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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인제 귀둔 & 운리덕 산길

월간산
  • 입력 2006.05.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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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임도에서 바라보는 강원 내륙의 산줄기

인제군 현리를 지나 아침가리골 라이딩을 가거나 조침령으로 넘어가려면 방동약수 가기 약 3~4km 전 길 건너로 귀둔으로 가는 산길 입구가 보인다. 인근의 좋은 코스 때문에 몇 번 무심코 지나치던 곳인데, 오래 전부터 이곳을 한번 넘어봐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지난 가을 인제의 한석산을 오를 때 연결해 라이딩한다고 운리덕에 올라본 적이 있다. 하지만 한석산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신 귀둔의 산길과 연결해서 운리덕을 오르면 좋은 연계 라이딩이 되겠다 싶었다.

다시 봄이 돌아오고 강원도 산길 라이딩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 됐다. 이번 라이딩을 귀둔 산길과 운리덕 연결 라이딩으로 잡았다. 귀둔 산길은 초입인 방동계곡에서 귀둔으로만 넘는다면 의미를 부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돌아나올 수 있는 운리덕과 연결하면 좋은 코스가 된다.

귀둔 산길 초입에는 임도표지판이 서 있는데 15km라는 말을 믿고 들어갔다가는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 라이딩 거리는 30km 정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둔 산길 중에 갈림길이 한 번 있는데, 조경동 입구인 진동2교의 민박 펜션촌에서 귀둔쪽으로 들어오는 산길인 상치전과도 연결된 것 같다.

운리덕은 인제의 오지마을이다. 운리(니)산(799m) 아래에 자리 잡은 산골로 예전에는 몇 호가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산 아래로 내려가고 고랭지 농업을 하거나 개 사육을 하는 사람들이 올라와 일하고 내려가곤 한다.

비슷한 분위기의 커브 줄지어 나타나

현리 터미널에서 상남쪽으로 가다가 작은 고개를 넘으면 다리가 나오는데, 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회전하면 방동계곡과 진동리로 가는 길이다. 이 도로를 따라서 약 5km 정도 들어가면 길 건너편에 귀둔 산길 입구 팻말이 보인다. 길옆에 주차하고 장비점검을 한 다음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산길로 들어간다.

초입은 콘크리트포장을 해놓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곳 역시 수해를 피해가지는 못했나 보다. 수해 복구를 했다는 문구와 함께 초반 급경사가 전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약 10분 올라가자 주변 경관이 보이기 시작한다. 방동계곡 건너 방태산과 구령덕봉이 솟아 있다. 어느 정도 능선에 붙었다 싶으니 길은 달리기 좋은 조건이 됐다. 약간 올라가면 내리막으로 변하고 약간 오르면 내리막으로 변한다. 능선에 붙은 이후 라이딩은 비교적 쉽게 이어진다.

그런데 산을 굽이굽이 돌아서 나가는 길이라 앞쪽의 방태산과 뒤쪽 가칠봉의 경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참 돌아나와도 그 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제자리걸음하듯 한참 가니 산길을 보수하는 분들이 모여서 쉬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귀둔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니, “지금 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가야한다”고 답한다.

다시 달려 산길을 돌아 돌아 나아간다. 굽이굽이 도는 구조의 산길을 벗어날 즈음 저 멀리 산정에 고개가 걸려있다. 저 곳을 넘으면 귀둔이 보이겠지 하는 생각에 정신없이 오른다. 군 훈련을 하는지 비행기가 자주 큰 소리를 내면서 왔다 갔다 한다. 꼭 전쟁터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윽고 고갯마루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 귀둔은 보이지 않았다. 진동2교의 펜션 마을에서 올라오는 듯한 길이 보인다. 처음 팻말대로 15km 정도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끝없이 이어진 산길이 기운을 뺀다. 고개를 넘어서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10여 분 달리니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이 갈림길이 상치전으로 내려가는 길로 보인다. 아직도 귀둔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힘을 내서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이윽고 또 다른 고개의 정상에 선 순간, 밑으로 귀둔이 보인다. 봄철이라 고랭지밭을 전부 갈아 마을 전체가 누런 흙빛이다. 고랭지 작물재배 때문에 귀둔에서 상치전쪽으로 왕래가 잦은지 차가 올라온 흔적이 제법 나 있다.

좋은 조망지에서 귀둔과 점봉산, 그리고 곰배령 능선을 찍은 다음 다운힐을 시작한다. 귀둔쪽 산길 입구는 바리케이드가 열려있다. 산길을 벗어난 순간부터 온통 고랭지밭이다. 귀둔도 조금 높은 지역의 민가는 전부 밑으로 이사한 것 같다. 곳곳에 보이는 집들이 전부 비어 있다. 빈집과 비닐하우스를 지나 마을의 큰 도로로 내려간다.

경관이 멋진 운리덕 업힐

예전에 자전거로 곰배령을 넘던 기억이 새롭다. 아침을 한계령 민속휴게소에서 먹고 김밥을 싸서 라이딩을 시작했었다. 북암리 산길을 돌아 서림에서 조침령을 올랐는데,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포장을 여는 순간 보통 두 줄이던 김밥이 한 줄만 들어 있어 모두들 황당해 했다. 설피산장에서 라면 8개를 끓여먹고 곰배령을 넘어 밤늦게 귀둔으로 내려와 무를 뽑아 먹기도 했다. 늦은 시간에 한계령까지 태워주던 트럭 아저씨의 호의도 기억난다. 좋은 추억들이다.

귀둔을 나와서 운리덕으로 향한다. 귀둔 산길을 내려와 마을길을 한참 내려오면 현리와 한계령으로 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현리로 좌회전해 방향을 잡아 나아간다. 5분여 페달을 저어 나가면 다시 갈림길이 보인다. 오른쪽 이정표는 하답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내린천으로 나가는 길이다.

우리는 직진 길인 좌측 길을 따라 포사고개를 업힐해 올라간다. 큰 고개는 아니고 업힐도 적당하여 어렵지 않게 오른다. 고개 정상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임도가 나 있다. 임도 표지석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운리덕까지는 7~8km 정도 되는데 임도표지석에는 이상하게도 4km로 나와 있다.

운리덕 정상까지는 경관이 아름다운 업힐 구간으로 특히 조망이 좋다. 저 밑의 역골 마을이 아스라이 보이고 방태산과 구령덕봉, 개인산, 점봉산, 가칠봉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의 실루엣이 겹쳐져 탄성을 자아낸다. 아직은 지난 가을만한 정취는 느낄 수 없으나 역시 뛰어난 길이다.

산정에 오르는 느낌이 날 즈음 운리덕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 가문비나무숲은 아직 옷을 입지 못하고 뼈대만 앙상하다. 운리덕! 구름이 모여든다 하여 지어진 마을 이름이다. 마을 곳곳에 흩어진 예전 민가들이 폐가가 되어 서 있다. 역시 고랭지 채소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올라와 본격적인 경작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을에 개 사육장도 들어와 있다. 우리가 지나가니 이 놈들이 짖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빨리 벗어나 다시 마을 외곽에서 운리덕을 조망해본다. 여기서 역골까지는 아스팔트포장이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이 포장도로는 여태껏 본 포장도로 중 가장 경사가 급했다. 대단히 인상적인 길로 운리덕 방문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 아주 빠른 속도는 내지 못하지만 굽이진 도로의 재미에 절로 고함소리가 나온다. 인상적인 길 중심을 이동하며 재미있게 내려오면 포사고개로 이어진 도로와 다시 만난다. 여기서 현리까지는 10여 분이면 나갈 수 있다.

이번 라이딩은 산길을 오르내리는 시원스러움에 멋진 산들 조망까지 더해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침가리골에 가려졌던 좋은 산길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과였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인근 한석산 산길을 라이딩하며 설악산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찾아가는 길 양평을 거쳐 홍천으로 접근한 뒤, 44번 국도를 따라 계속 인제 방향으로 가다가 철정 검문소에서 우회전해 451번 지방도를 따라 아홉사리고개를 넘어 상남으로 진입한다. 상남에서 31번 국도를 이용해 북상하다 현리 직전 다리를 건너 오른쪽 길로 5km가면 길 건너편으로 귀둔 산길 입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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