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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울릉도 일주 라이딩

월간산
  • 입력 2004.10.0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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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바다와 벼랑 바라보며 일주도로를 달린다

울릉도 일주 라이딩을 계획했다.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선배 한 분의 제안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 두 번 생각 않고 동의했다. 일단 말이 떨어지자 묵호항에 배편을 예약하고 울릉도에서 잘 방을 구했다. 참고로 울릉도는 배편이 없으면 방 예약을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가기로 마음을 먹고 울릉도 정보를 여기저기서 찾아보았다. 계획은 2박3일로 예정했는데, 첫째 날은 도동항과 저동항 그리고 행남 해안 보도를 통해 행남 부두를 둘러보기로 했고, 둘째 날은 울릉도 일주 라이딩을, 돌아오는 셋째 날은 성인봉을 등산하기로 계획했다.

울릉도의 형태는 대체로 동그란 모양이다. 해안 일주도로가 개통되어 있지만 완전하지 않고, 동북쪽 방면에서 동쪽의 저동항(내수전)쪽으로는 산길로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 라이딩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울릉도로 떠나기 전날부터 비가 계속 왔다. 걱정되어 묵호항에 출항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니 태풍이 아니면 비가 와도 배는 출항한다고 했다. 비가 워낙 많이 퍼부어서 반신반의하며 일단 준비해놓고 잠을 청했다.

새벽 4시에 천호대교 인근에서 만나기로 했다. 4시가 다가오는데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동료들과 만나서 묵호항으로 향한다. 방학을 맞아서 같이 온 아이들을 포함해 모두 16명의 대가족이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묵호항에 오전 9시30분쯤 도착했다. 울릉도행 피서객들로 항구는 북적됐다. 일단 차를 주차하고 3일간의 주차료를 지불한 다음 여객선 대합실로 들어갔다. 주민등록번호를 배승선권 한 쪽에 적어 경비경찰에게 반납하고 울릉도행 한겨레호에 몸을 실었다.

배는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걱정됐으나 승무원들의 여유 있는 표정을 보니 안심이 된다. 승객들의 면면을 살피니 거의 다 울릉도행 피서객이다. 스쿠버다이빙 가는 분들도 있고, 낚시 가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간다.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배는 동해바다를 나는 듯이 달린다. 밖에는 비가 계속 오지만 개의치 않고 달린다. 승선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겨운 생각이 든다. 아직도 2시간이 넘게 남았다. 뒷좌석에서는 소주잔을 돌리고 있다. 염치불구하고 한 잔 얻어먹으면 좋으련만, 그분들도 피 같은 잔일테니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 잠을 청하고 졸다가 일어나니 어느새 울릉도 근처와 온 것 같다. 멀리 울릉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배안은 웅성거린다.

비 오는 가운데 해안보도로 저동까지

이윽고 12시30분경 도동항에 도착했다. 배에서 자전거와 짐을 내리고 있으니 팻말을 드신 분이 우리를 맞이한다. 방을 예약한 집주인이다. 이 분의 안내를 받아 우리가 2박3일 동안 머물 집으로 향한다. 도동항도 가파른 협곡 사이에 조성된 마을이라 육지의 콘도나 좋은 펜션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좁고 바짝바짝 붙어있는 집들과 골목을 지나서 며칠간의 우리 집으로 향한다. 집에 여장을 풀고 첫날이니 맛난 음식을 먹자며 근처의 이름난 식당에서 한 그릇에 1만 원하는 홍합밥을 먹었다.

비는 계속 내린다. 우리는 도동항 여객선 터미널 뒤 계단을 통해 행남 해안보도를 구경하고 행남등대를 넘어서 저동항까지 등산하기로 했다. 비가 오고 파도가 거세니 해안보도의 일부구간을 통제한다. 하는 수 없이 산길을 통해 행남등대를 오른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금방 눈앞의 풍경이 달라진다. 파도 치는 바다가 보이고 바람에 흩날리는 대숲이 보인다. 대숲 사이로 난 소로를 오르내려 행남부두에 도착한 다음 사진 한 장 찍고서 저동항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사진에서만 봤던 저동항의 모습이 실제 눈앞에 펼쳐진다. 날씨가 흐려 배들이 방파제 안쪽에 정박해 있다. 저동항의 명물인 촛대암이 방파제와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서 저동항에 이른다.

저동항은 전형적인 어항의 모습이다. 선박수리소와 기름저장소, 작은 조선소와 어시장, 그리고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동과 도동은 차이점이 뚜렷했다. 도동항은 여객항으로 관광객과 숙박시설의 항구이고, 저동항은 진짜 어항이다. 동해안의 어업전진기지인 것이다. 고등학교를 비롯해 울릉도의 학교도 이곳에 모여 있다.

저동항을 구경하고 버스에 올라 봉래폭포를 구경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북쪽 계곡으로 약 10여 분 들어가니 봉래폭포 입구다. 여기서 표를 끊은 다음 10여 분 더 올라가니 천연 에어컨을 지나서 봉래폭포 전망대에 이른다. 물은 좋으나 감흥은 그저 그렇다. 폭포를 구경한 후 도동으로 돌아와 저녁과 함께 간단한 소주와 맥주로 여흥을 돋웠다.

둘째 날 울릉도 일주라이딩을 하기로 한 날이다. 거짓말처럼 날씨가 갰다. 아침 일찍 서둘러 7시경에 도동을 출발했다. 시계 방향 코스로 돌아서 다시 도동으로 오는 일정이다.

도동 출발~사동~가두봉 등대~통구미 터널을 포함 8개의 터널~태하리~현포령~현포~추산~천부~관선터널~섬목 선착장을 찍고 돌아 다시 선창~석포동~내수전~저동~도동에 이르는 약 60km의 라이딩이다.

어제 간단히 먹은 술이 잘 안 깬다. 무거운 머리를 들고서 페달을 밟아서 도동~사동간 고개를 넘어간다. 울릉도에는 똬리를 튼 다리가 2개 있는데, 하나는 도동~사동간의 다리고, 또 하나는 얼마 후 나타날 수층교다. 똬리를 튼 다리를 넘어서 사동쪽으로 고개를 넘어간다.

사동은 도동, 저동과 함께 울릉도의 중심지다. 지금은 도동이나 저동에 조금 못 미치지만 앞으로는 울릉도를 이끌어갈 중심 도시다. 울릉도 신항이 이 사동항 앞에 거대한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고, 일부 공사에 들어갔다. 바닷가에는 커다란 크레인들이 서 있다.

사동항을 지나서 잔잔해진 바다를 옆에 끼고 아침햇살을 받으며 달린다. 도로상에 삐죽 튀어나온 가두봉 등대를 지나니 통구미라는 마을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울릉도 도로 일주 전반부의 장관인 5개 터널을 지나게 된다. 전망과 경치 등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가두봉 등대를 돌아서 통구미터널, 남통터널, 남양터널, 남서터널, 구암터널 등 5개 터널을 지나간다.

선창 삼거리에서 산길 통해 저동으로 연결

우측의 바위절벽은 하늘을 가릴 정도고 길은 좁고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 산사태 때문에 터널을 나온 도로는 곳곳이 공사 중이다. 긴 터널구간을 지나면 구암 마을을 지나서 똬리다리인 수층교를 넘어서 태하리까지 내륙도로를 달린다. 수층교를 지나면 다시 3개 터널을 지나서 태하리에 닿는다. 태하리 직전 만물상이라는 전망대의 민박집에서 잠시 쉬었는데, 주인아저씨의 인심도 좋고 전망도 너무 좋아서 다음에 울릉도에 오면 꼭 이곳에서 머물리라 마음먹었다.

태하리를 지나면 현포령이라는 엄청난 업힐이 나온다. 처음에는 작은 고개처럼 보였으나 긴 구간이다. 고개 중간에 군부대를 지나고 고개 정상에 풍력발전기가 우뚝 서 있다. 고개를 넘어서 다운힐을 하면 눈이 확 트인다. 다시 바닷가 일주도로로 접어든다. 현포령 내리막길에서 바닷가를 보면 사진에서 보았던 공암(코끼리바위)이 있다.

이윽고 현포항이다. 현포항에서 송곳바위를 바라보며 한참을 달린다. 송곳바위 앞을 지나서 추산리, 천부리에 이른다. 천부에 도착해 마을로 들어가 점심을 사먹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서 출발한다. 여기서부터 울릉도 일주 라이딩의 후반부 절경이자 백미다.

천부부터 섬목 선착장까지는 큰 마을이 없는 관계로 차량 운행도 뜸해 조용하다. 좌측 바다와 우측 바위, 그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조화가 가히 천하절경을 이룬다고 말하고 싶다. 일선암, 삼선암 등 바위섬과 그 섬을 때리는 물 색깔도 왜 그렇게 퍼런지…. 관선터널을 지나 섬목 선착장까지 달린 자전거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다시 온 길을 돌아서 약 10여 분 달려 내륙의 산길로 들어서는 입구인 선창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진입한 콘크리트도로 업힐은 장난이 아니다. 30분 정도의 긴 업힐을 해 첫번째 고갯마루에 이른다. 여기가 석포동이란 마을인데, 제법 컸고 폐교는 됐지만 학교도 보인다. 석포동에서 약간의 산길을 더 가니 조금의 내리막을 지나서 산길 입구가 보인다. 마침 동네 분이 계셔서 물어보니 산길을 약 7km 2시간은 가야한다고 한다.

평상시 프리라이더라고 자부해왔는데 산길의 싱글 트랙을 보니 기운이 불끈 솟는다. 그러나 이게 웬걸, 길은 계속 좋은데 우측의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보이는 낭떠러지는 자전거에 앉아서 페달을 밟을 용기를 앗아가 버린다. 타다가 끌다가 하며 나무로 만든 다리를 몇 번이고 건너서 드디어 산길 끝인 내수전 전망대에 이른다.

계속 죽도를 보며 달려왔는데 여기서가 죽도가 제일 선명하고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끝났던 도로가 다시 시작하는 지점에 닿았다. 저동쪽에서 올라온 관광객들은 여기서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차를 타고 내려간다. 우리도 기념촬영을 한 뒤 약 5km의 콘크리트도로 다운힐을 한다.

신나게 내려가니 좌측으로 내수전 약수터과 내수전 선착장이 보인다. 이어 좌측에 하얀 건물이 보이는데, 파력발전소라고 한다. 아까 현포령을 넘을 때 풍력발전기를 보았고, 송곳봉 옆에 수력발전소가 있으니, 울릉도에는 화력발전소만 빼고 풍력, 수력, 파력발전소가 모두 있는 모양이다.

이어서 저동항에 닿는다. 어제 둘러봤다고 모든 것이 반갑고 낯익다. 맥주 한 캔 마시고 저동~도동간 고개를 넘어서 도동으로 내려간다. 함께 라이딩 한 중학생 친구들과 초등학교 4학년생인 이정기도 수고했다. 내일은 나리분지를 통해서 성인봉에 오를 계획이다.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

■ 울릉도 가는 길과 울릉도 관광

울릉도는 보통 강원도 묵호항, 경북 후포항과 포항에서 출발하고 도착한다. 서울 사람들은 보통 묵호항에서 출발하는데, 울릉도 도동항까지는 약 161km로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서울서 묵호항까진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통해서 가고, 묵호항에서는 한겨례호를 타고 울릉도에 간다. 차를 가지고 갈 경우는 포항서 출발해야 하는데 타산이 맞지 않아 울릉도에서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울릉도의 부속 도서 중 독도를 제외한 큰 섬이 죽도다. 죽도는 현재 1가구 2명이 산다. 울릉군에서 현지 주민을 위해 진입로 공사를 했는데, 이 진입로 계단 역시 울릉도 특유의 똬리를 튼 형태다. 죽도를 구경하려면 도동에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문의 054-791-4468.

아쉽지만 독도는 탐방객 수가 적어 부정기선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동쪽으로 89.5km인데 1인 왕복 요금이 35,000원이고, 8시간 소요된다. 문의 울릉유람선협회 054-791-4468.

섬 일주 유람선은 요금이 1인 13,000원, 성수기 1일 4회(오전 9시~오후 4시) 운항하나, 비수기(1일 2회)에는 40명 미만일 경우 운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 054-791-4468/ 054-791-0123.

울릉도 여행에 대한 안내는 도동항 울릉도 개척사비 앞 관광안내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더라도 울릉도관광버스(054-791-0066·1인 15,000원)와 울릉택시(054-791-2315), 삼지렌터카(054-791-2240) 등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관광이 가능하다. 일반버스를 이용할 땐 도동항의 관광안내센터 앞에 승강장이 있고, 여기에 울릉도의 현지버스 시각표가 적혀 있다.

울릉도 여행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할 점은 뭍으로 나오는 배편이다. 묵호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한 배는 12시30분~1시 사이에 도동항에 도착해 다시 오후 3시에 묵호로 출발하는데, 나가는 배의 승선권은 당일 출발의 선착순으로 발매한다. 다시 말해 나가는 것은 예약이 안 된다.

/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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