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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Autocamping] 속리산 사내리야영장

월간산
  • 입력 2004.10.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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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숲속 아늑한 캠프장…넓고 자연스런 공간이 일품

속리산 기마순찰대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토캠퍼 가족.
속리산 기마순찰대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토캠퍼 가족.

오토캠퍼들은 현대판 유목민들이다. 자신의 차에 집을 싣고 다니며 가족과 함께 세상을 유람한다. 하지만 유목민들의 방랑생활이 고단한 삶이고 필연인데 비해, 오토캠퍼들의 유랑생활은 제가 좋아서 스스로 선택한 고생길이다. 그들은 고생스러움과 불편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신 종족이다.

최근 2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현대판 유목민들이 대거 늘어났다. 올해 시작된 주 5일제 근무도 캠퍼들의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놀 시간이 많아진 것이 캠핑인구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여건이 성숙됐고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제 때가 됐다는 뜻이다.

오토캠퍼들은 여름 휴가철에만 반짝하는 야영객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잠깐의 혹서를 피하기 위한 텐트 생활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캠핑 자체가 목적이고 취미며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들은 주말이면 답답한 콘크리트 빌딩숲에서 벗어나 자연 속 캠프장에서 여유를 즐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대자연을 집 삼아 머물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 초, 이들 현대판 유목민들이 속리산의 아늑한 캠프장을 찾았다. 정식 명칭은 속리산 국립공원 사내리 야영장.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운영하는 곳으로, 잣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근사한 숲속에 조성되어 있다. 인위적인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자연스런 야영장으로 승용차도 무난히 들어갈 수 있어 오토캠핑에 적합하다.

사내리 야영장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시설이 아닌 탓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위치와 진입로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불편함 덕분에 아직도 조용한 장소로 남아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내리 야영장은 속리산 법주사지구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있으나 법주사 매표소 외부에 위치해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캠핑이 가능하다. 물론 문장대까지 산행하거나 법주사를 돌아보려면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어른 3,800원/청소년 1,500원/어린이 1,000원).

널찍한 숲속에 조성되어 쾌적한 분위기가 일품인 사내리 야영장.
널찍한 숲속에 조성되어 쾌적한 분위기가 일품인 사내리 야영장.
속리산의 상징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 앞을 지나 2km쯤 더 가면 법주사 시설지구 상가 오른쪽으로 야영장으로 진입하는 자그마한 골목길이 보인다. 갈림길 바로 앞에 야영장 입구 팻말을 세워둘 때도 있다. 이 임시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간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계속해 울창한 숲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100m쯤 가면 사내교라는 다리 앞에서 다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다리를 건너서 직진하면 매표소로 길이 이어지지만 차량은 통과할 수 없도록 막아두었다. 여기서 오른쪽 지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사내리 야영장 안내판이 보인다.

야영장은 특별히 캠프사이트를 만들거나 해서 손을 보지 않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터에 차를 세우고 텐트를 치면 된다. 작은 계곡 옆에 조성된 야영장에는 최신식 화장실과 식수대가 각각 두 곳, 몇 개의 야간 조명등, 쓰레기 집하용 컨테이너 등이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꼭 필요한 시설들만 설치한 듯한 모습이다.

야영장 내 도로도 쇄석을 깔거나 포장하지 않아 시골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잣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은 공간이 넉넉해 여러 팀이 한꺼번에 캠핑해도 여유가 있을 정도. 이 날 40여 팀이 야영장 곳곳에 흩어져 타프와 텐트를 설치했는데도 전혀 번잡하지 않았다.

사내리 야영장은 법주사 상가지구와 관광객 진입로에서 적당하게 떨어져 있어 조용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외떨어진 느낌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하며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야영이 가능하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어느 곳이나 이용료가 동일하다. 10인 이상 대형 텐트 6,000원, 4 9인용 중형 텐트 4,500원, 3인 이상 소형 텐트 3,000원이다. 오토캠프장 1일 주차비는 승용차 8,000원, 승합차 9,000원이다. 문의 043-542-5267~8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모닥불이 그리워지는 계절 가을이다. 불 앞에 모여 식사중인 가족 캠퍼.
모닥불이 그리워지는 계절 가을이다. 불 앞에 모여 식사중인 가족 캠퍼.
법주사 기점의 속리산 산행코스

법주사에서 출발해 천황봉~문장대 능선을 밟은 뒤 법주사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는 속리산 산행의 고전이다. 속리산 주봉은 천황봉이지만, 문장대 정상을 목표 삼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천황봉은 아예 생략하고 비로봉을 거쳐 문장대로 가기도 한다.

야영장에서 사내교를 건너 400m쯤 가면 법주사 입구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를 지나면 오리숲이라는 울창한 수림지대가 탐방객을 기다리고 있다. 숲의 길이가 1.8km로 5리쯤 된다고 하여 오리숲인데, 여름에 특히 그 울창한 숲이 볼 만하다. 비록 단풍숲은 아니지만 가을철에도 이 오리숲은 특유의 가을빛으로 좋은 산책로 구실을 한다.

법주사 일주문과 오리숲을 지나 사천왕문쪽으로 건너가기 전 오른쪽으로 임도가 뻗어 있다. 이 길을 따라 속리산으로 들어간다. 1시간쯤 걸어 들어가면 세심정휴게소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여기서 산행코스를 결정해야 한다. 조금 멀리 돌아 두루 돌아볼 요량이라면 상환암 코스를 택한다. 그 코스로 일단 천황봉을 밟은 뒤 다시 북쪽 능선을 타고 문장대로 간다. 중간에 신선대휴게소 전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20분쯤 내려가 경업대를 본 뒤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온다. 이후 문장대에 올랐다가 중사자암 코스로 하산한다.

천황봉을 포기하고 조망이 가장 좋은 경업대를 목표로 삼는다면, 세심정~비로산장~경업대~문장대 코스를 잡는 것도 좋다. 어떻게 코스를 구성하든 산행은 5~7시간은 잡아야 한다. 주요 등산로 요지에 휴게소가 있으나 물은 귀한 편이라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주변 볼거리

- 기마순찰대 & 황톳길 체험

속리산 국립공원(관리소장 권병화)은 1999년부터 법주사지구에서 기마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공원구역을 순찰하며 탐방객 안내, 위법행위 단속, 탐방객과 사진촬영, 지역행사 참석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속리산 기마순찰대는 정이품송, 문장대 등과 함께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 역할을 하고 있다.

기마순찰대는 야영장 구역도 하루 한 차례 순찰하며, 야영장 상태와 캠퍼들의 불편을 살피고 있다. 탐방객이 사진 촬영을 원하면 포즈를 취해주니 기마순찰대와 함께 했던 속리산의 추억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여건이 허락하면 아이들에게 말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야영장에서 사내교를 건너 매표소 방면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황톳길이 보인다. 이 길은 야영장 부근과 개울 건너편 레이크힐스관광호텔 앞에 총 길이 348m , 폭 1.5m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보은군 특산품 황토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로, 저온처리한 자그마한 황토볼을 채워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황토 특유의 원적외선 효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피로 회복에 탁월하며, 장기간 이용하면 만성피로, 성인병 등에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찾아가는 길

 

 

속리산 법주사지구로 가려면 일단 보은까지 가야 한다. 현재 보은에서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진출입로는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이다. 일단 옥천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좌회전한 후 37번 국도를 따라 보은 방면으로 간다. 보은읍을 거쳐 계속해 37·25번 공용국도를 따르면 속리산·법주사 방향 이정표가 나타난다.

통일 삼거리에서 왼편의 37번 국도를 따라 말티고개를 넘으면 속리초등학교 방면에서 나온 505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갈목 삼거리에 이른다. 계속해 국도를 따라 진행하면 내속리 소재지와 정이품송을 거쳐 법주사 시설지구에 닿는다.

/ 장비협찬 호상사 www.e-sierra.co.kr

/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김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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