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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대장정] - 백두대간 고랭지 채소밭

월간산
  • 입력 2005.01.25 14:12
  • 수정 2018.12.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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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 채소밭 | 백두대간을 좀 먹고 있는 현대판 화전 

현대판 화전이라고 불리는 고랭지 채소밭으로 인하여 울창한 숲을 이루었던 백두대간의 산림 곳곳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산 저 산 채소밭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산림이 벌채되면서 백두대간 곳곳의 산림 생태계가 급격히 훼손 및 파괴되고 있다. 특히 강원도 평창군 횡계고원, 강릉시 고루포기산, 태백시 매봉산 및 덕항산 일대, 그리고 덕유산과 마이산이 위치한 무주·진안·장수 고원 등의 지역에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산림을 잘라내고 조성한 밭에서 재배한 고랭지 채소인 무와 배추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산림을 잘라내고 조성한 밭에서 재배한 고랭지 채소인 무와 배추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고랭지 채소는 무더위와 수해에 강할 뿐더러 한 여름철 수확을 할 수 있는 이점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이에 1980년대부터 여기저기 경쟁적으로 산지를 개간하면서 채소밭을 늘려나갔다. 고랭지 채소가 가장 성행하고 있는 강원도의 경우, 1991년 4,742ha이었으나 1998년 8,752ha, 2004년 현재 9,170ha로 10여 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랭지 채소밭은 정상부에 위치하여 토심이 얕고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태풍과 같은 집중호우 시 토양 유출이 급격히 발생하여 산사태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토사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주변 하천은 흙탕물로 변하기 일쑤여서 가장 깨끗하다고 하는 상류 지역의 하천 생태계까지 파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고랭지 채소밭에서 사용된 농약은 빗물을 타고 인근 계곡으로 흘러들어 수질을 오염시켜 수생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강원도 용평스키장과 대관령 삼양목장이 위치한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를 거쳐 남으로 흘러드는 송천은 남한강 최상류 하천으로 10여 년 전 만해도 매우 깨끗한 물이 흘렀다. 그러나 삼양목장의 가축 퇴비와 고랭지 채소밭의 토사와 농약이 흘러들면서부터 수질이 급격히 오염되어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산림 전문가들은 목재 제공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뿐만 아니라 산소와 맑은 물의 공급을 통한 간접 혜택, 그리고 생태계 유지 및 정서적 문화적 효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까지 감안, 우리나라 산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5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산림을 파괴하여 채소밭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고 지적한다. 더 이상의 고랭지 채소밭의 개간을 막아야 하며, 생태계 복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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