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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Let's go MTBing] 강화 마니산 선수능선 싱글 트랙 코스

월간산
  • 입력 2006.06.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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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물고 해안 조망 뛰어난 산길

몇 년 전 강화도 혈구산 라이딩을 위해 정상에 올랐을 때 강화도 전체를 조망할 기회가 있었다. 북으로는 고려산과 별립산 능선이 서쪽으로 늘어져 있고, 남으로는 덕정산과 마니산이 솟아 있었다. 그 중 마니산 능선이 서쪽으로 길게 뻗어 반도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보았다.

능선은 날카롭지 않고 느슨하게 서해 바다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 능선을 한번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마니산 서쪽 능선인 선수능선을 방문하게 됐다. 라이딩 거리는 고려산이나 혈구산만큼 길지는 못해도 마니산 능선이니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초지대교를 건너 선두포구를 경유해 동막리로 들어섰다. 한낮의 더위 속에 신록의 푸르름이 짙은 초록으로 바뀌고 있었다. 날이 좋아선지 멀리 영종대교와 영종도도 비교적 선명히 보였다. 바로 갯벌 건너 장봉도와 모도, 시도 등이 눈앞에 다가왔다.

마니산 선수능선은 정상에서 서쪽 선수포구(후포항)까지 바로 떨어지는 강화도 남부의 비교적 긴 산줄기다. 장화리에서 화도로 넘어가는 옛길이 마니산 능선을 가르고 있다. 또한 마니산 등산은 화도, 문산리쪽으로 많이 올라 다녀 선수능선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생각된다.

동막리를 지나서 흥왕리와 여차리 해안도로를 10여 분 달리니 장화리에 이른다. 장화리 도로변의 장화리감리교회(지도상에는 성공회 교회로도 표시) 앞에서 우회전해 장화리에서 화도로 넘어가는 옛길로 들어선다. 이 마을 입구는 펜션 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예쁜 모습의 집들이 많고 공사 중인 곳도 제법 보인다.

마을길로 10여 분 업힐해 올라가니 지도 상에는 없는 제법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주위에도 온통 펜션과 연수원, 기도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콘크리트 포장된 작은 뫼넘이 고개 정상까지 오르니 정상 직전에 큰뫼넘이 고개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난다. 고개 정상에서 잠시 쉰다.

장화리 교회에서 고개 정상까지는 15~2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해안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갯마루에는 팻말이 2개 서 있는데, 하나는 마니산쪽 등산로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수선착장쪽 능선 입구를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는 선수능선이 표시되어 있는 산길로 들어선다.

처음 5분은 자전거를 들쳐 멘 채로 언덕을 올라서야한다. 나뭇잎들이 제법 커져서 얼굴을 따갑게 스친다. 이윽고 작은 봉 정상에 이른다. 함께 라이딩 한 후배에게 “이제 고통 끝 행복 시작”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앞으로 나올 다운힐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웬걸 능선길이 완전히 싱글트랙이다. 게다가 가끔 나타나는 자그마한 언덕들은 장쾌한 다운힐 라이딩을 원했던 우리의 힘을 조금씩 뺏어 갔다.

상봉 내려오며 환상적인 코스 시작돼

작은뫼넘이 고개에서 상봉까지 비교적 평탄한 싱글트랙이고, 상봉부터 선수선착장까지는 본격적인 다운힐로 생각했었는데, 대충 맞기는 하다. 하지만 상봉까지 능선 상에 나타나는 5개 정도의 작은 봉우리는 자전거를 끌며 타며 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상봉에 이르렀다.

상봉(254.6m) 정상에는 커다란 헬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헬리포트 남측 방향으로 장화리 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산길이 보인다. 북서쪽으로는 선수능선이 이어져 있다.

‘마을 입구 1’ 이라 표시되어 있는 내리막은 다운힐하기에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일단 주능선을 따라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다운힐 구간이 시작된 것이다. 인적이 흔치 않은 좁은 싱글트랙은 내려가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살살 내려간다. 그런데 다시 조그마한 언덕이 세 곳 정도 더 나왔다.

내리막의 해발표고가 낮아질수록 싱글트랙은 멋지게 변했다. 부드러운 코너링은 조용한 산속에서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바닥은 오래된 솔잎이 깔려 코너링에서 바퀴 마찰력이 제대로 작용할지 걱정될 정도로 인적이 없는 길이었다.

한참을 다운힐해 내려오니 갑자기 앞이 훤해지면서 임도가 나타났다. 내리에서 장화리로 넘어가는 옛길이었다. 우리는 임도를 건너 다시 선수선착장 방향 능선을 이어서 다운힐했다. 귓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가니 성터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선수돈대다.

돈대는 성곽이나 변방의 요지에 구축해 총구를 설치하고 봉수시설을 갖추어 방위시설로 사용하는 군사시설. 강화도는 총 53돈대가 있다고 하나, 1999년 육군사관학교 조사에서 54돈대로 확인했다 한다. 그 중 하나가 이 선수돈대인데, 병자호란시 강화도가 함락되자 수도방위에 필요성 때문에 강화도에 돈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1679년(숙종 5) 병조판서 김석주(金錫胄)가 건의해 강화도에 세운 49돈대 중 하나로, 송강돈대(宋岡墩臺)라고도 하며, 반월형으로 일부는 둥글게, 일부는 모나게 돌을 쌓아 곳곳에 총구멍을 설치해 해안경비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시 강화유수 윤이제(尹以濟)는 곳곳에 돈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곳 남쪽으로는 검암돈대(黔巖墩臺), 북쪽으로는 굴암돈대(屈巖墩臺)가 있는데, 선수돈대와 굴암돈대는 영문(營門)에서 직접 관할했다. 돈대의 명칭과 위치는 여지도서(輿地圖書)에 기록되어 있다.

산길에서 감상하는 멋진 바닷가 풍경

선수돈대는 잡풀이 무성했다. 넓이는 농구 코트 2개 정도를 합쳐놓은 크기로, 지붕도 없고 단순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문을 통해 들어가 성벽에 올라가니 온통 나무들에 가려 선수선착장쪽 조망은 전혀 없다.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선수능선을 타고 다운힐해 내려간다. 2분 정도 내려가니 산길 입구다.

올라갈 때 물을 가져가지 않아 맥주 생각이 간절했었다. 산길을 빠져 나오자 바로 선수포구 밴댕이횟집마을 슈퍼로 달려가 맥주 한 모금을 한 뒤 조금 쉬었다. 선착장을 돌아나와 내리 마을로 가서 아까 능선에서 만난 임도를 찾았다. 그러나 동네 어른들이 잘 알려주지 않는다. 사람도 다니기 힘든 길을 뭐 하러 자전거 끌고 가냐고 핀잔이다. 결국은 저기 보이는 고추밭 뒤로 돌아가면 그 산길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고추밭을 돌아 이 골 저 골 찾아보니 산길이 보인다. 옛길로 인적이 없어 입구도 제대로 찾기 힘들다. 이 산길을 10여 분 업힐하니 아까 능선에서 만난 지점이 이른다. 이곳부터 다운힐 구간인데 풀이 길 중간에 많이 자라 있다. 원시상태의 산길을 다운힐해 한참을 내려간다.

15분여 산길을 달려 내려가니 장화리 버드러지 마을에 닿는다. 여기도 온통 펜션 숲이다. 여러 펜션들을 지나 해안도로에 이른다.

해안가에는 장화리 청소년해양수련원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서 바닷가로 내려가면 장화리의 너른 갯벌이 나온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인지 일몰조망지라는 팻말도 보인다. 이 갯벌은 저어새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됐으나 바다로 일반 오수가 흘러들고 있었다.

장화리 갯벌을 뒤로하고 고개를 하나 넘으니 교회가 보인다. 길을 건너 다시 작은뫼넘이로 오른다. 큰뫼넘이로 가기위해서다. 작은뫼넘이 정상 직전에서 큰뫼넘이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콘크리트 포장도로에 차들이 간간히 흥왕리쪽에서 넘어 오고 있었다. 약 10분 업힐하자 큰뫼넘이고개에 이른다.

이곳에 오른 이유는 큰뫼넘이 고갯마루에서 고개 앞 봉우리(256m)에 오르면 뒤꾸지돈대까지 바로 다운힐 코스가 이어질 것 같아서였다. 고개에 올라 살펴본 결과 충분히 가능성은 있으나, 시간이 모자라고 배도 고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큰뫼넘이에서 흥왕리쪽으로 해안 절경을 배경으로 다운힐하며 이번 라이딩을 마친다.

글·사진= 김종수 www.alpo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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