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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Autocamping] 지리산 달궁 오토캠핑장

월간산
  • 입력 2004.06.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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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국오토캠핑대회 한·일 합동으로 열려

하늘은 맑고 바람은 따스한 계절 봄이 돌아왔다. 들판에 야생화가 피어나고 활엽수림의 그늘은 점점 짙어지는 시기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켜듯 사람들도 야외로 나가 활동을 펼치기 시작한다. 특히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봄은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한낮에도 그다지 덥지 않고 밤에도 그다지 춥지 않아 야외 활동이나 텐트생활에 대단히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제 가벼운 복장과 비교적 간단한 준비만으로도 야영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좋은 계절을 맞아 우리나라 오토캠핑 동호인들의 최대 축제라 할 수 있는 제3회 전국오토캠핑대회가 지리산 달궁 자동차야영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국내 오토캠핑 문화와 장비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호상사(대표 김인호) 주최로 5월1일부터 5일 어린이날까지 닷새 동안 개최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일본의 캠핑동호회 4개팀이 참가해 자리를 빛내줌으로써, 역사적인 첫 한·일 합동 오토캠핑대회라는 의미도 부각됐다.

사실 오토캠핑대회는 일반인들에게 약간은 생소한 행사라 하겠다. 어쩌면 용어 자체가 이상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토캠핑이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이라는 것은 말의 뜻을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운동 경기도 이벤트도 아닌 캠핑으로 대회를 치른다니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호상사 김인호 사장은 ‘오토캠핑대회는 캠퍼(camper)들을 위한 캠퍼들의 축제’라 정의했다. 오토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친교를 갖고 즐기는 그런 행사인 것이다. 캠핑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며, 더구나 다른 이들과 경쟁해 이기기 위한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대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캠프에서 자유롭게 자연과 호흡하며 여가를 즐기는 것이 행사의 주목적이다.

물론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호상사는 캠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어린이를 위한 연 만들기 교실, 요들송 페스티벌, 지리산 생태탐방, 캠핑장비 사용법, 아웃도어 요리교실, 지리산 트레킹 등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마련했다. 이 모든 이벤트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캠프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참석 여부는 전적으로 자유의사에 맡겨진다. 참가자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각 지역 캠퍼들과 교류하며 캠핑의 즐거움을 나누게 된다.

대회 첫날은 캠프장을 꾸미는 날. 서울, 부산, 광양 등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텐트와 그늘막을 설치하며 자신이 머물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여름 피서철도 아닌데 달궁야영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아마도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지리산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탐방객들을 받느라 분주했다.

오후가 되면서 넓은 야영장은 각양 각색의 텐트로 물들기 시작했다. 주로 대형 텐트와 타프로 구성된 전형적인 오토캠핑객들이 많았지만, 한쪽에는 국내에는 흔치 않은 캠핑카와 차량용 텐트를 이용해 캠핑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멀리 일본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캠퍼들도 도착했다. 이들은 일본의 오토캠핑 동호회 회원들 가운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로 매주 캠핑을 즐기는 분들이었다. 일본팀들은 베테랑답게 텐트와 타프 설치에 아주 능숙했다. 작업용 장갑과 앞치마로 완전 무장을 한 뒤 두 명이 한 조로 손쉽게 리빙쉘과 타프를 설치했다. 전문가다운 꼼꼼한 마무리도 돋보였는데, 바람에 대비해 2~3중으로 튼튼하게 텐트 끝을 연결한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첫날, 개회식이 열린 오후 8시까지 주최측에 60팀 200여 명이 접수를 마쳤다. 국내 휴가철 오토캠핑 인구를 생각해보면 결코 많은 수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순수한 축제’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계절적으로 아직은 오토캠핑의 성수기라 보기 어렵지 않은가. 이 정도 인원이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적인 대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오후 4시경 어린이들을 상대로 열린 ‘연 만들기 교실’은 가족 단위 캠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아무래도 참가자 가족들 가운데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최측에서 나눠준 연을 만들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은 이런 행사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정경이었다.

해가 지고 차츰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한 저녁 8시경 야영장 중앙의 원형 캠프장에서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행사에 참가한 일본팀의 소개가 있었는데, 이들은 니가타, 교토, 고베, 후쿠오카 등에서 온 네 가족 열 분으로 캠핑경력 25년의 고수가 포함된 그룹이다. 이들은 차량으로 시모노세키 항으로 이동해 부산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고속도로를 통해 달궁야영장까지 왔다고 한다. 이 대회를 위해 먼 곳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었다.

개회식에 뒤이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김홍철과 친구들의 요들송 페스티벌’이 열렸다. 국내 최고의 요들송 가수인 김홍철씨의 주도로 열린 이 행사는 알펜호른 연주로 시작되어 다양한 요들송을 듣고 따라 부르는 식으로 진행됐다. 2시간 가까이 계속된 요들송 페스티벌은 지리산 깊은 곳에서 알프스의 서정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번 대회는 어린이날인 5월5일까지 자유롭게 참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실제로 닷새 동안 야영지에 머물 캠퍼들이 많지 않을 것을 고려해 폐회식은 3일 저녁에 열렸다. 이후 이틀 동안은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자유캠핑으로 대체됐다. 폐회식에서는 행사 기간 중 찍은 사진 콘테스트 수상자와 베스트 캠퍼로 선발된 팀에 대한 시상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행사 기간 중 비가 자주 내려 아쉽긴 했지만, 3회차를 맞은 행사답게 짜임새 있고 유익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참가비도 받지 않고 이처럼 풍성한 대회를 치른 점에 대해 주최측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유일한 캠퍼들의 축제답게 참가자들의 호응과 주최측의 열정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더욱 큰 행사로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 달궁 자동차야영장

달궁 자동차야영장은 지리산 뱀사골 입구와 정령치 사이의 도로변에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옛 삼한시대 마한의 왕궁터로 알려진 곳으로, 자연을 벗삼아 호연지기를 기르던 옛 화랑도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2001년 7월 개장된 이 자동차야영장은 차량 300여 대를 수용하는 주차장과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야영장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1만여 평 규모의 넓은 부지에는 취사장, 급수시설, 샤워실, 공동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캠프파이어를 위한 100여 평 규모의 원형 집회장에서는 음악회나 세미나 등도 열 수 있어 단체 연수에도 적합하다.

해발 600여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야영장은 주변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계곡과 인접해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야영지 내부의 숲이 좀 빈약한 것이 흠이지만, 워낙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오토캠핑지로 훌륭한 입지를 제공한다.

지리산이라는 훌륭한 자연 인프라 속에 위치한 것도 이 야영장의 장점이다. 뱀사골 입구와 정령치, 성삼재 등이 가까이 위치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지리산의 품안으로 뛰어들 수 있다. 화엄사나 실상사와 같은 명찰 탐방과 지리산 온천에서의 휴식, 전라도 지방의 맛깔스런 먹을거리 순례를 하나의 코스로 엮을 수 있다.

달궁 자동차야영장을 이용하려면 공원 입장료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인월이나 구례 방면에서 진입하다보면 중간에 매표소가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 성인 1인당 1,600원, 청소년(13~18세)·대학생·군경 600원. 어린이(7~12세) 300원. 자동차야영장 1일 사용료는 승용차 9,000원, 승합차 14,000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북부사무소 063-625-8910~2.

▣ 찾아가는 길

88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가깝다. 서울에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비룡 분기점에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함양 분기점까지 간다. 함양 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광주 방향으로 20km쯤 가면 지리산 나들목이 나온다.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에서도 88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지리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인월을 거쳐 산내면 소재지에서 오른쪽 뱀사골 방면으로 진입한다. 구불구불한 계곡길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뱀사골 못미처 국립공원 매표소를 거친다. 이곳에서 입장료를 낸 뒤 달궁계곡의 절경을 감상하고 오르다보면 왼쪽에 뱀사골 입구가 보인다. 이후 4km쯤 더 가면 오른쪽으로 야영장 입구가 보인다.

남원에서 접근하려면 주천면을 경유하거나 운봉을 지나 정령치를 넘는 방법도 있다. 해발 1,172m인 정령치는 지리산 줄기를 한눈에 감상하기 아주 좋은 곳이다. 야영장으로 오가는 도중이나 캠핑 중에도 한번쯤 꼭 찾아볼 만한 곳이다.

/장비협찬 호상사 www.e-sierra.co.kr

/글 김기환 기자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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