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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어번 프리라이드

월간산
  • 입력 2005.05.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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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자전거타기의 또 다른 형태…트라이얼, BMX와 유사

긴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돌아왔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 팔딱 팔딱 뛰듯, 이번 라이딩은 어번 프리라이드(Urban Free Ride·이하 어번라이드)로 잡았다. 어번라이드는 어번 어설트, 어번 트라이얼 등으로 불리는, 아직 개념이 정확히 잡히지 않은 라이딩 형태다.

산악자전거(Mountain Bike)는 1960년대 게리 피셔(Gary Fisher)와 그의 친구들이 샌프란시스코 마린 카운티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결과 크로스컨트리, 다운힐, 프리라이드, 올마운틴 등의 형태로 발전했고, 지금은 어번라이드까지 와 있다. 그렇다고 어번라이드가 제일 앞에 나와 있는 개념은 아니다. 스타일마다 진보하고 있고 새로운 장르로 어번라이드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요즘 여러 스포츠 분야도 익스트림(Extreme)이란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어번라이드도 익스트림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면 옳겠다. 어번과 유사한 개념으로 BMX와 트라이얼이라는 자전거가 있는데, 산악자전거와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같은 이념을 추구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BMX나 트라이얼이 궁극적으로 도시 속에서 자전거 기술의 완성을 염두에 둔다면, 어번라이드는(어번이라는 문자가 들어갔지만) 도시에 맞는 기술을 이용하여 실제 절벽과 같은 산에서 라이딩이 가능하게끔 실력을 쌓는 과정이다.

이렇듯 어번라이드는 자전거로 할 수 있는 극단적인 면을 추구하는 부분이 강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내 몸보다도 더 잘 다루기 위한 기술 습득이 필연적이다. 만약 내 앞에 1m 높이의 담이 있다면 맨몸으로는 그것을 뛰어 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번라이드를 숙련하면 두 바퀴의 성질을 이용하여 그 담을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다.

토끼처럼 뛰는 버니홉 기술부터 연마해야

우리는 산악자전거를 처음 접하게 되면 제일 먼저 언덕을 오르거나 한강변의 평지를 신나게 달릴 것이다. 그러다가 산을 찾아다니게 되고, 조금 더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지면 산속의 싱글트랙에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싱글트랙을 타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 기술이 버니홉이다. 버니홉(Bunny Hop)이란 토끼가 깡충 뛰듯이 장애물을 넘어서는 기술. 싱글트랙을 가다가 중간에 나무가 쓰러져서 있으면 보통 자전거를 들고서 나무를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버니홉을 구사한다면 토끼가 깡충 뛰듯 앞바퀴가 먼저 들리고 나무를 넘어섬과 동시에 다시 뒷바퀴가 들려 나무를 넘어서는 기술이다. 버니홉을 연마하여 터득하고 나면 새로운 자전거의 세계가 열린다.

기술을 익히기 전까지는 2차원적인 자전거를 탔다면, 버니홉을 익히는 순간부터 3차원적인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경지로 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라이더가 있다고 하자. 출근길의 도로를 달리려면 인도로만 갈 수도 또 차도로만 달릴 수도 없다. 인도를 고집하면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고, 차도로만 간다면 버스정류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버니홉을 구사할 수 있다면 인도와 차도를 깡충깡충 뛰어 넘나들 수 있다. 이러니 버니홉이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가.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흔치 않고 익히기도 어렵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다면 꼭 권해주고 싶은 기술이다.

일단 버니홉이 완성되면 윌리라는 기술이 있다. 보통 윌리를 버니홉보다 먼저 접하고 배우는데, 정점에서 서서 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느낌을 알기 위해선 버니홉을 마스터한 후가 좋다. 윌리는 앞바퀴를 들고 뒷바퀴로만 달리는 것이다.

앞바퀴를 들고 정점에 이르면 페달을 저으며 나가면서 뒷브레이크로 정점을 유지한다. 앞바퀴가 땅으로 떨어지려하면 페달을 밟아서 속도를 높이고, 정점에서 내 몸이 뒤로 넘어가려하면 뒷브레이크를 살짝 잡아서 자전거의 중심을 앞으로 보낸다.

이후 매뉴얼이라는 기술을 배우게 되는데, 이 기술은 윌리와 비슷하나 페달링을 하지 않고 무게 중심의 이동으로 앞바퀴를 들고 앞으로 나가는 기술이다. 이렇듯 어번라이드를 하기 위한 기초기술을 연마했다면 도시의 빌딩과 공원 속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도심에는 많고 다양한 형태의 계단들이 있다. 4~5개의 비교적 짧은 계단이 있는가 하면 10개 이상의 긴 계단도 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고, 커다란 교회 앞 광장의 계단도 있다. 어번라이드를 즐기며 몸을 풀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계단인 것이다.

먼저 짧은 계단을 달리는 속도로 점프하여 뛰어내려 본다. 이때 버니홉의 기초 기술이 있다면, 속도만으로 뛰는 것이 아닌 앞을 살짝 들어주는 효과를 내 보다 와일드하고 멋진 점프를 할 수 있다. 차츰 긴 계단에  도전해 보면 처음 4~5개를 점프하여 넘고, 나머지 계단은 드르륵 타고 내려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계단이 지겨워지면 화단으로 가자. 빌딩이나 공원의 화단이 있다. 이 화단의 끝을 타고 가다가 다음 화단으로 살짝 건너뛰기를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버니홉의 기술이 단련되어 있어야 한다. 매뉴얼 기술도 필요하다. 화단을 타고 놀다가 계단의 옆에 설치된 담을 따라 내려가 본다. 폴짝 계단 옆의 담벼락으로 올라 담을 타고 내려가다가 다시 계단으로 점프하여 드르륵 내려오면 쌓인 스트레스가 깨끗이 풀릴 것이다.

도심의 장애물 이용해 다양한 훈련 가능

여름시즌이 되면 어번라이드는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더워서 잠이 안 올 때 인근공원에 나가보면 젊은 친구들이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는 것을 가끔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어번라이더들인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누비다 보면 한 마리의 늑대가 된 듯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이번에 어번라이드를 위해 찾은 곳은 남산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실전 라이딩으로 홍천 부근의 갑둔을 찾았다. 남산은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크로스컨트리(XC) 라이더들에게 남산타워까지의 오르막도 좋지만, 남산도서관과 과학관 옆의 계단은 아주 좋은 어번라이드 훈련장이다. 특히 과학관 옆의 긴 계단은 연속된 4번의 점프를 할 수 있는 장소다. 김구 선생님 동상 앞도 넓고 좋은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어 어번라이드 기술을 익히기 좋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 화단의 높은 턱도 점프하기 아주 좋다. 

남산에서 어번라이드를 즐기다가 시내를 이리저리 장애물 삼아 넘나들며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운동시설과 함께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장애물들이 많다. 시설이 망가지지 않게 주의해서 타면 곳곳이 흥미롭다. 놀이터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기도 한다.

강변으로 이어진 길을 나가면 상암동 강변에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위해 만들어 놓은 모굴장이 있다. 낮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분들이 있어서 자전거의 출입을 금지해 놓았으나, 야간에 살짝 이용하면 아주 재미있는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인라인용이라 점프의 폭이 약간 짧은 면도 있으나 이만한 곳도 없으니 감지덕지다.

서울 도심에서 어번라이드를 연습한 다음 갑둔으로 향했다. 홍천 지나 신남으로 가는 도중 우측의 절벽 같은 곳에서 어번라이딩에 도전했다. 이와 같은 스타일의 라이딩은 극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도전하는 정신에 기초한다.

해마다 10월 첫 주면 미국 유타주의 버진이라는 곳에서 산악자전거 행사가 열린다. 이름하여 레드 불 램피지(Red Bull Rampage). 나무 한 그루 없는 뻘건 절벽의 산을 극한 기술을 구사하며 내려서는 경주로, 음료회사인 레드 불에서 후원한다.
이 경기에 출전하는 정상급 선수들의 기술은 환상적이다. 거의 절벽 같은 곳에서 빙글 돌며 치킨플라이, 슈퍼맨, 백플립 등의 고난도 기술을 구사한다. 아마도 어번라이더의 마음 속에는 저마다 레드 불 램피지를 마음속에 담고 연습을 거듭할 것이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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