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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멋진 나무 가득한 시원스런 임도를 달린다

월간산
  • 입력 2006.04.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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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삼악산과 계관산 산길

다시 장거리 산악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우내 짧은 거리의 라이딩만 했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올봄의 첫 라이딩으로 비교적 가까운 춘천쪽을 다녀왔다.

포천 일동에서 춘천까지 산으로 연결된 자전거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해오고 있었다. 일동서 오뚜기령을 넘을 수 있고, 화악산 남쪽 줄기인 애기고개를 넘어서 개곡리 달개지고개를 넘으면 당림리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강촌까지는 올 수 있으나 춘천에는 약간 못미처 늘 아쉬웠었다.

이번 라이딩은 북배산 밑 덕두원리 독가동쪽으로 춘천댐 인근의 장절공묘역으로 내려오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길은 없었다. 당림에서 삼악산 북쪽 어깨를 넘는 석파령을 넘어서 덕두원까지 산길을 잇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화악산(1,468m) 응봉이 남으로 뻗어 내려오다가 촉대봉을 이루고, 홍적이고개를 건너 몽덕산에 이른다. 몽덕산부터 계관산 아래까지는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를 이루는 능선에 방화선을 만들어놓았는데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촛대봉이 연봉을 이루며 능선을 만들고 있다.

이 산들 오른쪽 계곡으로 산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을 당림리 임도, 혹은 덕두원 임도라 부른다. 이곳에는 특이한 볼거리가 있는데, 덕두원 인근과 계관산 자락이 국립산림과학원의 육종림연구지역이다. 자전거를 타며 좋은 나무를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점도 좋다 하겠다.

해빙기 산길은 진창이기 일쑤
당림리 임도는 계관산과 삼악산을 넘는 산길이다. 서울에서 경춘국도를 타고 가평을 지나서 강촌으로 가다보면 최근 지은 배 모양의 카페가 있다. 이 카페를 지나면 당림리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을 따라 들어가도 되지만, 다음 마을인 당림2리에서 삼악산이 조금 더 가까워 일행은 당림2리 표지판을 보고 마을로 진입했다.

당림2리로 들어서 매점을 거쳐 조금 더 차로 올라가면 배일교를 지난다. 이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해야 한다. 바로 산길 입구다. 초입에 산길 안내판이 있는 길을 택해 올라가면 정확하다. 2분쯤 올라가면 차단기가 있다. 차단기를 넘어서면 약간의 업힐이 이어진다.

산을 한 바퀴 돌아 계속된 업힐이 나오는데, 겨울동안 짧은 라이딩만 해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기분이 좋다. 땀에 흠뻑 젖을 무렵 산길은 갈림길과 만난다. 처음 진행은 좌측으로 하는데, 우측 산길은 석파령으로 올라가는 길로 돌아올 때 넘을 고개다.

좌측으로 길을 정해 약 5분 올라가면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곳에 커다란 소나무 두어 그루가 서 있다. 왼쪽은 당림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계관산 촛대봉 방화선을 향해 올라가는 코스다. 오른쪽 길로 하염없이 오른다.

한낮이 되며 햇볕을 받은 길이 녹기 시작한다. 땅이 더 질퍽해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올라야한다고 생각하고 거의 쉬지 않고 진행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팔 다리가 무겁고 페달을 젓는 것이 버겁다.

산길에 쌓인 눈과 얼음이 녹아내려 길의 낮은 쪽 경사를 타고 양지쪽 마른 길을 적신다. 자전거 바퀴자국을 남겨 물길 이동통로를 내준다. 땅이 얼었다가 녹은 후 물기는 증발한 곳들이 많이 있는데, 표면이 꼭 시루떡처럼 생겼다. 이런 구간을 달릴 때는 우두두두 소리가 난다. 땅이 들떠 있다가 자전거가 지나가니 내려앉는 소리다.

아직은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긴 오르막을 지나서 조금씩 정상부에 가까워지니 길은 완전 진흙탕으로 변한다. 자전거를 저어 나가기가 힘들고, 타이어에 진흙이 잔뜩 달라붙어 진행을 방해한다. 이윽고 방화선 정상에 이른다. 상쾌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 과수원’을 거쳐 마을길로 하산
정확한 표현으로는 채종원(採種園)이다. 조림용 종자를 생산 공급하는 지역으로, 유전적으로 좋은 나무만 선별해 조성한 일종의 ‘나무 과수원’이라 보면 좋겠다. 방화선도 이 때문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곳에서 흡연이나 산불은 더욱 주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땅이 질퍽하여 지름길로 바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왔으니 독가동쪽으로 라이딩하며 장절공묘역 방면 산길을 찾아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멀리 보이는 산불감시탑을 향해 진행한다. 산불감시탑 인근은 거의 벌목해 놓았는데 우뚝 선 탑과 이부머리 같은 벌목지가 묘한 풍경을 이룬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지나가면 진창이 되는 길을 산불감시탑을 뒤로하며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하얀 산림관리원 막사에 이른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듯 흔적이 없다. 일단 이곳을 지나서 독가동 방향으로 향한다. 10분쯤 업힐해 독가동 산길 출발점에 이른다.

원점회귀형 산길인데, 오른쪽을 택하든 왼쪽을 택하든 다시 한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약 15km 임도다. 우리는 역시 처음에 내리막이 있는 쪽을 선택하여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는 부림농원이라는 사유경작지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 약간의 고개를 넘어 내려가니 본격적인 독가동 산길이 시작된다.

힘은 빠져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업힐이다. 진창이 된 길을 끌며 타며 조금씩 나아간다. 아! 저 밑으로 논과 장절공묘역 비슷한 곳이 보인다. 그런데 산길 외에는 내려갈 길이 없다. 굳이 내려가자면 곰목이재를 넘듯 길이 없는 곳으로 갈 수도 있지만, 자전거가 지날 수 있는 최소한의 싱글트랙도 보이지 않는다.

실망스런 마음으로 가고 있는데, 이윽고 중간쯤 왔는지 내리막이 대세인 지형으로 접어든다. 춘천댐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포기하고 다운힐을 즐기기로 했다. 내리막길에 탄력을 받아서 평지길을 달리기를 반복해 독가동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4시가 넘어간다.

서둘러 산림관리원 막사쪽으로 돌아와 덕두원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며 간식을 먹는다. 주변을 살피니 기념식수 한 그루가 보인다. 덕두원 산길 개설 기념식수로 84년 11월13일이라고 적혀 있다.

휴식을 접고 본격적인 다운힐 준비를 한다. 이곳부터 저 밑의 덕두원리 마을까지는 다운힐이다. 출발하니 아까 방화선 정상에서 내려오는 지름길이 보인다. 이 길로 모노레일이 깔려 있다. 내리막은 주로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는데, 길 좋다고 방심하다가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경우가 있으니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채종원의 마지막 차단기가 나온다. 이것을 넘어 덕두원 마을로 향한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라도 15분 이상 걸린다. 한참을 가다보니 석파령으로 들어가는 다리 입구다. 다리 뒤쪽으로 봉덕사라는 큰 절이 있고, 또 다리 건너서 노란 색의 커다란 농협창고가 보여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리 건너 마을길을 지나서 다시금 길지 않은 업힐을 하면 석파령 정상에 이른다. 계관산 자락이 북한강으로 떨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힘을 한 번 쏟아낸 것 같다. 해가 저물고 있어 서둘러 고개를 내려오니 처음 만났던 갈림길에 이른다. 갈림길에서 좌회전해 왔던 길을 따라서 신나게 내려간다. 차를 주차해 놓은 지점으로 향했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덕두원·당림리 임도 찾아가는 길
서울 연신내역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향하다 백석고개를 넘자마자 신호등에서 유턴한다. 유턴해 다시 고개를 넘으면 소방소가 보이는데, 그 앞 골목으로 우회전해 적당한 골목길에 주차한다.

앵봉을 올라서 백슬립 코스를 라이딩한 후 동산동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마을을 빠져나와서 다시 우회전해 구파발을 지나서 백석고개쪽으로 갈 수 있다. 동산동에서 백석고개쪽으로는 자전거로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빠른 라이더라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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