 우리는 좌회전해 이평리(梨坪里)쪽으로 향했다. 고개를 넘으니 이평리였다. 마을에 얽히 사연이 쓰인 듯한 팻말이 보였지만, 읽어볼 겨를도 없이 앞쪽에서 내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달리니 경사는 계속 급해지고 마지막인 듯한 커다란 업힐이 보인다. 체력은 떨어졌고 경사는 장난이 아니다. 허벅지에 쥐가 날 정도로 힘써 오르니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는 푹 꺼진 절개지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옥천군 쓰레기 매립장이다. 눈으로 확인한 다음부터 살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나룻터를 넘어가기 직전 긴 업힐이 시작되는 지점의 마을.
나룻터를 넘어가기 직전 긴 업힐이 시작되는 지점의 마을.
 저 멀리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속도를 내어 정상으로 향한다. 이미 선두는 출발했고 나를 불쌍히 여긴 분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70km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려왔다. 마지막 남은 내리막을 내려가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시간은 너무 이르게 도착하여 오후 3시밖에 안됐다. 아까운 다운힐을 야금야금 내려가니 아침에 출발점에서 보았던 그 갈림길이다. 드디어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로 주고 받는 마지막 인사가 정겹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옥천 나들목에 이른다. 옥천 나들목에 나와서 좌회전해 1~2분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지용 시인 생가’와 ‘보은’ 가는 갈림길이다. 여기서 보은쪽으로 2분쯤 가면 오른쪽에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를 지나 1~2분 정도 더 가면 고개를 넘기 전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도로가 보이다. 이 길 입구에 주황색 타일을 붙인 2층짜리 식당 건물이 신축중이다. 이 근처에 차를 세운 다음 출발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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