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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의정부 부용산·도정산

월간산
  • 입력 2004.05.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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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3~4시간짜리 능선 프리라이딩 코스

지금은 대부분 이라크에 갔지만 재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산악자전거를 같이 즐겼던 미군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특히 절친했던 친구가 크레이지 밥(Bob)인데, 미국의 가족 품으로 돌아간고 좋아하더니만 현재 이라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친구의 영향으로 프리라이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우리의 라이딩 스타일도 발전했다.

밥이 근무하던 부대가 캠프 스탠리인데, 그곳은 의정부시 용현동과 청학동에 걸쳐 있고 의정부 교도소와 근접했다. 밥은 거기서 블랙호크 헬리콥터 정비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때 밥과 천보산에서 자주 자전거를 탔다. 그와 천보산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면 밥은 천보산으로 오는 도중에 작은 산을 하나 넘어서 오는데 상당히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

밥과 그의 친구들이 이라크로 떠난 후 그의 부대 앞산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선배 한 분이 의정부에 재미있는 프리라이딩 코스가 있는데 한 번 가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주말을 이용해 가기로 했다.

산 이름은 부용산(210m)이고, 밥의 부대 앞에 있었다. ‘아! 이 산이 밥이 얘기했던 바로 그 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의 형세를 살펴본 뒤 인근의 여러 산들과 연결해서 제대로 프리라이딩 코스를 만들어 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의정부 외곽의 청학동에 코스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이 산길들을 접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찾아간 산은 부용산과 그 앞산인 도정산(일명 깃대봉·289m)이다. 부용산은 의정부시 용현동과 민락동쪽에 나지막이 자리잡고 있고, 도정산은 청학동을 뒤에서 호위하고 있는 산이다. 특히 도정산은 추곡령 분수령에서 임진강으로 뻗은 한북정맥의 한 지맥 위에 솟아 있다.

국가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깃대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는 일제가 토지 측량을 위해 깃대를 세웠기 때문에 붙은 지명이다. 역사적 유래도 없을 뿐 아니라 일제의 잔재이니 옛 지명인 도정산으로 바로 잡아야할 것이다.

도정산이라는 이름은 구한말 때 조선을 침탈하려는 외세를 물리치고 바른 도를 세워서 개벽된 세상을 열어야 한다고 주창한 처사 정갑성이 한때 은거하며 붙인 이름이다. 처사 정갑성이 그곳에 은거하며 “난세를 구할 참다운 진리(道)를 바르게 깨달은(正) 산(山)”이란 의미가 서려 있는 곳이다. 산정 가까이 옛 처사 정갑성이 은거했던 초막터가 있다.

정상에는 깃대봉이라 불리는 도정산에 대한 설명문이 잘 소개된 안내문과 간이의자, 삼각점이 있다. 이 산 아래 마을은 경주이씨와 의령남씨의 집성촌이다(한북역사문화연구소 자료 참고). 이 산은 그다지 높지 않고 쉼터와 갈림길이 거미줄처럼 나 있다. 간단한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주민들이 많은 찾는 곳이다.

우리는 민락동쪽에서 시작해 부용산을 타고 서라리고개로 내려와 마을약수터에서 다시 도정산쪽으로 올라붙어 정상을 지나 청학동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약 3~4시간 코스로 부용산은 프리라이딩 코스에 가깝고, 도정산쪽은 업힐과 다운힐이 적당히 섞인 다운힐 개념의 코스다.

프리라이딩 성격이 강한 부용산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의정부쪽으로 달리다 퇴계원으로 난 길을 따라 우회전해 306보충대를 지나서 민락동으로 좌회전해 들어간다. 삼거리 신호등에서 직진해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주차를 한다. 차를 세운 곳에서 바로 산길 입구와 묘지 몇 기가 보인다.

산길과 묘지 길을 타고 오르막을 오르면 곧바로 능선에 붙게 된다. 계속해 약 10분 업힐하면 정상 직하의 나무계단을 만난다.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올라서면 부용산 정상이다. 업힐 시간은 15분 정도이고 체력만 된다면 정상의 나무계단 바로 밑까지 자전거를 타고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정상은 쉬기 좋게 되어 있다. 나무를 걸쳐서 쉴 수 있는 간이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이 정상에서 서라리고개까지 약간의 업힐과 긴 다운힐이 연속되는 싱글트랙이다. 길이 좁고 커브가 심하며 커브 사이에 나무들이 서 있어서 코너링과 크로스오버를 연마하기에 좋은 연습장이다.

연속된 산길을 지나면 저 능선 밑으로 커다란 묘인 신숙주 선생 묘소가 보인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싱글트랙을 달린다. 중간중간 조그만 자연점프대들이 산재해 있어 실력에 맞게끔 라이딩할 수도 있다. 갈림길에서 계속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이윽고 서라리고개다.

고개로 내려온 뒤 길 건너 마을로 향한다. 마을 중심부에 샘터와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정자를 찾아간다. 샘터에서 목을 축인 다음 도정산을 향해서 좌회전한 뒤 임도 비슷한 길을 20~25분 정도 업힐한다. 중간에 나타나는 과수원에서 우측으로 돌아서 비루고개 마루에 이른다. 이 고개를 넘어서 직진하면 청학리에서 들어오는 길로 내려가게 된다.

우리는 이 고개 정상에서 우회전해 싱글의 오르막길을 따라서 올라갔다. 5분 정도 올랐을까. 자전거 흔적들이 보인다. 의정부 가제트클럽의 안내표지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역시 가제트팀은 대단했다.

다운힐 크로스컨트리 코스 도정산

이렇게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갈림길이다. 우리는 왼쪽 길을 택해 다운힐을 했다. 3~4번 오르내리막을 지나니 기막힌 지점이 나타난다. 산정에서 쉬고 있는데, 밑으로 건물 공사현장이 보였다. 저 건축 자재를 어떻게 가지고 올라와 시공할까 생각이 미치자 공사장까지 도로가 뚫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도로는 있었다. 건물 신축을 위해 콘크리트도로가 능선의 8~9부까지 나있는 것이었다. 다운힐만 하기 위해서라면 청학동에서 들어와 이 길을 이용해 능선에 붙으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도정산 정상까지는 3개 정도의 업힐이 더 있다.

아주 심한 경사는 아니어서 체력만 비축된다면 업힐이 가능한 길이다. 특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혀 없어서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신나는 다운힐이 이어진다.

이윽고 커다란 숲을 지나서 도정산 정상에 이른다. 산 아래로 청학동과 별내면, 퇴계원이 내려다보이고 앞쪽의 큰 산인 소리봉(526m)이 조망된다. 소리봉은 뒤쪽으로 광릉 국립수목원을 품고 있어서 가고는 싶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산이다. 특히 퇴계윈쪽으로 작은 산들이 보이는데, 수리봉 자락이 퇴계원쪽으로 흘러내리다가 퇴뫼산(363m)을 솟구쳤다. 이 산릉은 전도치터널 위에서 퇴계원까지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형세이다. 지도를 보니 진접의 내각리로 8부 능선까지 도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다음에는 그 곳을 답사해볼 예정이다.

도정산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청학동으로 3km 다운힐을 한다. 전반부는 싱글트랙으로 이루어졌고, 능선을 내려선 뒤로는 더블 트랙의 다운힐이다. 정신없이 내려오면 청학동의 별내중고교 앞이다. 청학동은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서 토요일 오후에는 분주하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네 분들을 뒤로하고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수락산 마당바위쪽으로 향했다.

■찾아가는 길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의정부시 장암동을 지나면 포천쪽으로 직진하는 고가도로와 퇴계원 방면으로 나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퇴계원쪽으로 가다가 306보충대를 지나서 좌회전, 민락동으로 들어간다. 민락동 삼거리 신호등에서 직진신호를 받아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도로변에 주차하고 라이딩을 시작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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