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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포천 베어스타운 부근의 수원산~주금산 자락

월간산
  • 입력 2004.02.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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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근교의 프리라이딩 다운힐 코스를 찾아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는가 했더니 어느새 연말이고 산에는 눈이 하얗게 내려앉았다. 다운힐과 프리라이딩을 즐기다보면 가장 먼저 와닿는 문제가 등산객과 XC라이더들과의 마찰일 것이다. 속도를 내야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인데, 속도를 줄여서 살살 내려가는 것도 종목의 정신에 어긋나 난감하다.

좁은 산길을 쏜살같이 떼 지어 내려가기 때문에 걸어가는 분들이나 힘들게 업힐 클라이밍을 하고 있는 XC라이더들에게는 여간 당황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다운힐이나 프리라이딩을 할 수 있는 산길은 여러 곳이지만, 서울의 산들은 앞서 설명한 이유 탓에 프리라이더와 다운힐러들은 욕을 먹고 있다.

물론 서울 안쪽과 인근의 다운힐 코스도 야간 라이딩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호젓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간에 라이딩을 나갔다가 욕만 먹고 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호젓한 산속에서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번 라이딩을 결심하게 됐다.

프리라이딩과 다운힐의 특성상 산길의 업힐 구간이 짧아야한다. 약 30분 이내의 오르막이 적당하다. 내리막에서 힘을 써야하므로 힘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애마(자전거)를 끌거나 들고 올라가기 때문에 긴 업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업힐은 짧아야 하는 반면 다운힐은 길어야한다. 30분 끌고 올라가서 10분 내려간다면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번째 조건으로는 길이 험악해 스릴이 있어야 한다. 단조로운 산길은 한번은 탈수 있으나 두 번째는 ‘땡기는’ 맛이 없어 다시 찾지 않는다. 바닥의 상태가 험하고 중간 중간에 드롭(뛰어내림)이나 점프할 곳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급커브가 몇 구간은 끼어있어야 맛이 난다.

세 번째 조건은 코스가 다양하게 나오고 차량으로 이동도 편리해야 한다. 아무리 천천히 내려와도 40~50분이면 국내 산들은 다운힐이 끝난다. 하루에 보통 3~4개 코스를 달리므로 한 번 탄 곳을 자꾸만 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또 차가 항상 가까이 있어서 이동시 차를 이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운악산 줄기가 이어진 수원산 능선

이런 조건에 맞는 곳을 찾아다닌 지도 몇 해째다. 남한산성의 여러 코스를 능가할 만한 산길을 찾아야했다. 모든 기준이 그곳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몇 군데를 찾았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남양주의 백봉이 그중 하나고, 포천 베어스타운을 중심으로 한 주금산과 그 맞은편 산인 수원산도 좋다. 또 한 곳은 양수리 근방의 서종과 수입리를 향해 뻗은 푯대봉(354m)과 매곡산(500.6m)이다. 천진암쪽의 관산(555m)도 노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번 라이딩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한북정맥의 수원산(800m)과 주금산(814m)을 하루에 타는 것으로 잡았다. 수원산을 오전에 타고 길 건너 주금산을 오후에 타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베어스타운에는 초겨울을 즐기고 있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무거운 다운힐 자전거를 들쳐 메고 산을 오르는 우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러나 필자도 제법 오랜 기간 스키를 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스키보다 다운힐 라이딩이 훨씬 스릴 있고 창조적이고 재미있다는 것을….

수원산은 한북정맥을 잇는 산으로 운악산 줄기가 이 산으로 연결되어 나간다. 구리를 흐르는 왕숙천도 수원산에서 발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차를 2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베어스타운에서 일동쪽으로 가다보면 서파검문소 사거리를 만난다. 직진하면 일동으로, 좌회전하면 송우리 방향으로 굴고개를 넘어 간다. 이 고개 정상이 수원산 라이딩의 출발점이나 마찬가지다. 서파사거리 앞에 차 한 대를 세우고 나머지 한 대에 모두 옮겨 타고 굴고개를 향해 오른다. 굴고개 정상에서 왼쪽을 보면 차가 올라갈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길이 보인다.

이 콘크리트길을 약 5분 오르면 커다란 철탑이 나타나고 여기에 차를 세운다. 자전거를 차에서 내려서 준비하고 5분 정도 오르면 수원산 정상의 군부대가 보인다. 정상의 군부대 왼쪽 담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수원산 정상의 안부에 이른다.

이곳이 본격적인 다운힐의 시작점이다. 여기서 저 밑의 베어스타운 앞 도로까지 약 40분의 다운힐이 시작된다. 마지막 종착지가 신효죽교 앞이다. 말이 40분간의 다운힐이지 정말 긴 코스다. 타다가 쉬는 시간을 빼고 순수하게 자전거에 올라가 다운힐한 시간만 그렇다.

이 길은 원래 수원산 정상의 군부대로 가는 보급로였었는데 새 길이 굴고개쪽으로 뚫리는 바람에 사장된 것으로 보인다. 다운힐 코스의 길이가 13~14km 정도 된다. 이용한지 오래 된 길이라 상태는 엉망이다. 그러나 자전거 타기는 너무 좋다. 예전에는 군용 트럭이 다녔을 정도로 좋았을 것 같은데, 곳곳이 무너지고 나무와 넝쿨이 얽혀서 원시의 느낌이 든다.

나뭇가지에 얼굴을 마구 긁힌다. 낙엽이 두텁게 깔리고 그 속에 들뜬 돌들이 숨어있어 조금만 삐끗해도 자전거가 마구 흔들린다. 긴 다운힐 도중 왼쪽으로 갈리는 곳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다운힐에 접어든다.

약 10분 정도 더 내려가자(2/3정도 내려온 지점) 차가 올라온 흔적이 보인다. 길 상태가 좋아지고 사람 흔적도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다운힐을 시작한다. 이윽고 수원산 다운힐의 종착지인 신효죽교에 닿았다. 다양한 이정표 구실을 하는 입간판들이 노변에 세워져 있어서 그 위치를 금방 찾을 수 있다.

베어스타운 뒷산 주금산 능선 달리기

점심식사 후 신효죽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 다리를 지나면 주금산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숨어있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난 콘크리트길을 올라가면 금방 산길이 나온다. 차가 중간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길 정상까지도 차가 올라갈 수 있으나 오프로드용으로 개조한 차들만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 차들이 올라간 타이어 자국도 있다.

30분 정도 비탈길을 오르니 능선과 만난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현리쪽으로 난 산길을 타고 다운힐을 하면 계속된 내리막이다. 그러나 길이가 수원산 보다 짧기 때문에 별로다. 산길 왼쪽으로 난 원시 상태의 임도를 따라 급하지 않은 업힐을 30분 정도 오른다. 이 길로 계속 오르면 현리에서 수동으로 넘어가는 불기리고개 바로 앞으로 나온다.

길은 아주 마음에 드나 차를 서파검문소 앞에 주차했으므로 중간쯤에서 돌아서서 율길리(현리쪽)로 다운힐을 시작한다. 이 곳의 다운힐도 40분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길다. 지나온 길을 역으로 얼마간 내려가다가 아까 지나온 능선을 만나고 현리쪽으로 신나는 다운힐을 한다.

종착지는 현리에서 서파검문소를 가다가 나오는 율길초등학교 앞이다. 운악산 포도를 파는 가판대가 길을 따라서 늘어서 있다. 도로로 나와서 좌회전해 서파검문소를 향해 10여 분 달리니, 주차해둔 서파 사거리다.

긴 다운힐 코스 두 군데를 마쳤지만 오후 4시였다. 쌀쌀한 날씨 속에 피곤함이 몰려든다. 일행 중에서 두 사람은 차를 가지고 굴고개 정상부로 가서 세워둔 차를 가져왔다. 라이딩 후 주금산쪽을 조금 더 연구하니 더 많은 코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역시 접근로가 문제였다.

프리라이딩이나 다운힐의 경우는 전술한대로 업힐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내년 봄여름 시즌에 베어스타운 측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면, 주금상 정상을 리프트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 일이 성사된다면 스키장의 단조로운 슬로프를 벗어나 야성의 산을 누빌 수 있을 것이다.

○수원산·주금산 접근로

퇴계원에서 일동 가는 47번 국도를 이용해 베어스타운을 경유해 서파검문소로 향한다. 검문소 직전 신효죽교 앞에 서면 왼쪽의 수원산과 오른쪽의 주금산의 대체적인 윤곽이 잡힌다.

서파검문소→굴고개 정상→좌회전 후 5분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면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수원산 다운힐을 즐긴다. 신효죽교쪽으로 내려오면 길 건너편 주금산 올라가는 산길이 보인다. 이곳을 이용해 주금산 주능선으로 오른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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